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2월 17일자 2면에 수록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의 혁명생애는 숭고한 애민헌신의 한 평생이다"라는 논설입니다. 이번 논설은 "혁명하는 인민에게 제일 큰 행운은 대를 이어 위대한 수령을 높이 모시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일은 "어버이 수령의 이민위천(以民爲天)의 뜻을 받들어 인민을 소중히 품어 안으시고 인민을 위해 온 넋과 심혈을 다 바치었다"고 선전했습니다. 1990년대 중엽, "우리 인민이 '자주적 근위병'이 되느냐, 제국주의 노예가 되느냐 하는 운명의 갈림길에 놓여있던 시기에, 인민과 후대들의 미래를 위해 선군장정에 결연히 나섰다"며 그의 선군정치를 옹호했습니다. 이어, 김정일은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면서 입었던 단벌 솜옷을 생의 마지막시기까지 벗지 않고 있었다"며, 그의 '근검상'을 날조했습니다. 또한 김정일은 "명절날, 휴식일, 생신날에도 현지지도의 길위"에 있었으며, "인민열차에서 순직"한, "인민사랑의 최고정화"라고 칭송했습니다.
오중석: 네, 이번 논설은, 김정일이 "인민을 전지전능한 존재"로 여기고, "이민위천을 좌우명으로 삼아, 인민을 하늘처럼 믿고 끝없이 사랑했다"며, 김정일의 '애민헌신상'을 조작, 날조했습니다. 관련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김정일의 혁명생애는 "인민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인민행열차의 기적소리를 끝없이 울려간 인민사랑의 강행군 실록"이며, "천리를 주름잡아 달리는 "빨찌산식 강행군이었고, 쪽잠과 줴기밥으로 삼복철 무더위와 대소한의 강추위를 헤쳐간 초강도 강행군"이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김정일은 "인민을 위하여 순간의 휴식도 없이 한생을 불같이 산 인민의 영도자였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김정일의 '애민헌신'이 북한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질곡으로 작용했다는 데 있습니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후 '유훈통치'를 실시하여, 북한 정치가 '인민을 위한 정치'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무참하게 짓밟았습니다. 사회주의의 '세계적 보루'를 자처하며, 인민을 고난의 행군길로 몰아 넣었습니다. 권력세습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대남(對南) 군사도발과 핵실험을 강행하였고, 준전시상태를 조성해 선군 폭압정치를 일상화했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고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되었으며 북한 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마지 못해 실시했던 경제관리개선 조치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김정일의 선군정치가 오늘의 총체적 난국을 초래한 근본 원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 네, 이번 논설은 또 80전투와 제8차 당대회 준비에 동원돼 장기간 노동력 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인민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김정일의 위대성을 날조, 선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와 같은 인민무시의 막무가내식 교양선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김정일 위대성' 선전은 ①김씨 가문 위대성 교양 ②김정일 애국주의 교양 ③사회주의승리 신념 교양 ④대적의식을 고취하는 반제계급 교양 ⑤집단주의 도덕 교양 이라는 5대 교양사업중에서 김정일 애국주의 교양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김정일 애국주의는 김정일의 '후대관과 인민관'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요, 김정일은 한 평생 '후대들과 인민들'을 위해 가장 희생적이고 모범적이며 숭고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 그 핵심내용입니다. 전인민이 김정일의 삶을 본따 그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일 애국주의는 김정은이 세습권력의 정당화를 위해 선대의 권위를 차용하기 위한 술책의 하나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북한의 전인민이 하나 같이 김정일이 살았던 삶을 체득화 하여 살아야 한다는 주장은 반인권적이며 비인간적인 독단입니다. 인민들 각자가 주체적으로, 자기 고유의 삶을 자유스럽게 영위하며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입니다.
오중석: 네, 이번 논설은 김정일이 마지막 생애를 "현지지도중 인민행열차에서 순직한 것"으로 선전하며, "인민사랑의 최고정화"라고 칭송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김정일의 '애민헌신상 만들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현웅: 먼저 ①경제건설집중노선이 실패로 돌아가고, 경제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뚜렷한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 세습권력의 미래가 불안정해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선대의 '조작된 권위'를 빌어 권력안정을 도모해 보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②정권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시혜적인 '물질적 보상'을 정기적으로 해야만 하나,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전인민 세뇌교육'이라는 사상적 정권유지수단을 꺼내들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③현재 북한에서는 물가와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하고 있어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김정일 사망 9주기를 맞아, 김정일의 과거 통치에 대한 인민들의 비판이 자연스럽게 점화될 수 있습니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김정일 애국주의 교양선전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네, 북한은 3대에 걸친 세습독재정권의 무능과 폭정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설은 "인민들의 제일 큰 행운은 대를 이어 위대한 수령을 높이 모시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와 같은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선전교양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현웅: 지금까지 북한을 이끌어 온 '수령'이 '위대한 수령'이라는 주장은 일방적인 선전에 불과합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북한의 수령들은 지난 75년 동안 반대세력에 대한 가차없는 처단과 숙청, 주민노력착취와 억압을 수단으로 권력을 빈틈없이 장악하고 온갖 복락을 독차지 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남겨준 것은 ①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인민, ②자유와 인권이 박멸된 사회, ③가장 폐쇄적이고 경직된 정치체체, ④배고픔으로 수백만 명이나 죽은 슬픈 역사, ⑤세계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핵도발 국가라는 불운의 유산만 남겨주었습니다. 지금의 수령은 그 어떤 문제 하나,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날조된 거짓선전에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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