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자력갱생, 조선혁명의 영원한 생명선 주장”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2월 25일자 2면에 수록된 "자력갱생은 자존과 자강의 생명선, 강력한 발전동력"이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자력갱생을 "혁명과 건설의 조건과 환경이 어떠하든 적들이 제재를 하든 안하든 변함없이 틀어쥐고 나가야 할 우리의 발전과 번영의 강력한 무기"라고 밝혔습니다. 조선혁명의 전 노정은 "자력갱생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자력갱생은 "조선혁명의 영원한 생명선"이고 "절대불변의 혁명방식"이며, "발전과 번영의 지름길을 열어나가기 위한 최선의 방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력갱생의 정치노선은 "쟁취한 혁명의 전취물을 끝까지 고수하고 발전잠재력을 남김없이 발양하여 주체의 사회주의위업을 완수하기 위한 위력한 보검"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인민경제의 모든 부문에서는 "설비, 자재와 원료의 국산화, 재자원화를 중요한 정책적 과업으로 틀어쥐고 나가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남에 대한 의존심이나 패배주의에 사로잡히는 것은 곧 "투항이고 변절"이며, 자력갱생이야말로 "기적을 안아오는 신비한 힘, 강국건설의 전진동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중 : 이번 논설은, '자력갱생노선'이 '역사적 검증'을 통해 정당성이 입증된 '전략적 노선'인 양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인민경제를 '자력갱생' 방식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것인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북한 인민들이 "당의 영도를 따라 지난 수십 년간 유례없이 엄혹한 시련"을 헤쳐나오면서 이룩한 "모든 승리는 자력갱생의 고귀한 결실"이라는 것입니다. 지난날 "눈부신 기적과 거창한 전변으로 아로새겨진 부강조국건설사"는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며 승리하는 길이라는 고귀한 철리"를 새겨줬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짧은 역사를 돌아보면, 나름의 경제기반을 구축했던 시기는 6.25전후 1950년대와 1960년대입니다. 당시 북한은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의 금전적 원조와 물자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았습니다. 소련으로부터 선진설비와 기술을 지원받았고, 중국에서는 원자재와 식료품을 지원 받았습니다. 이처럼 외부의 원조와 지원으로 시작되었던 경제발전이 1970년대 중반부터 하락세로 들어서게 된 원인은 주체와 자주노선을 채택하면서부터입니다. 자력갱생을 '항구적인 전략적 노선'으로 밀고 나가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력갱생은 인민경제의 발목을 잡는 깊은 함정입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자력갱생노선을 일시적인 "전술적 대응책"이 아니라 북한 역사가 지속되는 한 영구적으로 유지할 '항구적인 전략'으로 못 박고 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전략결정에 대한 '비타협적이고 폐쇄적인 태도'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자력갱생을 '항구적인 전략'으로 계속 유지한다는 주장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함께하는 평화와 번영'의 대열에서 이탈하겠다는 것으로, '인류공동체사회'와 대립각을 세우는 태도입니다. 북한 정치의 '최대 적폐'인 '김씨 일가'의 세습독재를 완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세습독재권력의 정치사회적 압제구조와 인민들에 대한 경제적 억압체계를 그대로 이어 나가겠다는 선언입니다. 또한 인민들의 기초적인 기본권 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반인민적 의지의 표명입니다. 한 나라 인민들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발전은 그 나라의 경제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의식주문제가 해결되고 사회경제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질만한 여유와 사회풍토가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발전궤도에 올라 설 수 있습니다. 자력갱생은 이미 상식화된 이와 같은 국가발전과정을 완전히 무시한 전략이자 궤변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전략수립과 결정, 채택에서 '민주성과 개방성'을 선차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중석: 이번 논설은 "자력갱생이 조선혁명의 유일무이한 정신"으로 되었고, 이로 인해 "사회주의건설에서 진일보"가 이룩됐다며 사실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펼쳤습니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논설은 조선혁명의 전 노정이 '자력갱생의 역사'였다고 주장하여, 자력갱생을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시대, 현재의 김정은 시대를 관통하는 '전략'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자력갱생의 내용은 "수입병에 종지부를 찍고 자체의 힘과 지혜로 부단히 새 것을 창조하며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서 실제적인 변화, 실질적인 전진을 가져"오는 것이고, 그 실현 방법은 "설비, 자재와 원료의 국산화, 재자원화"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전내용을 고려할 때 북한 통치집단이 자력갱생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은 핵무력 고도화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뿐더러, 대내적으로도 이 핵무력 고도화 정책이 주민들의 지지와 동의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가 다 지나는 시점에서 자력갱생을 다시 외치고 나선 것은 올해 경제회생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새로운 발전요인도 찾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오중석: 이번 논설은 "자력갱생은 우리 국가와 인민이 끝까지 틀어쥐고 나가야 할 조선혁명의 영원한 생명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민들은 북한 통치집단의 이와같은 '자폐적이고 경직된 전략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역사적 사실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끊임없는 혁신과 개혁으로 나아갈 때 진정한 번영과 자강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자력만으로 살아보려 했던 정치공동체나 나라들은 모두 지리멸렬했거나 속국으로 전락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멀리 갈 것 없이 일본과 한국, 중국의 근현대사에서도 찾아집니다. 국제사회의 변화흐름에 맞춰 개방과 개혁에 서둘러 나서서 선진국가들과 선린우호관계를 유지하며 상호협력에 나선 나라들은 상전벽해와 같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경제발전과 함께 정치발전도 이뤄내 국민들의 자유와 인권도 함께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외치지 않아도 매일 매일 일상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가 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내년에도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력갱생의 길을 가야하는 북한 주민들로서는 '자포자기의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