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2018년 12월 27일자 2면에 게재된 “혁명적 준법기풍을 철저히 세워 우리 식 사회주의를 더욱 빛 내여 나가자 “라는 ‘헌법절’ 기념사설입니다. 헌법의 역사적 의의, 인민의 자유와 기본권 신장 같은 헌법 일반의 고유기능과 발전 방향을 밝히는 내용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직 ‘인민들의 혁명적 준법활동’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오중석: 헌법이 보장한 북한주민의 자유와 기본권 신장 같은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언급도 없이 오로지 인민의 책임과 의무만 언급했다는 말씀인데요. 사설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시겠습니까?
이현웅: 네. 이 사설은 북한 헌법 성격을 “주체혁명위업 완성과 계급투쟁의 무기”로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김일성 3대’가 “인류 제헌사(制憲史)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가장 혁명적이며 인민적인 헌법을 마련하고 완성해 줬다”며 ‘김씨 가문’을 찬양했습니다. 이어서 모든 기관과 근로자들에 대해 “수령들의 법 건설사상과 불멸의 업적, 사회주의헌법의 혁명적 본질과 우월성을 깊이 체득”시키고 “자본주의 나라 법들의 반(反)동성과 반(反)인민성을 인식”시키는 준법교양을 강화하여 ‘혁명적 준법기풍’을 철저히 세울 것을 주문했습니다.
오중석: 북한 헌법은 ‘인민민주주의헌법’으로 시작은 했지만 결국 ‘김씨 가문’을 위한 헌법으로 ‘사유화’되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북한 헌법의 변질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북한은 두 번에 걸쳐 헌법을 제정했습니다. 1948년 9월의 ‘인민민주주의헌법’과 1972년 12월에 새로 제정된 ‘사회주의헌법’이 그 것입니다. 인민민주주의헌법은 주권을 ‘인민’에게 두고, 생산수단은 ‘국가와 협동단체’ 그리고 ‘개인’도 소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권력도 내각과 최고인민위원회가 나누어 갖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이 절대권력을 갖게 되면서, 기존 헌법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주의헌법’을 새로 제정했습니다. 프롤레타리아독재 명문화, 권력분립원칙을 파괴하는 주석제(主席制) 신설, 개인의 생산수단소유 금지가 그 특징입니다. 이후 1992년 4월에 사회주의권 붕괴 현실을 반영하여 지도이념을 주체사상으로 못박고, 주석(主席)의 군 통수권을 국방위원장에게 이관하는 헌법개정을 단행하여 김정일 권력승계를 보장했습니다. 1998년 9월에 ‘서문’을 신설하여 김일성을 북한의 ‘시조’로 규정하고 ‘김일성 헌법’이라는 명문까지 넣는 개정을 통해 헌법을 ‘사유화’했습니다. 급기야 2012년 4월에는 ‘김일성 김정일 헌법’으로 다시 개정하여 북한 헌법을 ‘김씨 가문’의 헌법으로 만들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혁명적 준법기풍’과 ‘준법교양’을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준법기풍과 준법교양의 내용과 방법, 그리고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말씀해주시죠.
이현웅: 네. 먼저 ‘혁명적 준법기풍’을 세워야 하는 이유를 “공장, 기업소, 근로자들이 경제건설에서 법적 의무를 다할 때 생산적 앙양과 비약을 일으키고, 경제발전 5개년전략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준법기풍을 세우기 위해서는 “김일성-김정일 헌법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수령들의 법무사상과 이론, 유훈을 무조건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주민 ‘준법교양’은 “사회주의헌법의 우월성을 체득시키고, 자본주의나라 법들의 ‘반동성과 반(反)인민성’을 똑바로 인식시키는데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청소년 교양과 관련해 “개별담화, 경험발표와 같은 법무해설선전사업을 공세적으로 전개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주장들로 볼 때 이번 준법기풍확립 교양강화는 ‘경제건설을 위한 전(全)주민 노력동원’과 ‘청소년 준법교육’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이처럼 ‘혁명적 준법기풍’ 확립과 ‘준법교양’을 강조한 원인과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 75년 역사의 최대과제는 ‘경제건설’입니다. 하지만 아직, 김일성 시대 숙원인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먹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핵무기개발에 ‘국가자원’과 세월을 모두 허비함으로써 제대로 된 경제건설 방향과 기본설계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대략 1,200달러 정도로 자칭 ‘핵 보유국’으로서 ‘나라의 위상’ 문제를 넘어 정권의 가장 취약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경제역량으로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한들, 정상적인 관리보존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첨단기술시대에 청소년들의 ‘체제 모순’에 대한 불만은 갈수록 확산될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으로서는 ‘군기잡기 식’ 준법감시와 청소년 준법사상교육 강화라는 ‘주민통제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이번 사설에서도 역시 자본주의국가에 대한 ‘대적의식(對敵意識) 고취’ 라는 내용을 빼놓지 않고 제시했습니다. 이런 북한의 고질적인 선전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 체제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에서 출발했습니다. 북한 체제목표는 한반도에서 자본주의를 제거하고 사회주의혁명을 통해 통일을 이룩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것을 ‘혁명과 건설’로 압축해 부릅니다. ‘대적의식’ 고취 포기는 체제목표를 포기하는 것으로 됩니다. 불행한 체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적의식’ 없이는 한반도 통일과 사회주의 혁명 및 건설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불가능한 목표를 위해 비현실적인 선전을 반복하는 것은 경제회생의 발목만 잡게 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당국이 혁명적 준법기풍과 준법교양을 강조하는 것이 안고있는 문제점과 북한 주민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주민들에게 김일성-김정일 헌법의 반(反)인민성을 철저히 속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헌법은 자유권과 인권, 권력분산을 위한 권력구조, 국가기구 별 의무와 책임을 규정하는 법 중에 법인 것입니다. 이번 사설은 이런 규정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 원인은 당의 유일사상체계확립 10대원칙, 수령의 교시와 말씀이 헌법 보다 상위규범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선노력에 힘입어 북한헌법이 인민들에게 책임만 부과하는 법적 통제(억압) 장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당국이 헌법다운 헌법을 만들어 주민의 품으로 돌려 주지 않는 다면 종국에는 주민들이 직접 자신들의 권리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오중석: 네. 이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