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2019년 1월 7일자 6면에 게재된 “조선반도(한반도)를 공고한 평화지대로 만들어야 한다“라는 정세론 해설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김정은 올해 신년사 내용에 근거해 한국국민과 해외 동포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반미∙통일투쟁’ 선동기사입니다.
오중석: 남북한간 ‘군사적 적대관계청산’과 한반도 ‘평화지대’ 필요성은 올해 북한 신년사에서도 거론된 내용입니다. 기사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시겠습니까?
이현웅: 이 기사는 올해 김정은 신년사의 대남분야 투쟁과업 내용을 별도로 뽑아 노동신문 ‘대외면 선동기사’로 작성된 것입니다. 먼저 군사적 적대관계 청산은 “조국통일 위업의 전도”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며 혁명전략적 의도를 드러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제거하고 평화적 환경을 만드는 것은 남북관계발전의 필수적 요구”라고 적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반도를 항구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정부가 해야 할 실천적 조치로 “판문점과 평양 공동선언, 군사분야합의서 성실이행, 합동군사연습 불허, 전략자산과 전쟁장비반입 중단, 정전체제의 평화체제전환을 위한 다자협상 추진”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온 겨레는 살고 있는 모든 곳에서 외세의 침략책동을 폭로단죄하고 평화실현을 요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며 선동했습니다.
오중석: 이 기사는 군사적 적대관계 청산이 “조국통일 위업의 전도”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국통일 위업의 전도”라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 간략히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현웅: 북한이 주장하는 ‘조국통일 전도’는 한국사회혁명전략서인 ‘주체사상에 기초한 남조선혁명과 조국통일이론’(1975년, 사회과학출판사)에 상세하게 기술돼있습니다. 적화통일방법에 관한 내용입니다. ‘조국통일 전도’는 전쟁이 없는 ‘평화적 방도’의 통일과 전쟁을 통한 ‘비평화적 방도’의 통일로 구분돼 있습니다. ‘평화적 방도’는 다시 ①한국이 북한 통일방안 수용 시, ②한국에 반제자주정권(反帝自主政權)이 들어섰을 때 ③한국의 사회혁명이 승리했을 때 북한이 주도하여 합작통일을 이룩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혁명책략에 따를 때, 북한이 ‘군사적 적대관계 청산’을 ‘조국통일 전도’의 문제로 접근한 것은 자신들의 ‘핵 무력’과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대북협력정책을 북한주도 통일의 ‘긍정적 요소’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조금만 틈을 주어도 바로 본색을 드러내는 행태는 북한의 전매특허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비핵화 이행’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한국에 ‘합동군사훈련’ 불허와 전략자산 전개, 전쟁장비도입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한국과의 교류협력에 적극적이지만,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세계에 우뚝 선 전략국가의 위상’을 바탕으로 조국통일위업을 이루어 ‘강성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계속해 표방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1991년에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믿고 국내 배치된 전술 핵을 모두 철수시켰습니다. 북한은 이를 속이고 핵을 만들었습니다. 거짓과 위선, 파렴치한 짓입니다.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와 한국의 전쟁장비도입은 북한의 이런 약속 파괴 때문입니다. 김정일과 김정은은 서울답방을 약속해 놓고 아무런 말도 없이 이를 무산시켰습니다. 한미동맹과 한국의 국방력강화 조치는 북한이 그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입니다. 인과관계 측면에서 볼 때, 먼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고 나서 한국의 국방력강화와 관련된 입장을 정중하게 표명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다자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한국과 북한, 한반도 주변 4강으로 구성된 이른바 ‘6자회담’은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다자협상’ 기구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일방적인 참여거부로 6자회담은 무력화 됐습니다. 한반도 평화지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서 시작됩니다. 엉뚱한 ‘주제 바꾸기’ 시도는 최우선 협상과제인 북한 비핵화 협상을 지연시키거나 지금까지 한 약속을 무실화 하려는 술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에는 선후와 경중이 있습니다. 북한 핵을 그대로 놔두고 현재의 정전협정을 무력화하겠다는 태도는 그야 말로 ‘강도적 발상’입니다. 비록 한국정부가 북한의 의중을 ‘유관국가’에 전달하는 ‘중개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지만 사활적인 국가이익을 내팽개치고 북한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한국의 자유민주 정치체제가 북한 세습독재체제와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바르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한반도의 중대한 외교안보문제를 남한의 일반 국민들의 친북투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 원인과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지난해 ‘정상회담 전략’을 통해 유사이래 가장 화려한 최대의 성과를 얻은 것으로 자평(自評)하고 있습니다. 이런 평가의 바탕에는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압력을 차단함으로써 핵 보유상태를 이어 가고 있고,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정부를 ‘북한편’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펼쳐진 대미정세와 대남정세는 지지부진한 비핵화 협상과 한국 내 남북관계에 대한 여론악화로 지난해와 같은 ‘탑 다운’ 방식의 성과를 얻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에 대해 ‘밑으로부터’의 압력을 넣는 ‘반미통일투쟁’을 통해 협상입지를 다지고, 광범한 지지세력을 규합해보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대내외 독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기사는 한국정부와 북한 당국, 그리고 주변 ‘유관국가’들의 외교안보적 국가이익이 첨예하게 얽혀 있는 난제들을 냉철한 이성과 공정한 협상을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대남혁명과 대중투쟁을 통해 해결하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북한, 해외에 있는 “온 겨레”에게 “외세 침략책동을 폭로 단죄하는 활동을 전개하라”고 선동하고 있지만,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는 극히 일부의 ‘종북 세력’외에 이런 선동에 귀 기울일 ‘겨레’는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