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일의 ‘김일성 조국통일 유훈’ 정치 찬양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2019년 2월 17일자 6면에 게재된 “수령님의 유훈 관철을 숭고한 사명으로 간직하시고“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김정일이 김일성의 ‘조국통일 유훈’을 숭고한 사명으로 새겨 안고 ‘조국통일 3대헌장’ 정립과 ‘조국통일3대 헌장 기념탑’을 건립하였으며 김일성의 ‘조국통일 유훈’을 관철할 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마련했다고 찬양했습니다. 이어서 탁월한 지도자 김정은이 있어 조국통일의 앞날은 밝다며 ‘김씨 일가’ 3대의 통일 ‘지도력’을 칭송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가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의 ‘김씨 일가’ 3대를 ‘통일 지도자’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김일성은 생전에 조국통일에 관한 모든 문제를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멀지 않아 해결할 수 있게 그 토대를 튼튼하게 마련해 놨다는 것입니다. 김정일은 ‘조국통일’을 김일성의 ‘유훈’으로 삼고, ‘조국통일 3대 원칙’과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 ‘전 민족대단결 10대 원칙’을 하나로 묶어 ‘조국통일 3대 헌장’을 정립했으며, 그 상징물인 ‘3대헌장 기념탑’까지 세웠다고 그의 업적을 선전했습니다. 또한 김정일은 ‘조국통일 3대 헌장’을 지도적 지침으로 하여 김일성의 조국통일 유훈 관철 투쟁을 현명하게 이끌었다며 찬양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의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채택은 조국통일을 실현하려는 그의 애국헌신이 안아온 고귀한 결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국통일운동의 진두에 김정은이 있고, 그의 탁월한 영도가 있어 통일의 날은 밝아오게 될 것이라며 김정은을 칭송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기사는 김일성이 이미 조국통일의 ‘토대’를 마련해 놓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일성이 마련했다는 ‘조국통일 토대’에 대해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네. 기사의 문맥으로 볼 때, 김일성이 마련했다는 ‘조국통일 토대’란 ‘조국통일 3대 헌장’을 구성하고 있는 ‘조국통일 3대 원칙’, 고려민주연방제통일방안, 전 민족대단결 10대 원칙’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세가지는 모두 통일의 상대방인 한국과 한국 국민들의 지배적인 사상인 자유민주주의체제와 시장경제질서를 배제하고 북한 세습독재체제로 한반도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미 그 합리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원칙이자 방안으로 판명된지 오래된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조국통일 3대 원칙은 7.4남북공동성명을 통해 남북이 함께 채택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을 말하는 것인데요. 북한은 이들의 의미를 ‘주한미군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한미동맹 폐기”로 해석하고 반세기 가까이 고집스럽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1960년에 한국에 연방제로 통일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이 계속하여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1950년에 무력통일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6.25전쟁기간중 북한 김일성 집단의 극악무도한 전쟁과 살상만행은 한국 국민들에게 공산집단의 본색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노출시켰으며 반공을 국시로 만들게 했습니다. 김일성 집단의 6.25전쟁도발과 잔학상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지면서 북한은 완전히 고립되었습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외면과 질책을 모면하고 한국사회에서 김일성의 잔학함과 호전성에 대한 경계심을 이완시키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연방제’를 주장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북한은 한국의 국내정세를 고려하여 “연방제-고려연방제-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느슨한 연방제-낮은 단계 연방제”와 같은 다양한 연방제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최종적으로 한국적화를 위한 지지 및 지원 세력규합에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그 동안 제시한 연방제의 문제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북한이 제시하고 있는 연방제는 그 목적이 ‘통일전선형성’에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와 해외교포들을 상대로 북한식 사회주의 통일방안을 지지하는 세력을 ‘민족통일전선’이라는 하나의 조직으로 만들려는 것입니다. 특히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시기에 북한의 대남공작부서에서 최대 역점을 두고 전개하는 공작활동입니다.

오중석: 노동신문이 대외면 기사를 통해 ‘김씨 일가’ 3대를 조국통일의 ‘역사적 구현자’인양 선전하는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통일문제는 ‘민족사적 과제’이지만 어느 한쪽이나 어느 한 사람에 의해서 이룩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통일의 목적과 수단, 방법에서 매우 지난한 문제입니다. 이처럼 어느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문제는 오직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선전선동의 외피를 씌움으로써 ‘김씨 일가’를 민족통일의 ‘선구자’ 또는 ‘지도자’로 우상화하려는 것입니다. 통일문제를 ‘김씨 일가’의 권력독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남북한 체제대결에서 실패한 북한이 체제 유지와 존속의 명목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한국과 통일을 놓고 다시 대결하는 것’뿐입니다. 핵 무력을 구비한 상황에서 한국과 ‘새로운 차원’의 ‘통일 대결’을 해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노동신문 대외 면에 배치된 이번 기사가 북한 주민들과 대외독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김정은은 지난해 미국 및 한국과의 정상회담 개최 성과로 두 국가와 ‘새로운 관계의 진전’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이번 기사는 “한국의 외세의존 정책포기, 주한미군철수, 합동군사훈련 중단, 미국 핵우산탈피, 국가보안법 철폐, 공산주의 정치활동 허용”과 같은 과거 냉전시기 단골주장들을 ‘전제 조건’으로 달고 있는 ‘조국통일 3대 헌장’을 강조하고 있어, 대내외 독자들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더욱이 ‘김정은의 조국통일운동 진두’ 주장은 북한의 통일전략이 선대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것입니다. 또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선언 채택이 ‘김일성의 조국통일 유훈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북한의 대화와 교류협력의 진의를 의심케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의 각종 대남행위에 대한 신뢰도는 현저하게 떨어질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