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2월23일자 6면에 수록된 “폭제의 핵을 길들이는 강력한 보검”이라는 기사입니다. 동 기사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핵은 전 세계를 위협하는 핵인 반면, 북한의 핵은 ‘정의의 보검’이므로 ‘핵 보유국 지위’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고, 북한의 핵 포기를 바라는 것은 바다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짓이라며 주변국의 염원을 힐난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북한의 핵무기 보유 명분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왜곡하고 있어 사실관계를 바로 잡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 핵이 ‘정의의 보검’이라는 주장은 한마디로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그 동안 북한은 핵무기 개발의 정당성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서 찾는데 주력해 왔습니다. 이 번 기사 역시 그와 같은 동일선상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사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말씀하신 대로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해야만 하는 이유’를 미국의 ‘대북 압살정책’ 때문이라고 외쳐 왔습니다. 초지일관 “북한 핵개발은 미국의 대북 정책 산물” 이라는 ‘대미 책임전가 선전선동프레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책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왜곡하여 선전하고 있는데요. 하나 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미국은 세계에서 제일 먼저 핵무기를 개발하였으며 유일하게 핵무기를 사용한 핵 전범국이고 미국에 고분고분하지 않는 나라들에 대해 위협공갈과 침략책동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미국이 세계에서 제일 먼저 핵무기를 개발한 것과 핵무기를 사용한 것은 맞지만,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말은 쏙 빼고 있습니다.
마치 미국이 아무런 역사적 배경과 이유 없이 세계제패를 위한 욕심에서 핵을 만들고 핵무기를 사용한 것 인양 ‘오물’을 뒤집어 씌우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개발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수 천만 명이 무고한 생명을 잃고 수많은 국가와 민족이 처참한 삶으로 전락하는 ‘인류의 재앙’을 종결시키기 위해 시작된 것입니다.
미국은 제2차대전의 주축국인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일본에 핵폭탄을 사용하였습니다. 당시 일본과 전쟁동맹국인 독일 역시 핵폭탄 제조의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에서 미국보다 독일이 먼저 핵무기를 만들고 사용했더라면, 한반도는 일제의 식민지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반도가 일제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것은 소련의 대일참전이나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한 일본을 응징하기 위해 2차대전 참전을 선언하고 대 일전을 전개하여 승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둘째, 미국은 “조국해방전쟁시기에 핵무기사용을 시도하였으며 1957년부터 남조선에 핵무기를 배비하고 년례적, 방어적이라는 간판 밑에 핵전쟁연습소동을 해마다 벌려, 핵 공격기도를 노골화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왜곡된 주장에 불과합니다. 6.25한국전쟁 당시 미국이 핵무기사용 심리전을 전개한 것은 김일성의 기습남침과 중국 인민해방군의 6.25참전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미국이 한국에 전술 핵을 배치 한 것도 6.25전쟁에서 패배했으면서도 패배책임을 박헌영 일당에게 뒤집어 씌우고, 제2 제3의 6.25남침을 노리는 김일성의 전쟁도발책동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현재 한국은 1991년 12월 31일 ‘남북비핵화공동선언’에 따라 미국의 전술 핵이 모두 철수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남북비핵화 공동선언을 일방적으로 패기하고 핵개발에 나선 것은 북한이며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것은 김정은 집단입니다.
오중석: 국제사회는 “핵은 정의의 보검”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계 국가들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이 주장하는 논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현웅: 네. 노동신문 기사의 논지는 이렇습니다. 미국은 “세계최악의 핵 광신자로 미국이 지구상에 남아 있는 한 인류에 대한 핵 위협은 절대로 가셔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은 이러한 미국의 핵전쟁 위험성을 저지하는데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정의의 보검’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정의의 보검인 핵의 포기를 바라는 것은 “바다 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짓”이라고 강변하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주장은 북한의 핵개발과 핵 보유를 합리화하려는 왜곡된 주장입니다. 북한은 있지도 않은 ‘대북 위협’을 조작해내고 정상적인 방어훈련을 ‘핵전쟁기도’로 선동하면서 ‘서울과 미국 본토 불바다’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 핵은 한미동맹의 군사력에 비해 ‘절대 열세’에 있습니다. ‘정의의 보검’이라는 선전은 그 의미부여도 잘못 되었거니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있다’는 허장성세에 불과한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이번 기사를 통해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으며 ‘비핵대화’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백하게 밝힌 것인데요. 노동신문이 이런 메시지를 담은 기사를 집중적으로 게재하는 보도행태에는 어떤 의도와 배경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개막식과 폐회식에 김정은 정권의 핵심인물들을 대규모로 파견하였습니다. 북한은 남북한간의 대화와 접촉이 급물살을 타게된 것은 김정은의 대담한 호혜적 조치 때문 인양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화와 접촉의 최종 목적인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절대로 양보하거나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명백하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의 핵심관련자 김영철을 폐회식 참석 대표로 한국에 파견한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또는 미국과 ‘대화’는 할 수 있으나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냄으로써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한반도정세 주도권을 확보하고, 미국과의 대화가 성사될 경우 협상의 우위를 선점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 전략이 ‘핵 보유국 지위 확보’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한편, ‘5.24조치’를 사실상 해제시키고 북한과의 민족공조’에 나서도록 유도하여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의 예봉을 피해 나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미국은 지난 2월 23일,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해상봉쇄’의 전 단계인 ‘해상차단조치’를 취했습니다. 북한은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비핵대화’의 물꼬를 먼저 트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만이 2천 5백만 북한주민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