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3월 31일자 2면에 수록된 ‘주체사상은 우리 혁명의 영원한 승리의 기치’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김정일의 ‘주체사상에 대하여’ 논문발표 37돌을 맞아 ‘주체사상의 영생불멸과 위대성’을 주장하면서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쳐와도 주체사상을 유일한 지도사상으로 받들고 나갈 때 북한의 미래는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주체사상의 ‘사상적 위대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주체사상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영생불멸의 사상”이며, 인류사상사에서 “인간의 자주적 요구와 지향을 정확하게 반영한 사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주체사상의 거대한 생명력은 “사람중심의 철학사상과 인민대중중심의 혁명이론, 영도방법이 전일적으로 체계화된 혁명사상”이라는데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한 세기에 두 제국주의 강적을 이기고 두 단계의 사회혁명과 건설, 사회주의 수호전에 성공한 것은 바로 위대한 주체사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선전했습니다. 그리고 “제국주의자들의 악랄한 제재와 고립압살 책동아래서도 나라의 전략적 지위가 비상하게 강화되고 급속한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것”도 “주체사상의 정당성과 생활력에 기반한 영웅적 투쟁”에서 나오고 있다고 선동했습니다. 이어서 “주체사상은 현 시대뿐 아니라 미래의 전역사적 시대를 대표하는 혁명사상”이며, 주체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정식화하고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에 나선 김정은은 “천리혜안의 선견지명을 갖고 있는 사상이론의 거장, 걸출한 위인, 희세의 정치가”라며 개인숭배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주체사상을 “인류사상사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가장 정당하고 보편적이며 생활력 있는 사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사상의 생명력은 인류의 당면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제시한 대안이 결실을 맺게 될 때 인정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주체사상은 70여 년이 넘도록 북한 주민들이 당면하고 있는 기초적인 식의주(食衣住)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생명력이 인정될 수 없습니다. 한 때 급진세력들이 목숨걸고 추종했던 맑스-레닌주의와 스탈린주의, 모택동주의 사상은 그 생명력이 다돼,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습니다. 김일성이 만들었다는 주체사상은 이미 폐기처분 된 이들 사상을 모방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주체사상이 영생불멸의 ‘거대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인 몽상에 불과합니다.
오중석: 북한은 주체사상을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전역사적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 사상가들의 ‘연대기적 오만함’이 갈수록 극치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북한 사상가들의 지적인 폐쇄성과 무지를 드러낼 뿐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상이라도 시대적 배경과 상황이 변화면, 생명력이 소진되기 마련이고, 정당성도 그 시대에 국한되며, 그 교훈만 이어지는 것이 상례입니다. 북한이 주체사상에 의거해 ‘일본 및 미국 제국주의’와 싸워 이겼다거나 광복직후 반제반봉건혁명과 사회주의혁명을 이룩해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주체사상이 정립된 것은 1970년 전후입니다. 또한 지구촌의 미래시대는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기술이 인류발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미래시대에는 개혁과 개방을 통해 이런 기술력을 수용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실용주의사상만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수령에 대한 신격화, 맹목적인 충성, 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과 의리, 사회주의 도덕과 품성, 자력갱생만을 강요하는 주체사상은 북한의 미래는 물론, 현 시기도 대표할 수 없는 ‘낡은 사상’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이번 노동신문 논설을 통해 주체사상을 고집하고 나선 배경과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이 주체사상을 ‘유일지도사상’으로 계속 유지해 나갈 것임을 천명한 것은 ‘비핵화’ 보다는 ‘핵 보유국지위’를 선호하고 있다는 징표로 해석됩니다. 북한은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무산으로 김정은 지도력의 무오류성 손상, 당 노선 및 정책의 흠결, 절호의 경제회복 기회상실, 주민들의 내일에 대한 절망감 증폭으로 ‘총체적 위기국면’에 직면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년동안 지속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주민들의 경제적 삶을 고난의 행군시기보다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협상과 타협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지만 주체사상의 경직성은 ‘핵 보유국’이라는 목표에서 벗어나는 외교적 협상과 타협을 ‘적들에게 굴복’하는 것이라며 불허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주체사상에 따라’ 핵 무기를 만들었듯이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길도 주체사상에서 찾을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유일사상체계의 질곡이 새로운 속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오중석: 주체사상의 위대성 선전과 ‘김씨 일가’의 ‘사상적 업적찬양’ 일색으로 작성된 이번 논설이 북한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체제는 주체사상으로 인해 정치, 경제, 사회적 모순이 이중삼중으로 중첩돼있어, 앞으로 나갈 수도, 뒤로 후퇴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위기를 재생산해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모든 체제모순의 근원인 주체사상의 해독과 해악을 들어내 해체하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인류사상사에서 인류발전에 공헌한 사상들을 가감 없이 수용하여 북한이 당면한 현실문제 해결에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논설은 검증되지도 않는 주체사상의 ‘유익’과 ‘위대성’을 설파하고 ‘김씨 일가’의 사상적 업적을 내세우는데 주력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주체사상을 ‘만능사상’ 사상인양 선전하고 주민무장을 강요하고 있지만 오늘의 비참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주민들은 주체사상이 정상적인 혁명사상도, 정치사상도 아니며,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주는 종교사상도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씨 일가의 세습독재와 개인숭배 사상으로 전락한 주체사상이 주민들의 마음을 더 이상 움직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