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자본주의비난일색은 자승자박”

북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9차 대회 포스터.
북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9차 대회 포스터.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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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4월 1일자 6면에 게재된 “모순과 대립의 격화는 자본주의의 필연적 산물”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자본주의를 “인민대중의 지향과 요구를 무참히 짓밟는 가장 횡포한 억압제도이며 착취제도”라고 주장하면서, 자본주의의사회의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 우월성 선전을 “근로대중의 계급의식과 반항의식을 무마”시키고 온갖 계급적 모순과 부패를 가리기 위한 감언이설이자 기만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한 정치, 경제, 문화, 보건 등 자본주의사회의 제도적 구조가 ‘극소수 특권계층의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고 합리화하고 있다며 자본주의에 대한 투쟁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자본주의제도에 대해 얼마나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는 지를 잘 보여주는 기사라고 하겠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김정은 정권출범 이후 자본주의 경제운영방식을 기업과 농업관리분야에 과감하게 적용함으로써 인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향상되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제도의 실질적인 효과가 입증되고 있음에도 자본주의 제도에 대해 조목조목 비난하는 기사가 게재되었다는 것인데요. 기사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말씀하신 대로 북한은 1980년대 중반부터 자본주의제도를 북한 경제에 접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합영법을 제정하고 나진선봉지구 경제특구를 운영하였으며, 개성공단도 가동하는 등 선진자본주의국가들과 한국기업의 자본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한바 있습니다. 이런 행적에 비추어 자본주의제도를 무시하며 비난하고 나선 것은 이율배반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는 데요. 노동신문 기사의 자본주의 제도 비난은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첫째, 자본주의 정치제도는 근로인문대중의 자주적 권리를 유린하는 가장 반동적인 정치제도라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사회의 정치는 독점재벌들이 좌지우지하며 철두철미하게 착취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선거제도 역시 돈이 없으면 선거에 나설 수 없게 되어 있고, 지방의회부터 국회에 이르기까지 각급 주권 기관들은 모두 착취계급의 대변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군대와 경찰은 자본주의제도를 옹호하고 인민들은 탄압하는 수단이고, 각종 법들도 근로대중에게 복종과 예속만을 강요하고 그들의 의사와 요구를 유린, 말살하는 강권정치의 도구라는 것입니다. 북한의 사회주의정치제도야 말로 이와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적반하장격인 비난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둘째, 자본주의 경제제도는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 분화를 낳는 가장 반동적인 경제제도이며 자본가들의 무제한한 탐욕을 충족시키는 악랄한 착취제도라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사회는 고리대에 의한 착취, 강압적인 각종 세금부담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에 이와 같은 부정적 요소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와 기업, 그리고 근로자들의 개선노력이 끊임없이 전개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들이 법적인 권리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이번 노동신문 기사는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셋째, 자본주의문화제도는 자본가계급의 이익실현에만 철저히 복무하는 가장 반동적인 문화제도로 근로인민대중의 혁명의식을 마비시키고 그들을 억압착취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으며 문학예술도 사람들을 부화, 타락하게 만들고 계급의식에 해독적인 작용을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과 문화예술은 인간의 삶을 바르고 풍요롭게 하는데 있어야지 혁명과 투쟁에 얽매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독선에 불과합니다.

넷째, 자본주의보건제도 역시 한줌도 안 되는 지배계급의 이익에 맞게 보건의 목적이 설정되고 온갖 보건법과 규정이 작성되며 정책이 세워지고 집행된다는 것입니다. 어느 제도나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는 없으며 사회의 발전에 따라 요구수준도 높아짐으로 지속적인 개선과 혁신이 뒤따르게 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하고 한국과 미국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4월과 5월에 연이어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자본주의국가들과의 적극적인 교류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자본주의제도를 전면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낸 배경과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자본주의제도는 현 시점에서 전 지구적 차원의 경제제도입니다. 또한 각 나라마다 자본주의의 정착수준과 발달단계가 다르며 선진자본주의국가가 있는가 하면 러시아와 동유럽국가들처럼 공산권 몰락 이후 자본주의를 도입한 후발 자본주의국가도 있습니다. 이번 노동신문기사는 이처럼 다양한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나타난 부정적인 모습들만 모아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북한이 자본주의국가들 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선전함으로써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체제안정을 도모하는데 그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북한이 정상회담 정국에서 어떤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사회주의제도를 포기하거나 자본주의제도를 순수하게 용인하는 수준의 합의나 교류협력은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상대국들에게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스스로 ‘지구상에서 사회주의제도의 마지막 보루’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노동신문 기사가 당연시 될 수 있습니다만, 자본주의국가들과 교류협력 없이 생존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볼 때 합리적인 기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비난 일색의 기사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한국의 예술단이 평양을 방문하여 동평양극장에서 공연을 가졌고 이 자리에 참석한 김정은은 한국의 예술단과 함께 박수도 치고, 기념촬영도 하였으며 이런 모습은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앞으로 북한은 남북교류협력은 물론 미북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미국과의 교류협력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준비해야 할 처지에 있습니다. 이런 한반도정세의 급격한 변화는 일본 또는 러시아와의 활발한 교류협력의 장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급격한 북한의 대 자본주의국가들과 갖는 대외활동이 북한 주민들에게 주는 충격은 대단할 것입니다. 북한의 ‘사회주의이념’과 ‘현실’이 따로 놀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일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북한 주민들이 ‘체제이념’과 ‘현실’의 차이를 깨닫고 이념보다 현실의 정합성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면 북한 사회는 겉잡을 수 없는 정치사회적 격량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이념에 얽매이기 보다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바탕을 둔 논조와 정론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자본주의제도의 부정적 요소들을 강조하여 주민들을 투쟁의 전사로 만들기 보다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자본주의제도의 긍정적인 요소들도 함께 보도함으로써 주민들이 균형 잡힌 세계관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런 노력만이 체제생존의 유일한 길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