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최고인민회의 계기, 김정은 통치력 극찬 및 자력갱생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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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4월 13일자 8면에 수록된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의 두리에 굳게 뭉쳐 주체혁명의 새 시대를 위대한 승리로 빛내어 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지난 4월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 개막과 함께 김정은 정권 제2기가 시작된 것을 계기로 김정은의 통치력을 극력 찬양하는 한편, 자력갱생을 ‘최고인민회의 제14기의 기본정신’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이 김정은 정권 2기의 정책적 윤곽을 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김정은이 국무위원으로 추대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지난 7년세월은 “희세의 정치가, 강철의 영장, 창조의 거장인 김정은 동지의 위인적 풍모가 남김없이 과시되고, 가장 준엄한 시련 속에서 반만년 민족사에 특기할 위대한 승리와 세기적 변혁이 이룩된 나날이었다”며 김정은의 통치력을 극찬했습니다. 또한 김정은은 “보통의 국가지도자들이 수십 년이 걸려도 이룩할 수 없는 거대한 업적을 쌓아 올리고 사상과 영도, 인품과 덕망에서 제일이며, 희세의 사상이론가”라고 칭송했습니다. 특히 “김일성-김정일주의 정식화로 혁명의 백년대계 전략과 강국건설의 웅대한 설계도가 마련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제국주의 침략위협을 종식시키고 평화수호를 위한 강력한 보검을 마련한 것은 김정은의 업적 중에 업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자력갱생을 번영의 보검으로 틀어 쥐고 전당, 전국, 전민이 총돌격전, 총결사전을 과감하게 벌릴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내용으로 볼 때 김정은 정권 2기는 김정은 우상화 사상사업을 축으로 사회통제를 강화하고 주민노력동원방식으로 북한체제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입니다.

오중석: 김정은 정권 2기 출범을 알리는 노동신문 사설이 김정은 개인의 통치력에 대한 찬양일색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정상적인 사설이라면 김정은 정권 1기의 정책과 노선, 전략과 전술에 대해 공과(功過)를 평가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며, 김정은 정권 2기의 새로운 정책과 노선에 대한 실천과제와 방법, 지침을 주민들에게 알기 쉽게 정리하여 그 의의를 전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노동신문 사설은 김정은에 대한 ‘용비어천가’식 개인찬양으로 일관했습니다. 마지 못해 김정은 정권 2기 대내통치방식과 관련하여 북한 역대 정권들이 초지일관 강조해온 ‘자력갱생’을 또 다시 촉구하는 선에서 글을 맺었습니다. 이처럼 사설내용이 부실하게 작성된 것은 북한의 이번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가 대외협력과 교류에 기반한 체제발전과 주민들의 앞날을 구상하고 보장하는 ‘미래지향적인 회의’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핵 무력 보유와 세습독재정권의 공고화를 목적으로 하는 ‘과거회귀적인 회의’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제국주의침략위협을 종식시킨 보검마련’을 김정은의 ‘최고업적’으로 앞세웠는데요. 보검마련을 강조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여기에서 언급한 ‘보검’은 ‘핵무기’의 은유적 표현입니다. 현재 북한의 가장 큰 고민은 ‘핵무기도 보유하고,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도 풀어 빈사상태에 있는 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정상회담전략’이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한 치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핵무기를 고집하는 한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핵무기개발로 세계평화와 역내안보를 위협하면서 북한의 안전과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북한의 셈법은 실현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김정은의 핵무기개발을 ‘최고업적’으로 칭송한 것은 미국에 ‘핵무기포기 절대불가’를 선언하는 메시지이며, 주변 관련국들에게는 ‘핵무기보유전략’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고, 대내적으로는 주민들에게 ‘핵 무력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하여 정치적 단결을 꾀하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북한이 미국 및 한국과의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자력갱생노선’을 들고 나온 배경과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올해 들어 김정은 신년사와 노동신문 1월 4일자 사설을 통해 “자력갱생노선”을 강조하기 시작하였으며,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여곡절을 겪을 때마다 ‘자력갱생’을 북한 체제유지와 발전수단의 ‘마지막 보루’로 선전해왔습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제14차 제1기회의에서는 자력갱생을 김정은 정권의 ‘기본정신’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이번 사설은 자력갱생을 ‘번영의 보검’으로 삼고 모든 전선에서 총력전을 전개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자력갱생노선을 천명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자력갱생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은 어떤 형태의 대외적 압박과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핵 보유’라는 자기 길을 가겠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대미(對美) 핵 협상은 물론 대남(對南) 대화와 교류협력에서도 자기방식과 방법이 아니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배수진을 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비타협적이고 경직된 노선으로의 ‘출구 없는 후퇴’는 스스로 자신을 결박하는 자승자박의 악수(惡手)로 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사회 전 분야에서 자력갱생의 체질적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이번 사설이 북한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주민들은 지난 70여년 동안 쉬지 않고 노동력을 착취당했습니다. 김일성 시기에는 새벽 별 보기운동, 천리마운동에 내몰려 허리를 펴 본적이 없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100일전투, 200일 전투에 끌려 나와 숨도 돌릴 틈 없이 강도 높은 육체노동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정권은 무모한 핵개발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로 인해 파탄난 경제를 살리기 위해 70일, 200일 전투를 전개한데다 만리마 운동까지 부과함으로써 장기간의 노력착취에 찌든 주민들의 육체와 정신은 망가지기 직전 상태입니다. 노동신문이 자력갱생을 제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주민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불평 불만 외에 그 어떤 성과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