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4월 18일자 1면에 수록된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의 시정연설을 깊이 학습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김정은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 2일차 회의에서 발표한 “현 단계에서의 사회주의건설과 공화국 정부의 대내외정책에 대하여”제하 시정연설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 적시하면서 주민들의 ‘시정연설 학습 열풍’을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이 김정은의 시정연설에서 특별한 대목을 선별하여 강조했다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북한의 현재 역사적 임무는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와 사회주의 강국건설 위업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의 시정연설은 “김일성-김정일주의의 국가건설 사상과 업적이 집대성되어 있고 사회주의 위업을 완성하기 위한 방향과 방도가 뚜렷하게 명시되어 있다”며, “문답식 학습경연, 출근길 방송, 포전 선동, 예술선동대 활동을 통해 온 나라가 ‘시정연설 학습열풍’으로 들 끓게 하라”고 독촉했습니다. 시정연설 학습 목적은 “북한의 현재 중심과업이 자위적 국방력 강화라는 사실과 그 실천방법에 대한 인식에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남북관계에서 한국이 ‘자기책임’을 다하며, 미국은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관계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런 입장을 사상학습을 통해 주민들에게 깊이 인식시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시정연설 관철을 위해 일별, 월별, 분기별 계획을 무조건 수행하는 것을 체질화, 습벽화 시킬 것을 주문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김정은 시정연설 내용 중에서도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내세웠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은 김정은의 시정연설을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집대성된 노작”으로 선전하며 전국적인 학습 열풍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설은 ‘김정은의 시정연설’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상과 정신, 업적’을 완벽하게 계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수립한 대내외 정책은 북한 사회주의 위업을 완성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며 ‘노작 칭송작업’에 열을 올렸습니다. 바꾸어 말씀 드리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김정은을 “통치 이데올로기의 완벽한 계승자이자 실천가”로 포장하는 데 진력한 것입니다. 이런 과대포장이 노리는 것은 김정은의 ‘정상외교 성과 부진’으로 입게 될 ‘지도력 손상’의 문제를 김일성과 김정일의 정치사상적 업적에 기대여 해소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문제해결 시도는 시정연설이 제시하고 있는 투쟁과업이나 실천 방향 및 방법들이 김정은 선대(先代)들이 이미 활용한 바 있는 상투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김정은의 지도력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주민시정연설 학습’에서 ‘한국이 자기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당(黨) 입장’을 깊이 인식시키라고 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여기서 한국의 ‘자기책임’이란 김정은이 시정연설에서 한국 대통령에 대해 행한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고 “북한의 입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추어 말이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을 두고 한 말입니다. 이런 비난은 무례 무도한 언어적 테러입니다. 한국 대통령의 임무는 헌법 제66조 2항에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김정은 시정연설은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제일 먼저 강조하여, 한반도 전역에 대한 적화의지를 노골적으로 표방했습니다. 한국의 대통령에게 북한의 입장과 의지를 따르라는 주장은 ‘대통령직을 포기하고 적화를 꿈꾸고 있는 북한 편에 서라’는 협박으로 엄중한 도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최후 통첩식’ 겁박은 북한이 그 동안 남북관계에서 운운 해온 ‘평화’가 완전한 가식(假飾)이었다는 것을 말해 줄 뿐입니다.
오중석: 북한 정권이 김정은 시정연설을 이 시대의 ‘최고 노작’으로 선전하며 ‘전 주민 무장화’에 나선 배경과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정권은 ‘핵무기 보유국 지위’ 유지라는 아집(我執)에 사로 잡혀, 개혁개방과 대화 및 교류협력을 통해 정상국가로 발전하는 길을 방기(放棄)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정연설은 “핵무기는 절대포기 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닥쳐올 고난과 시련을 자력갱생으로 헤쳐나가겠다”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오기(傲氣)에서 나온 것입니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고집하는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장기화로 인해 체제의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위기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이런 위기를 내부의 낡은 사상정신적 자원만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북한 통치세력들의 자만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와 ‘주민들의 시정연설 체득화’를 선동하고 있는 이번 사설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주체사상과 선군 사상을 중핵으로 하고 있는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세계사회주의 진영에서 조차 가장 후진적이고 봉건적인 사상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물론이고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무너지기 전 ‘인민민주주의’를 채택했던 지구촌의 공산국가들도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해서는 이단시 했습니다. 선군 사상 역시 혁명의 수단이자 무기인 군(軍)을 혁명의 제1주력군으로 편성하여 혁명과 건설의 주요 주체로 앞세웠습니다. 이런 위법은 노동자와 농민, 청년학생, 진보적 지식인을 혁명의 주력군으로 편성하는 사회주의혁명 원칙에서 벗어난 원칙파괴였습니다.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시대착오적인 과오와 결함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번 김정은의 시정연설이 문제투성이의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집대성하고 있다는 선전이나 ‘주민체득화 학습’을 접하면서 암울한 감정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