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판문점 선언’에 머물지 말고 비핵화 구체성 보여야”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30일 방영한 남북정상회담 기록영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서명한 '판문점 선언'이 비춰지고 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명시한 판문점 선언 조항(붉은색 밑줄 표시)등이 화면에 방영됐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30일 방영한 남북정상회담 기록영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서명한 '판문점 선언'이 비춰지고 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명시한 판문점 선언 조항(붉은색 밑줄 표시)등이 화면에 방영됐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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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4월 28일자 3면에 게재된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 “기사 입니다. 이기사는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 비핵화’를 주요 의제로 회담을 열고, 합의결과를 정리하여 발표한 ‘판문점 선언’ 전문을 그대로 전제한 것입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은 2000년 6.15공동선언, 2007년 10.4공동선언에 이어 3번째 이며, 3개 조 13개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일부 조항은 기존의 공동선언에 담긴 내용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으나 핵심 의제로 관심을 모았던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내용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오중석: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인 남북한이 냉전의 잔재를 씻어내고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반도 안정과 세계평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환영 받을 만한 일이며 지속되어야 할 일입니다. 북한 주민들 역시 이번 ‘판문점 선언’을 접하고 나서 남북한의 갈등과 대결의 역사를 청산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조속히 정착되길 희망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텐데요. ‘평양 선언’의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번 ‘평양 선언’은 김정은 정권이 남북한간 대립과 갈등을 6년여에 걸쳐 최고조로 끌어 올린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180도로 선회하여 대남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 정상회담을 요청하고, 한국이 이를 포용하면서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습니다. 급하게 이루어지는 일들이 그렇듯이 ‘판문점 선언’ 내용 역시 ‘희망적인 부분’이 있는가 하면 ‘미흡한 부분’이 있고 또 ‘실망스런 부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그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평양선언 제 1조입니다. 제1조는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관한 내용으로 모두 6개항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제1항은 ‘민족자주의 원칙’아래 기존에 채택한 남북선언과 모든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여 관계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 나간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주요 선언과 합의로는 6.15공동선언(’00)과 10.4선언(’07),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91), 남북기본합의서(’92), 9.19합의(’05)와 2.13합의 및 10.3합의(’07) 등이 있습니다. 지금 언급된 선언과 합의들이 이행되었다면 한반도의 평화의 봄은 이미 꽃을 피웠을 것입니다. 제2항은 남북고위급회담과 분야별 대화 및 협상을 개최하여 합의내용 실천을 위한 대책을 수립한다는 것이며, 제3항은 개성지역에 남북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한다는 것입니다. 제4항은 남북 협력과 교류, 래왕과 접촉을 활성화 한다는 것이고, 제5항은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여 이산가족과 친척상봉 문제를 협의 해결해 나가며 오는 8.15를 계기로 가족과 친척상봉을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제6항은 민족경제의 균형적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 서해선 철도와 도로연결을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제2조는 한반도 군사적 긴장상태완화와 전쟁 위험의 실질적 해소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것으로, 제1항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며, 확성기방송과 삐라살포 같은 모든 적대행위 중지와 수단 철폐,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제2항에서는 서해 ’북방 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화 하여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 보장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습니다. 제3항은 남북관계 활성화를 위해 군사적 보장 대책을 취하며 이를 위해 국방장관과 군사 당국자 회담을 자주개최하고 5월 중에 장령급 군사회담을 열기로 한다는 것입니다.

제3조는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하고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적극 협력한다는 것으로, 제1항은 남북 불가침합의를 재확인하고 준수해 나간다는 것이며, 제2항은 군사적 긴장해소와 군사적 신뢰가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 군축을 실현하기로 하였습니다. 제3항에서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제4항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하였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이번 ‘판문점 선언’ 전문을 남북정상회담 다음날 아침 노동신문에 전격적으로 공개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판문점 선언을 즉각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이번 ‘판문점 선언’에 적시된 내용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9.19공동성명’, ‘2.13합의’ 내용에 못 미치거나 이에 준하는 내용들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판문점 선언’ 전문을 보여줌으로써 이번 정상회담에서 전혀 ‘손해 보는 회담’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려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하여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지만, 한국으로부터 환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선전하려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 동안 북한이 보여준 대남 유화 제스처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몰릴 때로 몰린 위기상황을 극복해 보려는 목적에서 비롯되곤 했습니다. 이번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미북 정상회담의 전제가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판문점 선언은 일촉즉발의 전쟁분위기를 진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입니다. 또한 선언문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되었다는 점에서 이전의 정상회담과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 비핵화와 관련하여 비판적인 여론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판문점 선언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현웅: 정상회담이 일괄타결 방식의 결과를 폭넓게 담을 수 밖에 없는 회담성격상의 한계가 없진 않으나,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이 빠져 있다는 부분입니다. 북한 핵 문제는 지난 30여 년 가까이 지속된 난제이지만 한 때는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들까지 합의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행과정에 북한의 잦은 거부로 무산되었습니다. 이런 과거의 북한 행태에 비추어 볼 때 이번 ‘판문점 선언’ 역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재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오중석: 이번 ‘판문점 선언’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모호한 표현으로 제시된 북한 비핵화 부분’이 미북 정상회담과 향후 각종 남북회담과정에서 선명하고 투명하게 설명되고 북한의 철저한 이행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