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5월 25일자 1면에 수록된 ‘온 사회에 아름답고 고상한 도덕기풍을 철저히 확립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북한이 사회주의 강국건설을 위한 전환적 국면을 열어 나가고 있는 오늘, 전 사회적(全社會的)으로 ‘사회주의도덕기풍’을 세우는 사업이 중요하다며 주민들에 대한 정신적 통제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오중석: 북한 통치세력들은 만리마 속도 창조운동을 거세게 몰아치며 주민들에 대한 육체적 통제에 들어간지 얼마 안됐습니다. 이번엔 사회주의 도덕기강을 앞세워 주민들에 대한 정신적 통제에 나섰다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더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사회주의도덕기풍’을 확립해 나서야 할 이유를 “제국주의자들의 공화국 허물기 차단과 혁명의 전취물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최고영도자의 숭고한 풍모를 체질화 할 때 혁명대오는 그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사상의지적, 도덕의리적 통일체로 더욱 공고해지고 일심단결의 위력으로 전진할 수 있다”며 내부결속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혁명선배와 스승에 대한 존경, 가정과 직장, 사회생활에서의 예절 지키기, 공중도덕과 질서유지, 옷차림과 머리단장에서 비문화적 이색풍조 및 질서문란현상에 타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도덕교양을 정치사상사업의 중요한 고리로 틀어 쥐고, 도덕기풍확립을 위한 된바람을 세차게 일으켜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주민 사상통제를 목표로 한 대(對) 주민 선전활동에 나설 때 마다 외부사조를 “사회주의의 최대적(敵)이자 최고의 악(惡)”으로 비난해왔습니다. 이번 역시 높은 비난 수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 내용을 소개해주시고 이런 비난선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부르주아사상과 생활양식을 “잡사상, 잡귀신”으로 몰아 부쳤습니다. 동서진영의 어느 경제공동체를 막론하고 부르주아 사상과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경제적 풍요를 이룩한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습니다. 이것은 역사적 현실입니다. 그래서 과거 공산주의 대가들도 1단계 부르주아혁명을 거쳐 필요에 따른 분배가 이루어질 만큼 높은 생산력을 확보한 후에야 2단계 사회주의혁명에 성공할 수 있고 공산주의사회도 실현할 수 있다고 봤던 것입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회주의 나라들은 1단계 부르주아혁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고 방기함으로써 사회주의 유지에 필요한 경제적 부를 창출하지 못하고 결국 무너졌던 것입니다. 이런 역사적 진실을 가볍게 봐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대(對) 주민 사회주의도덕 교양에서 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최고영도자의 숭고한 풍모를 체질화시키라”고 주문했습니다. 이것은 김정은에 대한 개인숭배를 강요한 것인데요. 사회주의도덕과는 거리가 먼 지시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그렇습니다. 이번 사설은 “모든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사회주의도덕기풍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김정은 동지의 숭고한 도덕관을 따라 배워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그 이유는 “김정은이 혁명적 동지애의 고귀한 전통을 빛나게 계승 발전시키고 있고, 수령들에 대한 절대적 충정과 혁명선배들에 대한 존경, 동지들과 인민들에 대한 열화 같은 사랑이 만 사람의 심장을 울려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적었습니다. 사회주의에서 지도자에 대한 개인숭배는 금기사항입니다. 전체주의와 집단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사회주의에서 개인의 존재는 그가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 하더라도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이상, 집단주의원칙을 벗어나 숭배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 원칙을 저버린 사회주의 통치자들은 모두, 성난 대중의 격하운동 대상으로 전락하여 처참한 말로를 겪었던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 통치세력들은 만리마 속도창조운동으로 인해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차에 또 다시 주민들의 도덕기강을 잡는다며 정신적 통제조치에 나섰습니다. 북한이 도덕을 빌미로 사상적 억압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원인과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현실과 이념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사설은 주민전체가 애국집단을 이루어야 한다며 집단주의를 강조했습니다. 개인주의와는 달리 집단주의를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집단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자와 구성원의 식(食) 의(衣) 주(住) 문제해결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현재 북한은 집단주의를 유지할 만한 사회경제적 기본구조가 무너진 상태입니다. 또한 북한 매체들은 ‘사상, 기술, 문화’ 3대혁명을 부르짖고 있는데요. 여기에서 사상혁명은 ‘인간개조’를 뜻하고 기술혁명은 ‘자연개조’를 의미하며, 문화혁명은 ‘사회개조’를 말합니다. 3대 혁명 중에서도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인간개조를 사명으로 하는 사상혁명입니다. 인간개조 없이는 사회주의를 이룩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간은 그냥 놔두면 자본주의적 본성이 독버섯처럼 자라나 사회주의를 망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끊임 없는 사상통제의 정당성을 찾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의 국제적 고립은 점점 더 심화되고 내부 어려움 역시 갈수록 커져갈 것입니다. 주민들의 노력동원과 정신적 통제로 난국을 타개하려는 이번 사설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통치세력들이 주민들에 대해 극단적인 육체적 정신적 통제에 나선 것은 북한의 사회주의적 집단주의문화가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어느 정치체제든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의와 적극적인 동참 없이는 건전하게 유지되지 않습니다. 북한체제는 주민동원수단으로 무상교육, 무상치료, 식량과 주택의 무상배급을 활용해왔습니다. 그러나 배급제는 사라지고 돈 주로 불리는 신흥부자들이 생겨났습니다. 초보적이지만 화폐경제와 개인상업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자본주의적 경제현상과 이에 따른 주민들의 자연스러운 자본주의문화욕구를 통제와 억압으로 잠재우려는 이번 노동신문 사설의 처방은 북한체제의 앞날을 위한 전향적인 대응방책이 아닐뿐더러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