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빈곤의 함정’탈피 위해 경제체제전환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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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6월 2일자 1면에 수록된 “경제건설대진군에서 일군들의 책임성과 역할을 더욱 높이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조선노동당이 지난 4월 20일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 채택한 ‘새로운 전략노선’의 당면 목적과 전망을 제시하면서 경제 일군들과 조직들의 ‘역할 및 지도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하며 체제위기 극복과 안전보장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체제위기 초래의 근본 원인인 북한식 사회주의경제 체제와 운영방법에서는 기존 방식의 철저한 고수를 주장함으로써 심각한 ‘정세 인식의 부조화 현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중석: 동아시아 사회주의 국가들은 이미 경제발전을 위해 경제체제 전환조치를 신속하게 단행했습니다. 중국의 1972년 ‘개혁∙개방정책’, 베트남의 1986년 ‘도이모이(Doi Moi)정책’과 라오스의 1986년 ‘신경제제도(NEM) 도입’, 캄보디아의 1996년 ‘사회경제부흥계획’ 등이 그 사례입니다. 북한의 경제체제 전환 조치는 이들 동아시아 사회주의국가들의 시점과 비교해 볼 때 너무 늦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존 경제체제 고수입장을 내놓고 있다는 것인데요 관련 기사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이 강조하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새로운 전략노선’의 당면목표를 “모든 공장, 기업소들에서 생산정상화의 동음이 세차게 울리게 하고 전야마다 풍요한 가을을 마련하여 온 나라에 인민들의 웃음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게 하는 것”을 제시하고 장기적인 전망을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며 전체 인민들에게 남부럽지 않은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적고 있습니다. ‘새로운 전략노선’의 당면 목표와 전망이 합리적인 근거와 객관적인 실현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수치로 적시되기 보다는 ‘뜬 구름 잡기 식’으로 언급되어 있습니다.

둘째, ‘새로운 전략노선’의 운명이 경제일군들의 ‘어깨 위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일군들은 “당정책결사관철로 심장을 불태우며 당의 뜻을 앞장에서 받드는 전위투사가 되고 밑거름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모든 일군들이 신들메를 더 바싹 조여매고 새로운 승리를 향하여 총매진해야 할 시기”라는 것입니다. 당의 사상과 숨결로 숨쉬고, 당과 발걸음을 맞추어 나가며, 혁명승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 당의 노선과 정책에 대한 절대성, 무조건성의 정신을 지니고, 4월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과업들을 끝까지 관철할 불타는 일념으로 심장의 피를 펄펄 끓여야 한다”고 다그쳤습니다.

또한 일군들은 “일별, 주별, 월별 전투계획을 면밀히 세우며 중심고리를 찾아 역량을 집중하여 돌파구를 열어나가고, 대중을 총발동시키는 능숙한 정치활동가, 야전형 지휘관, 사상교양자, 선동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일군들은 현실속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주동적으로 풀어나가며 실천적 모범으로 대중을 이끌어야 하고 힘든 일에 먼저 어깨를 들이미는 용감무쌍한 실천가, 마음속 고충을 풀어주기 위하여 뛰는 인민의 충복, 일감을 자기가 도맡고 혜택은 대중에 돌려줄 줄 아는 참된 진짜배기 일군”이 되어야 한다며 기존의 ‘대안의 사업체계’ 경제운영방식을 강조하였습니다.

셋째, ‘새로운 전략노선’ 결정관철을 위해서는 각급 당 조직들의 역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각급 당 조직들은 일군들에 대한 “사상교양사업을 계속 심화시키고, 당 생활 조직과 지도를 강화”함으로써 “세도와 관료주의, 보신주의와 ‘수입 병’ 같은 그릇된 사상관점과 ‘일본 새’가 나타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고, 경제지도일군들이 “사업의욕과 창발성을 가지고 책임적으로 자기사업을 해나가도록 적극 떠밀어주고 이끌어 주어야 한다”고 지시하였습니다. 경제문제를 경제적으로 풀지 않고 당(黨)이 나서서 사상과 이념, 정치적 지도로 풀어나가려는 고질적인 병폐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거의 매일 ‘새로운 전략노선’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면서 ‘비핵화를 통해 체제안전과 경제건설을 이룩해 보겠다’는 큰 틀의 ‘체제발전 방향’을 강조하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실패한 경제체제와 운영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순된 현실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설을 내보낸 배경과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먼저 미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경제병진노선’을 갑작스럽게 변경한 데 따라 예상되는 일선당원들과 경제일군 및 주민들의 ‘새로운 전략노선’에 대한 의혹과 불만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여집니다. 또한 북한이 ‘가장 모범적인 경제운영방식’으로 선전해온 ‘대안의 사업체계’와 같은 기존 경제운영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일선 당 조직과 일군들의 역할 및 지위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설득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경제는 ‘내 방식대로 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경제지원 보다는 체제안전을 우선적으로 담보해달라는 대화전술적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기존 경제체제와 운영방식을 고수할 경우 북한 경제에 미칠 파장과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현웅: 사회주의 경제의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상품과 노동의 부족’이 공존하는 ‘부족의 악순환’에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 이런 악순환의 장기화로 인해 사상적 충성심으로 똘똘 뭉쳐진 ‘노동력’이 있다 해도 노동의 투입만으로 ‘부족의 경제’에서 탈피할 수 없는 ‘빈곤의 함정’에 빠져 있습니다. 외부 자본과 기술이 ‘빈곤의 함정’에 빠진 북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임에도 이를 외면하고 주민들의 충성심과 희생에만 의지 할 경우 경제회생은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전략노선의 당면 목표로 설정된 “온 나라에 인민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꿈”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버릴 것입니다. 또한 북한 경제실패는 ‘북한 식 사회주의 경제운영방식’에도 그 원인이 있습니다. 경제운영에는 경제논리가 적용되어야 합니다. 충분한 생산력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기술과 노동의 합리적인 결합을 담보하는 운영방식이 필수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완전한 비핵화는 물론, 통치이념과 일당독재, 국가소유제에 대한 과감한 개혁을 실시하고 북한 경제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중앙계획경제체제와 관료기구들에 대한 혁신을 통해 경제강국 건설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 일에 주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난 4월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함으로써 기존 경제체제의 개혁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전략노선’이 무엇인지에 관한 후속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은 채 기존 경제 방식의 틀 안에서 ‘주저 앉겠다’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그 빛이 바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전향적인 경제체제 개혁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