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7월 20일자 6면에 수록된 “주제 넘는 허욕과 편견에 사로잡히면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라는 논설입니다. 이 논설은 한국과 북한이 지난 4월 27일과 5월 26일 두 차례에 걸친 ‘남북수뇌회담’을 통해 남북한간 다양한 대화와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직설적인 비난으로 일관하고 있어 북한의 비핵화 진의를 의심케 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국제사회의 제재와 미국의 군사적 압박으로 인해, 체제존립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 타개를 암중모색하던 중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참여와 연이은 한미(韓美) 정상들과의 회담을 통해 가까스로 위기 돌파의 기회를 잡게 된 것입니다. 이런 흐름으로 본다면, 최근 북한의 갑작스런 대남(對南) 비난 공세는 매우 바람직스럽지 못한 행태입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이 논설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외교안보정책 당국을 비난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그 논조는 매우 거칠고 직설적입니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를 위한 ‘주도적 역할론’은 황당무계한 상식 이하의 궤변이라는 것입니다. 올해 상반기 한반도 역사의 ‘대전환’을 이끌어 낸 것은 ‘천출위인’(김정은)에 의해 시작된 것인데, 남조선 당국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역사의 대전환’을 이끌어 냈다고 사실을 전도(顚倒)하며, 체면도 없이 자화자찬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국제사회 앞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렉쳐’ 내용을 걸고 넘어지며 “제 처지도 모르는 희떠운 훈시”라고 폄하했습니다. 또한 “주변국들을 찾아 다니며 대북제재 압박공세 지지를 구걸하고 아부와 굴종의 악순환 속에서 ‘운전자’는 커녕 ‘조수’ 노릇도 변변히 못한다”고 조롱했습니다. 한반도 전쟁위기를 자초했던 북한이 위기모면을 위해 한 달새 두 차례나 판문점으로 달려와 대미설득을 애걸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둘째, 문재인 정부의 대미(對美), 대북(對北) 정책에 대한 비난입니다. “남조선 당국은 판문점 선언에 도장을 찍고 돌아앉기 바쁘게 미국과 야합하여 극히 모험적인 연합공중 전투훈련을 강행”하고 “국회에서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을 벌려 놓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미국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아무런 실천적 조치들을 취하지 않고 있고, ‘여건조성’을 외워대며 교류협력을 방해하고 제동을 걸고 있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말 꼭지만 떼놓은 채 무기한 표류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어서 “쓸데없는 훈시 질은 한반도 평화과정에 풍파를 일으키고 불순세력들에게 어부지리를 주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악담을 늘어놨습니다.
셋째, 한국 정부에 대한 협박입니다. 한국 정부는 “불순한 대결시대의 사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보수세력이 만들어 놓은 사대와 대결의 족쇄에 묶여,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에서 내달리지 못하고 있다”며 적반하장식 흠잡기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남조선 당국과 통일부 당국자들의 말과 행동, 대결언동 들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면서 “충고하건대 이제라도 제정신을 차리고 외세추종이 아니라 자주통일의 길, 우리 민족끼리의 길에 나서야 한다”고 위협했습니다.
오중석: 북한 김정은 정권의 ‘은둔으로부터의 탈피’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교류협력정책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북한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한국정부에 대해 말과 태도가 돌변(突變)한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의 태도변화는 핵을 보유한 ‘전략국가의 위상’을 흔들림 없이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미끼로 한국과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정상회담을 개최한 데 이어 중국과 피로 맺은 동맹관계를 확실하게 복원함으로써 ‘절대적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었을 뿐 아니라 ‘핵을 보유한 조건’에서도 미래의 체제안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후속협상을 거부한 채, 대내외 선전매체들을 동원해 “새로운 전략국가”로 지위가 격상됐다는 점을 계속 선전하고 있습니다. 대내 통치차원에서 ‘애국심 고취’와 ‘김정은 정권의 업적 찬양’ 소재로 ‘새로운 전략국가’개념을 끊임 없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새로운 전략국가’란 ‘핵 무력을 보유한 북한’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이 ‘북한 비핵화 이행을 주장하는 한국 정부’를 극렬하게 비난하고 나선 것은 ‘북한 비핵화 문제’는 미국과 해결할 사안이므로 한국정부는 나서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런 북한의 무례한 억지는 4.27 판문점선언의 비핵화 조항과 판문점 선언을 확인하고 있는 6.12 미북(美北) ‘싱가포르공동성명’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며,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배반하는 행위입니다. 한미대북공조에 파열구를 내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술책을 다시 들고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 노동신문은 이번 대남 비난논설을 시작으로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까지 악평하는 ‘내정 간섭적’ 비난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남 비난이 ‘북한 비핵화’를 지연, 저지해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측면을 고려 할 때, 북한의 이러한 태도 변화가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미칠 문제점을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무엇보다도 국제사회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에 대한 의심과 의혹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입니다. 그 결과는 다시 대북 강경제재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번 노동신문 논설은 모처럼 한반도 정세의 경색국면이 풀리고 대화정국이 펼쳐지게 된 것이 김정은 정권의 ‘선도적 조치’에 의해 이룩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사실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지난해 북한 경제가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세(2017년 북한 국내총생산 증가률, - 3.5% 추정, 한국은행)를 보였고, 이를 방치할 경우 곧바로 체제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대화에 나선 것으로 보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또한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될 경우 북한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으며,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도 극도로 취약해질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 핵 문제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세계적 범위에서 가장 위험한 안보불안 요인으로 부상해 있습니다.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 시계’를 멈춰 세운다면, 북한의 ‘밝은 미래’ 역시 기약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