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상전만으로는 경제발전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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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8월 19일자 3면에 게재된 “혁명적인 사상공세로 5개년 전략목표수행 증산돌격운동을 힘있게 추동하자“제하의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북한 경제의 침체국면 탈피와 5개년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 생산 단위의 근로자들이 생산증대 운동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추동 하는 당 주도의 사상교육이 철저하게 실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경제침체의 구조적 문제를 경제논리가 아닌 비합리적인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고 있어 조선노동당의 경제지도 방식이 한계에 봉착해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오중석: 북한의 경제 실패 원인은 당의 이념적 통제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 폐쇄적인 자립경제, 주민 노력동원을 중심으로 한 증산운동에 기인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제도와 정책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사설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말씀하신 대로, 북한 경제의 실패 원인들은 1990년대 초반에 이미 규명된 바 있습니다. 무심하게도 사설 내용은 북한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빠트렸던 과거의 경제운용방식을 변함없이 강조하고 있는데요,

첫째, 사상사업(思想事業)은 조선노동당의 기본임무이며 사상사업을 확고히 앞세우고 대중의 정신력을 발동하여 혁명과 건설을 전진시켜 나가는 것은 당의 전통적인 영도방식이고, 주체 사상은 사회주의 건설의 전 노정에서 그 정당성이 확증되었으며, 오늘도 거대한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경제실패의 가장 큰 요인인 주체사상을 거꾸로 경제발전의 ‘최고 요인’으로 둔갑시키고 있으니 그 저의가 의심스러울 뿐입니다.

둘째, 경제건설을 위해서는 “당원들과 근로자들의 정신력을 폭발시키기 위한 사상전, 선전선동의 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김정은의 지시사항에 따를 것을 강조했습니다. 김정은은 삼복더위와 소낙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심자연군, 원산 갈마해안 관광지구 건설장을 비롯하여 방방곡곡을 종횡 무진하는 현지지도를 통해 전체인민들에게 당 정책결사관철의 정신력을 백배로 해주고 있다며 김정은을 ‘솔선수범하는 지도자’로 선전했습니다.

셋째,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수행을 위한 ‘증산돌격운동의 승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사상의 포문을 열고 집중포화, 연속포화, 명중포화를 들이 데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사상전선이 끓는 것만큼 혁명과 건설이 전진하고, 대중의 정신력이 고조되는 것만큼 기적과 혁신이 일어나게 된다”고 선동했습니다. 지금이야 말로 “당 사상사업부문이 혁명의 북소리, 진격의 나팔소리를 높이 울려 온 나라에 증산투쟁, 창조투쟁, 생산돌격전의 기상이 차 넘치게 해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 경제는 당이 직접 개입하는 구조를 갖게 되면서 망가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넷째, 북한 경제건설에서 당의 사상공세가 필요한 이유는 ‘북한의 전진을 가로막으려는 적대세력들의 책동이 더욱 악랄해지고 있으며 조건이 어렵고 투쟁과업은 방대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사상공세를 드세 차게 벌일 때 “수입병, 의존심 같은 사상관점이 극복되고, 원쑤들의 제재책동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상전의 ‘방향’으로는 ①김정은 지도력에 대한 강한 신념 간직 ② 5개년전략의 실현가능성 심어주기 ③출판보도, 문학예술부문의 더 많은 ‘사상의 미사일’ 제작을 제시했습니다.

사상전의 ‘내용’으로는 ①사상교양사업의 강도를 높이고 ②증산돌격운동에서 불굴의 혁명신념과 견결한 투쟁정신을 견지하도록 하며 ③사회주의승리의 필연성을 인식시켜, 최대의 힘으로 증산투쟁, 창조투쟁을 벌려나가도록 하고, ④천리마시대의 투쟁정신과 기풍으로 돌격속도를 최대로 높여나가며, 대중적 영웅주의를 발휘하여 따라 앞서기, 따라 배우기, 경험교환운동을 통해 집단적 혁신을 이룩하고, 사상사업부문에서의 형식주의, 요령주의, 무책임성, 본위주의 같은 불건전한 사상적 요소를 뿌리 채 들어내며 안일해이 나약성, 자만 도취, 조건타발, 거충다짐식의 일하는 방식 제거 등을 거론했습니다. 북한 경제분야가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오중석: 북한 지도부는 구(舊)소련과 동구사회주의권 몰락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사회주의 경제실패의 원인이 ‘경제에 대한 정치사상의 과도한 통제와 개입’에 있다는 ‘사회주의경제학자’의 진단과 평가를 익히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전’만이 북한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선전하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은 정책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먼저 ‘사상전’의 절대적 필요성을 강조하는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이번 ‘사상전’ 강화 주장은, 최근 북한 비핵대화(非核對話)의 교착국면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조치에 대응해 중장기적인 대결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사상적 포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주민들의 경제적 지위향상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서 김정은 정권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계획’의 성과 부진 책임을 모면하고 주민불만을 ‘외부’로 돌려 세습정권의 위상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해보려는 의도도 읽혀집니다. 이에 더해, 경제발전의 필수요소인 ‘자본’의 조달, ‘첨단기술’ 도입, 혁신적인 경제운영방법의 접목이 불가능한 경제체제 특성상 오직 기댈 수 있는 것은 주민들의 노력동원밖에 없다는 상황인식의 절박함에 있다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경제계획의 실패와 장기적 침체국면에 처할 때 마다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보다는 ‘사상전’ 강행을 통해 문제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반복해왔습니다. 북한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번 사설의 ‘사상전 위주 처방’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첫째, 사유재산제도를 없애 생산수단을 ‘국가’ 및 협동단체의 소유로 귀속시키고 있는데요, 이런 제도는 세습독재정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뿐 ‘시장과 가격제도’의 왜곡으로 경제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둘째는 북한이 ‘철의 규율’처럼 추구하고 있는 경제에 대한 ‘당의 집체적 지도’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는 본질적으로 경제발전과는 무관한 ‘정치의식의 고양’에는 효과적이나 정치사상부문의 관료주의적 병폐로 인해 경제적 창의성이 말살되고, 기술수준의 낙후와 산업시설의 노후화 같은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셋째, 노동생산성에 치우친 ‘경제적 군중노선’은 정권 출범 이후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효과 면에서 이미 ‘한계효용의 체감단계’에 들어서 있어 더 이상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 해결 없이 ‘사상전’만 강조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향상욕구를 외면하고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북한 체제의 가장 큰 ‘취약요소’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인민경제발전’과 주민들의 획기적인 경제적 풍요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사상전’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이미 폐기처분을 받은 ‘비인간적인 사회주의 경제제도’를 포기하는 과감한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