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10월 8일자 1면에 게재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혁명적 당 건설업적을 끝없이 빛 내여 나가자“ 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김정일 조선노동당 ‘총비서’ 추대(1997년 10월 8일) 21 돌’을 맞아, 김정일이 김일성의 사상을 이어 받아 북한을 사회주의강국 건설의 토대를 구축했듯이 김정은 시대에도 “사회주의위업의 승리를 위해서는 조선노동당을 김일성- 김정일주의 당(黨)으로 강화, 발전시키고 당(黨)의 영도적 역할을 계속하여 높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원들에게 김정일의 당 관련 업적을 앞세워 주민들에 대한 ‘사상통제’에 나설 것을 주장한 것으로 북한의 사회통제 흐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유훈 통치를 강조하면서 김정일이 과거 중요 직위 취임이나 논문발표, 현지지도가 있었던 날을 기해 김정일의 업적을 부각시키고 이를 절대규범으로 지킬 것을 강요하는 ‘사상통제’를 줄기차게 펼쳐왔는데요.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말씀 하신 바와 같이, 이번 사설은 조선노동당이 북한 주민들을 김정일의 ‘김일성 유훈 통치’와 생전의 업적’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북한 주민들을 혁명과 건설에 충성을 다하는 인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는 ‘사상통제’수단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김정일의 입당 초기 활동과 ‘총 비서’ 당시 업적을 극찬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당 중앙위원회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첫 시기부터 주체사상을 확고한 지도적 지침으로 삼고 혁명적 당 건설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것입니다. 김정일의 영도에 의해 “조선노동당은 강위력하고 가장 권위 있는 혁명적 정당으로 강화발전 될 수 있었고 사회주의 수호전에서 연전연승을 이룩하였으며, 조국번영의 대로를 활짝 열어놓았다”고 찬양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990년대 김정일 통치시기에 ‘고난의 행군’이라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게 됐던 것입니다.
둘째, 김정일이 당 건설과 당 활동에서 “오직 김일성이 가르쳐 준 대로 김일성 방식대로 행함으로써 ‘새로운 높은 단계’를 이룩했듯이 이를 귀감으로 삼아 ‘수령의 유훈과 위업’을 충직하게 받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김정일은 김일성의 ‘총대중시사상’을 ‘선군 정치이론’으로 심화 발전시키고 김일성 수령의 혁명사상으로 전당을 일색화하는 사업을 힘있게 펼침으로써 조선노동당을 “인민대중 속에 뿌리내리고 인민들과 ‘뜻과 정으로 혼연일체’를 이룬 혁명적 당, 어머니 당으로 강화 발전시켰다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북한 사회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호주로 하고 조선노동당을 어머니로 하는 ‘가부장적 사회체제’라는 것을 말해주고 북한사회의 ‘전체주의속성’을 대변할 뿐입니다.
셋째, 김정일의 당 건설 업적 중에서도 모든 문제를 혁명의 주체인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 인민대중의 힘”으로 풀어나가는 ‘주체의 영도방식’을 철저하게 구현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만이 “제국주의자들의 전대미문의 제재와 봉쇄와 내부 와해책동이 맥을 추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 개발과 최근 비핵화 문제결정에서 북한 인민들의 의사나 의견을 수렴한 적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김정일 시대 때 조선노동당 정치국이 유명무실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넷째, 김정은 역시 김정일의 당 건설 위업을 그대로 이어받아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빛나게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고 칭송하면서 엄격하게 추진해야 할 당 건설 사업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전체 당원들과 인민들은 김정일의 사상과 이론 업적을 연구 체득하여 뼈에 쪼아 박으며, 유훈을 당 강령으로 틀어쥐고 집행하여 모든 사업을 김정일 사상과 업적을 빛내는데 복종시키고, 모든 문제를 당의 유일적 영도 밑에 처리하고 하부 말단에 이르기 까지 혁명적 규율과 질서를 세우라는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통제만능주의’ 나라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김정은 정권 초기에는 장성택 처형과 같은 물리적 통제를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최근에 들어와 사상적 통제를 강화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국가의 사회통제에 관한 연구는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북한의 사회통제는 선전선동을 통한 사상적 통제, 조직과 단체를 통한 생활통제, 가혹한 징벌규정에 의한 물리적 통제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 관철 주장이나 개인숭배 조장은 사상통제의 범주에 속하며 인간개조와 사회개조라는 사회주의사회 건설 목표와 맞물려 가장 널리, 그리고 가장 집요하게 동원하고 있는 사회통제방식 입니다. 이런 점에 방점을 두고 살펴볼 때, 남북관계 활성화와 대미 관계 개선 시점에서 외부의 비난을 초래할 수 있는 물리적 통제보다는 국제사회의 내정불간섭 원칙을 방패막이로 삼을 수 있는 사상적 통제를 선호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비핵화 정국’에서 대내외 정책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사상적 혼란을 느낄 수 있는 당원들과 주민들의 동요를 차단하고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통해 정권의 안정을 도모해보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 정치의 특징 중 하나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전 교시와 말씀, 그리고 그들의 통치사상과 통치방법을 영원 무궁히 따른다는 ‘유훈 통치’ 입니다. 이런 유훈 통치는 사람인 김일성과 김정일을 신과 같은 절대적인 ‘무오류’의 존재라고 가정했을 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사상통제 선전선동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유훈 통치는 사회주의체제에서 금기시하고 있는 권력세습을 실현하고 혈통세습을 이어가는 데서 불거질 수 있는 정치사회적 문제들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고안된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과 같은 현대 국가의 기본 원칙과 시민적 사고 및 교육을 접해보지 못한 북한주민들을 우민화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첨단 정보통신 기기의 발달로 모든 정보접근이 가능한 시대에 북한 주민을 ‘우민화’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접어야 할 것입니다. 선대수령들의 무오류성에 바탕을 둔 시대착오적인 사상통제가 객관적인 성찰 없이 지속된 다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선대 수령들의 ‘무오류성’이 성난 주민들에 의해 강제로 끌어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대접받기를 원한다면 조속한 비핵화뿐만 아니라 ‘통제만능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기본적인 자유를 허용하고 ‘선대 수령들을 신격화 해 무오류성’을 강조하는, 구태의연한 ‘사상통제’방식을 과감하게 청산해야 할 것입니다. 이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