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오늘 다룰 노동신문 기사는 10월 9일자 6면에 실린 ‘핵 화약고로 쓸어 드는 전쟁부나비들은 참혹한 괴멸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라는 제목의 ‘북침핵전쟁연습반대 전민족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 담화’입니다. 북한은 9월 6일부터 노동신문의 대미(對美) 직접 위협 또는 비난 기사를 잠정 중단하고 최근 긴장격화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전가하는 데 주력하는 ‘새로운 보도행태’를 보였습니다. 이 담화 기사는 노동신문의 이러한 ‘갑작스런 보도행태변화’가 무엇을 함의하고 있는지를 파악해 볼 수 있는 ‘주요 분석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정권 차원에서 ‘미국과의 핵전쟁’ 불사를 외치며 ‘대미 결사전(決死戰)’을 공언하던 대결국면에서 한 발짝 물러선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말씀인데요, 이번 담화 기사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시죠?
이현웅: 네, 이번 담화 기사는 지난 보름 동안 비난의 칼끝을 ‘미국’에 겨냥하고 도발과 위협에 집중했던 것과는 달리 ‘한국과 미국’의 대북 대응 동향을 비난하면서 최근 일촉즉발의 ‘긴장조성 책임’을 한미(韓美)양국에 전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책임전가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한반도 긴장격화의 ‘근본 원인’을 미국의 ‘동북아시아정책’에서 찾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핵 전쟁 발발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반(反)공화국(북한)압살과 동북아시아 제패 전략실현을 추구”하는데 있으며, 정세격화 악순환은 “미국과 괴뢰(한국)들이 북침전쟁연습소동에 기승”을 부리는데 있다며 ‘한미(韓美)군사연습’을 트집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미(韓美) 당국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올 여름 합동군사훈련’의 규모를 계획했던 것보다 축소하고, 사전에 훈련의 성격과 내용을 북한과 주변국에 통보까지 했다는 사실은 모두 다 아는 바입니다.
둘째, 최근 ‘최고의 위기국면’에 처해 있는 한반도 정세의 긴장격화 책임도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지난 9월 21일 미국과 한국이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 전략무기의 조선반도순환배치를 확대하기로 모의”하였으며, 이에 따라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들과 핵전략폭격기, 핵잠수함, 핵 항공모함을 비롯한 핵심 전략무기의 출동 정례화 및 회수 확대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책임전가를 위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전략자산들의 빈번한 출동으로 하여 조선반도에는 언제 핵 전쟁 불 집이 터질지 모를 첨예한 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한반도의 긴장격화 원인을 제공한 북한의 도발 사실에 대한 언급이 없이 ‘덮어 씌우기 식’ 선전전(宣傳戰)을 펼치고 있습니다.
셋째, 남북한관계 측면에서 긴장격화의 책임은 한국에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이 북한 발(發) 안보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취한 정당한 조치들에 대해 “인민들의 막대한 혈세까지 섬겨바치며 핵 재앙단지를 끌어들여 남조선을 대국들의 핵전쟁마당으로 제공하는 얼간 망둥이들”이라고 한국의 정책당국을 터무니 없는 이유를 들어 비난했습니다. 한편, 조선반도에 배치된 미국 전략자산들은 1차적 괴멸대상이며 괴뢰(한국)들은 그 곁불만으로도 전멸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며 핵무기 공격을 협박하는가 하면 “현 정세를 절대로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더욱 강력한 ‘초강경 조치’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여 추가 도발을 암시하였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그동안의 극렬한 대미(對美) 비난을 멈추고 이처럼 ‘한반도 긴장격화의 책임전가’ 놀이에 나서게 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이현웅: 네, 북한이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는 북한이 구사하는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식’ 전술중의 하나인데요, 이번 책임전가의 배경과 이유는 다음과 같이 분석됩니다.
첫째는 국내외에 널리 확산돼 있는 한반도 ‘10월 위기설’의 근본 원인이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곧 바로 이어진 ‘화성-12형’미사일의 ‘괌도’를 넘어선 실각발사에 있다는 점을 ‘호도’하려는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담화 기사에서 북한이 긴장조성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한미(韓美)간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협의나 전략자산 한반도 실제 전개’는 북한의 고강도 군사도발과 상대방에 대한 핵무기 선제공격 위협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이루어진 것들입니다. 이런 사실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 찬성아래 대북제재 2371호와 2375호를 연이어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만 보아도 쉽게 이해되는 사안입니다.
둘째는 북한 세습독재정권이 핵개발과 준 전시상태를 장기적으로 이끌어 나감으로써 북한 주민들은 물론 간부들 사이에서도 피로감이 누적되고 전쟁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널리 확산되어 감에 따라 이런 상황이 체제유지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책임전가’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셋째, 북한은 ‘무오류의 최고 영도자’가 통치하는 ‘신정국가’적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오류’의 최고 영도자라는 특성 때문에 김정은이 추진하는 ‘핵 강국 실현’ 과업에 어떤 오류나 이에 따른 책임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책임전가 논리는 북한의 ‘기형적인 이데올로기’에도 그 원인이 있다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현재의 긴장국면 조성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전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북한의 도발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이현웅: 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도발은 지속될 것입니다. 김정은이 지난 10월 7일 조선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핵과 경제 병진노선’과 ‘핵 무력 완성’의 강력한 의지를 재천명 하였고, 일부 언론매체를 통해 미국 서부해안과 뉴욕 앞바다를 겨냥한 군사적 도발을 언급한 적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담화 기사는 그동안 호언장담해온 대륙간탄도탄 미사일(ICBM) ‘훈련발사’를 목전에 둔 ‘잠시 숨 고르기’ 또는 ‘명분 쌓기’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더하여 지난 9월 23일 미국 전략자산의 북한 동해 전개를 북한은 아직도 정확하게 사실 보도하지 않고 있으며, 간접적이고 부분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점으로 볼 때, 미국의 파괴적인 대북 ‘군사 옵션’선택을 지연시키고 핵무기완성을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은밀하게 추진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도발을 아예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오중석: 북한 독재집단은 구태의연한 책임전가 방식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는 것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어떤 길’이 살길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할 상황에 처한 것 같습니다. 이제 무모한 도발을 당장 멈추고 대화의 길로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