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제발전 5개년전략’은 무책임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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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10월 22일자 1면에 있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고지점령을 위한 대고조 진군에 박차를 가하자"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①'대중을 총돌격전에로 추동하는 화선식 정치사업' , ②'황금해 호계렬의 배를 건조' , ③'동제품 생산기지가 꾸려졌다' , ④'증송투쟁의 불길높이 년간 수송계획 완수' , ⑤'기술혁신성과로 석탄생산을 추동' , ⑥'에네르기 절약형 어장 새로 건설' 등 6개의 개별 기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기사들은 하나 같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실현을 위해 김정은이 제시한 '지침'을 충실하게 실천함으로써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부 기사들을 살펴보는 것은 김정은이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갑작스럽게 채택한 '경제발전 5개년전략'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중석: 김정은 정권이 내놓은 '경제발전 5개년전략'은 뚜렷한 목표와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 하고 무작정 목표달성만을 강조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들이 어떤 내용들을 다루고 있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시죠?

이현웅: 네, 6개의 기사 중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기사를 선별하여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첫째, '대중을 총돌격전에로 추동하는 화선식 정치사업' 기사는 남포시 당위원회 선전선동부 일꾼들이 "당의 위력한 무기인 사상을 틀어쥐고 사상사업을 공세적으로 벌려 우리(북한) 혁명의 사상진지를 철통같이 다져 나가야 합니다"라는 김정은 지침을 토대로 당 제7기 제2차 전원회의(2017.10.7)에서 제시된 '과업'관철을 위해 정치사업을 진공적으로 벌리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당 제 7기 제2차 전원회의가 '핵개발∙경제병진노선' 재확인 및 이에 따른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핵심과제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북한 전역의 각급 당위원회에 향후 선전선동방향을 정해 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증송투쟁의 불길 높이 년간 수송계획 완수'기사는 서평양과 신의주기관차대의 일꾼들이 김정은의 "지난해에 이룩한 승리를 공고히 하면서 5개년전략수행의 확고한 전망을 열고 나라의 경제전반을 보다 높은 단계에 올려 세우자면 올해 전투목표를 기어이 수행하여야 합니다"라는 지침을 실천하기 위해 힘차게 노력한 결과 지난 9월 30일 부로 금년도 년간 수송계획을 완수하는 성과를 이룩했다며 격려하고 있습니다.

셋째, '동제생산기지가 꾸려졌다'는 기사는 원산철제일용공장 일꾼과 근로자들이 강원도당의 지도를 받아, 김정은의 "자력자강의 위력은 곧 과학기술의 위력이며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앞세우는데 5개년 전략수행의 지름길이 있습니다"라는 지침을 실천하기 위해 기술혁신 목표를 세우고 창조적인 지혜와 힘을 합쳐 투쟁한 결과 훌륭한 성과를 냈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는, 북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의 성과를 낸 조직과 기업이 남포시와 강원도 원산시, 서평양과 신의주기관차대, 탄광연합기업소 및 어장 하나씩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북한 경제가 그 규모에서나 성과에서 매우 초라한 성적표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중석: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갑자기 들고 나온 배경은 무엇이며 그 의도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 지요?

이현웅: 네, 가장 큰 원인은 북한식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실패에 있다고 봅니다. 북한 경제잡지 '경제연구'는 북한에서 경제의 '계획'과 '전략'을 구분하기 위해 그 범위 및 대상 등 개념적 차이를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 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2007년은, 김정일이 다 죽어가는 북한 '계획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부 자본주의 요소'를 수용하는 '7.1경제관리개선조치'(2002년)를 실시하였으나 군부세력의 반발로 실패하고 말았던 때입니다. 그 이후 북한 계획경제는 계속 나락으로 곤두박질 치다가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까지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하게 되지요, 이때부터 북한 통치세력들은 되 살아날 가능성이 없게 된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실패책임이 '최고 영도자'에게 들씌워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계획'만 있던 경제분야에 '전략'이라는 영역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북한경제에 대한 '포괄적 설계도 또는 이정표'라 칭하는 '경제전략'은 당에서 수립하고, '경제계획'은 내각의 각 기관과 개별 기업에서 작성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경제운영체계를 이원화한 의도는 '최고 영도자'가 지어야 할 경제실패의 책임을 '경제계획' 담당 내각과 개별기업에 떠넘기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 구축'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경제전략이 경제계획에 비해 '법적 성격과 법적 구속력이 강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은 당에서 선도하고 있는 '수령결사옹위 정신'이 경제분야에서 구현된 또 하나의 중장기적 '충성전략'에 불과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난해 제7차 당대회 이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실현을 위해 '강원도 정신'과 '만리마속도전' 등을 새롭게 부각시키면서 북한 주민들을 쉴새 없이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의 성공여부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현웅: 네, 말씀하신 대로 북한 정권은 김정은이 지난해 '제7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을 발표한 이후 전력, 석탄, 전기, 운송, 농수산업 등 전 산업 분야에서 '계획 목표 초과달성'을 닦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에 대해서도 '지도와 선전선동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경제는 과학기술력 보다는 노동력에 근거한 '외포적 성장 단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계획경제체제가 무너진 이후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개혁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미 무너진 인민경제와 굶주림을 피하려는 주민들에 의해 비합법적으로 횡행하고 있는 시장적 요소를 마지 못해 수용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의 성공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북한의 경제발전 5개년 전략 기간은 2016년부터 2020년 까지 인데요, 북한은 핵무기개발에 모든 자원을 우선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데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2016년 이전 보다 '발전된 경제'를 기약한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하나의 꿈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구체적인 수치와 근거제시도 없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과 그 '방침'들에 힘입어 '목표달성'을 초과했다는 선전을 계속할 것이고, 이러한 선전선동에 길들여진 북한 주민들은 당연히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이 성공한 것으로 믿을 공산이 크다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정권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앞세워 북한 주민들을 닦달할 것이 아니라 우선 경제발전에 필요한 설비와 원자재, 자금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