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헌법, 1인 독재 강화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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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10월 26일자 1면과 2면에 걸쳐 실린 “제6차 전국법무일꾼대회 진행“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그 전날10월 25일 인민문화궁전에서 개최된 “제 6차 전국법무일꾼대회”에서 “지난 5년간 준법기풍 확립사업에서 이룩된 성과와 경험, 교훈을 분석, 총화 하였으며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사회주의 법무생활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과업과 방도들이 토의되었다”고 밝히고 있어, 김정은 정권의 법에 대한 인식과 향후 통치방식을 전망해 볼 수 있는 주요 자료라고 생각됩니다.

오중석: 북한의 ‘법무일꾼’이라면 ‘검찰소, 재판소, 인민보안성 등 사법기관과 각급 사회주의법무생활지도위원회 등에서 법률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법무해설원’들을 일컫는 말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법무일꾼대회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나왔는지 좀더 상세하게 짚어 주시죠?.

이현웅: 네, 첫째로 북한 정권수립 이후 ‘김씨 일가’ 3대의 헌법 등 각종 법률제정과 관련된 ‘업적’을 찬양 한 내용입니다. 먼저 김일성에 대해서는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법 건설에 구현하여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 국가를 세웠으며 ‘사회주의헌법’과 수많은 법 규범들을 제정 공포함으로써 북한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한 법적 담보를 마련해주었다”고 칭송했습니다. 여기에서 언급된 ‘사회주의헌법’은 김일성이 북한의 정치와 사상, 사회를 완전히 ‘사회주의형태’로 개조했다는 점을 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1972년 12월 27일에 개정한 헌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 자본주의요소가 사회전반에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어 노동신문이 자랑스럽게 회고하고 있는 ‘사회주의헌법’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어서 김정일에 대해서는 “혁명발전의 매 시기, 단계마다 사회주의법무생활의 본질과 그 실현을 위한 과업과 방도들을 명철하게 밝혀주었다”고 찬양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1998년9월 5일 ‘김일성 유훈 통치’와 ‘김일성 헌법’이라는 문구를 삽입하는 헌법개정을 단행하여 북한 헌법을 사유화했습니다.

김정은에 대해서는 “사회주의헌법을 ‘김일성-김정일 헌법’으로 빛내고 국무위원회를 국가주권의 최고 정책적 지도기관으로 하는 새로운 국가영도체계를 확립하여 주체혁명위업의 승리적 전진을 위한 강력한 법적 무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김정은이 2012년 4월 13일 ‘김일성 헌법’을 ‘김일성-김정일 헌법’으로 개정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때 김정은은 사망한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고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선언하는 문구 등을 삽입하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각종 언론을 통해 아직, ‘핵 무력을 완성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히고 있어 북한 헌법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실토하고 있습니다.

둘째, 앞으로의 법무생활 방향을 제시한 내용인데요, ①“인민정권기관들은 인민들이 사회주의헌법을 비롯한 법규범과 규정들을 자각적으로 지키도록 준법교양과 법적 통제를 강화할 것”, ②“수령의 유훈과 당 정책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한 사업에로 법무생활을 확고히 지향시켜 나갈 것”, ③“억척불변의 신념을 지니고 당 중앙위원회를 정치사상적으로 결사보위 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법무생활의 주요 방향이 세습독재권력을 강화하는데 놓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셋째, 구체적인 법무생활 지도 내용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법 집행에서 ‘혁명적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법규범과 규정에 어긋나게 경영활동과 경제관리를 하는 현상, 세도와 관료주의를 부리면서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현상 등 온갖 위법현상들과 강한 법적 투쟁을 벌릴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법무 해설 원들이 대중 속에 깊이 들어가 꾸준히 법 해설 선전사업을 벌리고”, “각급 사회주의 법무생활 지도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이며, 모범준법단위칭호쟁취운동을 심화시켜 나갈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법무일꾼대회에서 역대 헌법을 강조하고 나온 배경과 의도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현웅: 네, 북한의 헌법 개정은 두 가지 목적을 두고 진행되었습니다. 그 하나는 독재권력강화입니다. 김일성은 정치적 경쟁자들을 제거한 이후 1972년에 개정한 ‘사회주의헌법’에 ‘주석직’을 신설하여 무소불위의 권력을 차지하고 ’1인독재권력’을 확립하였습니다. 김정일 역시 2009년 4월 9일 헌법개정을 통해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새로운 ‘절’로 편성해 모든 권력을 집중시켰습니다. 김정은은 2016년 6월 헌법개정을 통해 ‘국무위원회’와 ‘국무위원회 위원장’ 직제를 새로 만들고 그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권력장악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김씨 일가’의 권력세습입니다. 김정일은 권력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1998년에 ‘김일성 유훈 통치’를 앞세우면서 기존 헌법을 ‘김일성 헌법’으로 뜯어 고쳐 혈통승계의 법적 장치를 강구했습니다. 김정은도 김정일의 선례를 따라 2012년에 헌법을 개정할 때 ‘김정일 유훈 통치’를 강조하고 ‘김일성-김정은 헌법’을 만들었습니다. 김정일과 김정은 둘 다 헌법을 권력세습 수단으로 동원하였던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 헌법은 ‘국가 기본법’이 아니라 “혁명의 전취물을 지키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무기”라는 점을 잘 드러내고 주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이번 ‘제6차 법무일꾼대회’에서 북한 주민들에 대해 강력한 법무생활지도를 요구하고 나섰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예상되는 문제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 까요?

이현웅: 북한의 헌법은 전문에서 자연인인 김일성과 김정일이 바로 ‘헌법’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국가 차원’의 헌법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헌법보다 상위 규범으로 ‘김일성의 교시, 김정일의 말씀, 김정은의 지시, ‘당의 유일사상체계확립 10대원칙’ 등을 갖고 있습니다. 헌법은 규범체계상 김씨 일가의 권력유지를 ‘합리화’하는 수단에 불과한 것입니다. 또한 헌법 조문에서 선거, 종교, 집회 등 각종 자유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공개투표’라는 비민주적인 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당원만이 종교의 성직자가 될 수 있으며, 여전히 통행증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은 크게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오중석: 네, 북한의 헌법과 법률은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기 보다는 독재정권을 옹호하고 강화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주민들도 법률과 제도의 보호아래 자유와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