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11월 3일자 1면에 게재된 “석탄전선이 경제건설대진군의 돌파구를 열어나가자” 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석탄을 ‘공업의 식량’이라고 선전하면서 북한 경제건설의 돌파구를 석탄생산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북한이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전락한 경제를 석탄증산활동을 통해 그 활로(活路)를 모색해 보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 경제의 장기적인 어려움은 생산현장 근로자들의 불성실한 근로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계획경제체제와 정치사상적 자극에 치우친 경제운용방식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석탄을 캐는 근로자들에게 물질적 지원을 배제한 채 경제건설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주문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북한은 지난해 -3.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것은 김정은이 자신의 시대를 공식화한 조선노동당 제7차 당대회(2016년 5월)에서 경제발전계획으로 내놓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계획’이 예상한 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이번 사설은 핵무기 개발보다는 경제를 살리는 일에 주력해야 했음에도 그렇지 못한 데 따른 ‘고육지책(苦肉之策)의 처방전’을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설 주요 내용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석탄공업 부문의 일군들과 근로자들, 그리고 온 나라 전체 인민은 석탄생산을 결정적으로 추켜세워 경제건설대진군에 더 큰 박차를 가하려는 당의 의도를 깊이 새기고 그 관철 투쟁에 총 매진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석탄생산활성화는 “경제건설대진군의 힘찬 기상이자 적대세력들에게 내리는 철추”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또한 “석탄은 공업의 식량”으로 석탄생산이 원만히 보장돼야 “원료, 연료, 동력문제를 풀어 생산을 정상화하고 인민생활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며 석탄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둘째, 석탄증산의 목적이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투쟁”에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의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5개년 전략목표수행’의 승전고를 높이 울리기 위해서는 석탄전선에서 생산활성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석탄생산 근로자들은 “전투목표를 달성하기 전에는 죽을 권리도 없다는 자각을 안고 오늘의 한 순간을 노력적 위훈으로 빛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석탄증산의 목적을 ‘정상적인 대외수출’과 경제구조 개혁’에 두지 않는 한 북한 주민들의 생활향상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셋째, 석탄생산 활성화를 위해서는 “선진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당 조직과 일군들은 탄부들의 심장에 불을 다는 ‘화선식 정치사업’을 맹렬하게 전개해야 한다며 다그쳤습니다. 당 일군들은 선전선동수단들을 수천 척 지하막장 현장에 접근시켜 대중을 불러일으키는 혁명의 북소리를 높이 울려 퍼지게 하고 탄부들과 일도 같이하며 현실에 걸린 문제들을 제때에 포착하여 풀어나갈 것을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화선식 정치사업’은 노동력 착취에 의존하는 시대에 한 참 뒤떨어진 경제운용 방식입니다.
넷째, 석탄생산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속, 임업, 전력, 철도운수 등 모든 석탄관련 부문단위들이 석탄생산에 필요한 것을 최우선적으로 보장하며, 탄광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비교우위에 있는 석탄산업에 매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생산된 석탄을 합법적인 국제무역을 통해 북한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대외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산 더미처럼 생산만 해놓은 들, 북한주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경제적 가치와 의미를 찾아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체제차원에서 전 부문을 동원하여 석탄생산 활성화에 총 매진하려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은 지난 6월 미북 정상회담까지 개최했지만 북한 비핵화 문제는 북한의 ‘겉 도는 행보’로 한 걸음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경제적 고립을 극복해 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석탄생산활성화의 목표를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에 두고 있다는 ‘공표’가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계획’ 4년차를 앞두고 마이너스 경제성장에서 벗어나 보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 광업생산이 -11%(한국은행 추계)로 가장 저조했기 때문에 석탄증산을 통해 저조한 경제지표를 끌어 올려보려는 취지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력갱생을 고집하는 한 석탄생산 활성화가 이루어진다 해도 경제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앙에서 계획을 세우고 재정과 물자, 노동력 투입을 주도하며, 각 경제부문의 자율성이 부인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체제가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경우에는 이런 계획마저 무시하고 모든 자원을 한 곳으로 투입하는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경제운영방식도 북한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사설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대내외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이번 사설은 올해 마지막 2개 월여를 남겨두고 당과 사회, 전 경제부문을 동원하여 석탄생산 활성화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석탄생산에 체제차원의 총력전을 전개하라는 것인데요. 이것은 역설적으로 올해도 북한 경제가 당에서 계획한 대로, 그리고 3년전 제7차 당대회에서 구상한 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석탄증산이 이루어져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제로 인해 수출길이 막혀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수출금지와 외화부족으로 석탄증산에 필요한 핵심자재를 수입할 수 없어 석탄생산활성화가 성공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이번 사설은 경제발전노선의 성과 부실책임을 석탄 광산 일군들과 근로자들 그리고 주민들에게 돌리려는 것으로 읽혀질 것입니다. 대외적으로는 북한 경제가 앞으로도 자력갱생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외화벌이를 위해 불법적인 석탄수출에 나설 것이라는 의혹만 키워줄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 지도부는 북한 경제가 살수 있는 길이 ‘중앙의 계획과 동원경제체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 비핵화 조치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풀고, 우호적인 대외 경제교류와 적극적인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는데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