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1월 2일자 6면에 있는 “깡패국가의 ‘미치광이전략’을 역사의 무덤 속에 처박아야 한다“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미치광이전략”이라고 규정하면서 그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의 개성과 외교적 행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압박조치 등을 나열하고 있으며 미국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정책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노동신문 기사는 현 시점에서 북한의 대미정책과 향후 대응자세를 전망해 볼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됩니다.
오중석: 최근 미국의 대북정책을 ‘미치광이전략’으로 평가한 분석들이 국내외의 몇몇 언론매체에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노동신문 기사는 이런 보도 내용들을 선별하여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데요, 기사 내용을 좀더 상세하게 짚어 주시죠?
이현웅: 네, 이 노동신문 기사의 주요 내용은 ①’미치광이전략’의 유래와 개념 설명에 이어, ②이 전략에 의해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들의 사례와 ③이 전략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첫째, ‘미치광이 전략’은 “상대에게 미칠 수도 있고 예측 불가능하며 가공할 파괴력을 구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한다면 겁에 질려 상대가 요구에 순응하게 된다”는 것으로 풀이하면서 전 미국 국무장관 키신저가 만들어 냈으며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활용한 바 있는 대외정책의 기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일과 김정은의 핵무기 실험과 미사일도발을 위한 종횡무진 의사결정행태와 ‘벼랑끝 전술’을 바로 ‘미치광이이론’으로 분석, 적용해왔습니다. 북한의 ‘핵보유국’ 일방적 선언, 핵 위협능력을 전제한 천안함폭침과 연평도포격, 5-6차 연속 핵실험, 괌도를 넘는 미사일 훈련발사 등은 전형적인 ‘미치광이전략’행태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조치가 미치광이전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일종의 ‘물 귀신 작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둘째, 미국의 현재 ‘미치광이전략’의 피해자는 미국의 적대국들뿐 아니라 동맹국들도 해당된다고 주장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미국의 동맹국은 한국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한국에 피해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 그 것은 바로 북한의 ‘미치광이전략’ 때문일 것입니다.
셋째, 미국의 ‘미치광이전략’의 패배는 ‘역사적 필연’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은 상대방의 불행을 지적할 때 ‘역사적 필연’이라는 용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맑스-레닌주의 교의가 역사적 실패로 끝난지 사반세기가 훨씬 지났습니다. 케케 묵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창고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역사적 필연’이라는 용어를 걸핏하면 외쳐대는 일은 이제 멈추어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미치광이전략’이라고 선전하고 나선 배경과 의도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현웅: 네, 이 기사는 11월 5일부터 시작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외교에 대응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외교정책을 부정적으로 부각하여 선전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목적을 달성해보려는 의도아래 작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대내적으로 미국의 지속되는 전략자산의 한반도전개에 대응해 체제결속과 주민단결을 이끌어 내려는 것입니다.
둘째, 중국의 대미협조를 차단해보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번 순방 중에 있을 미국과 중국간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형태로든 공조해 나설 수 있다는 불안감과 초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셋째, 대외적으로 트럼프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반미분위기를 확산시키려는 것입니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이미 반미세력들이 이번 미국대통령의 순방을 한반도에서 ‘핵전쟁’ 실행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규정하고 “북침 핵전쟁 반대”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국 반대투쟁’ 을 전개한다면서 그 사례들을 매일 같이 인용보도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미국의 대외정책을 ‘미치광이전략’으로 폄하하고 있는 데요, 북한의 ‘수직적 핵무기고도화’ 행태야 말로 ‘미치광이전략’이라는 점에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 대외정책에 대한 북한의 이 같은 규정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이현웅: 네, 북한이 지난 25년여 동안 핵무기 개발과정에서 보여준 각종 군사적 도발 이야 말로 ‘미치광이이론’(madman theory)에 부합하는 ‘미치광이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0월, 조선노동당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핵무력 완성’을 절대 포기 할 수 없으며 미국의 ‘최대압박’에 대해서는 ‘핵 불 방망이’로 대응할 것이라며 다시 ‘벼량끝 전술’(brinkmanship)에 나설 수 있음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북한이 국제정치이론 중에 하나인 ‘미치광이이론’을 적용해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대외정책을 해석한 사례들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을 ‘미치광이전략’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은, 반미 혐오감을 확산시켜 천애의 고립상태로 부터 벗어나 보려는 몸부림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선전선동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하는 것은 미국의 ‘베트남전 패배’사례에 근거하고 있는 데요, 지금은 베트남전 당시 상황과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미국의 ‘베트남전 배패’는 미국의 ‘북베트남 정책’의 잘못에 있었다기 보다 ‘국내 정치적 요인’과 베트남정부의 부정부패 등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또한 현 시기는 당시 냉전시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하나의 지구촌’ 시대이며 ‘탈냉전시대’입니다. 당시의 소련은 현재 없으며, 미국과 적대적 관계였던 중국도 지금은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외정책 결정체계는 과거의 실수를 철저하게 검증하고 조그마한 실패에도 대비하는 엄격한 구조는 물론 고도의 합리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경제력과 국제적 위상은 당시 베트남과 비교했을 때 천양지차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핵무력 완성’ 도전은 국제사회의 혹독한 제재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냉엄한 현실을 감안할 때, 북한이 미국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한다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 한 ‘허장성세’일 수밖에 없다 할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중국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상이 대북정책의 합의점을 찾게 된다면, 아마도 그 것이 ‘북한 패싱’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네, 최근에는 중국도 한국내 사드 배치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분위기이며, 사드 배치문제로 중단됐던 한국과 중국간의 교류협력도 다시 재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오로지 핵무기에 의존하는 생존전략과 한반도통일전략을 재 검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