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리 식대로 살자’며, 1970년대로 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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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11월 9일자 1면에 게재된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 이 구호를 더 높이 추켜들고 사회주의강국건설을 힘있게 다그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김정일이 1978년 12월 자신의 후계체제 구축차원에서 북한 사회주의체제의 지향점으로 처음 제시하였고, 1990년 12월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권이 몰락이 북한에 미칠 여파를 차단하고 체제위기 극복을 위해 내세웠던 ‘우리 식대로 살자’라는 구호를 다시 꺼내 들어, 국제사회의 강경제재국면을 돌파해 나가자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선동은 북한이 올 초부터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새로운 국면전환’을 주도한 것은 김정은의 특출한 지도력과 포용력, 자주통일 의지의 산물이라고 대내외에 자랑스럽게 천명해온 선전내용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어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중석: 최근 북한은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에 ‘우리식 사회주의는 과학이며 그 승리도 과학이라는 것을 깊이 체득할 데 대하여’라는 ‘학습제강’ 문건을 교재로, 당원과 근로자들에 대한 사상교육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설은 북한이 ‘우리 식’ 사상교육의 ‘전국 일색화’를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네. 사설 주요 내용을 몇 가지로 압축해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라는 구호를 관통하고 있는 사상은 “어디서 어떤 바람이 불어오고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오직 주체사상의 혁명적 기치만을 높이 추켜들고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그 개념이 정의되었습니다. ‘우리 식 대로’는 주체사상의 요구대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며, “주체조선의 년대와 년대를 백승으로 수놓을 수 있는 근본 비결”이고, “주체조선의 자주적 존엄과 승리의 영원한 기치”이므로,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혁명투쟁의 조건과 환경이 달라져도 변함없이 추켜들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독자들은 40년전의 ‘실패한 구호’를 주민사상교육소재로 다시 꺼내든 당 지도부의 행태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둘째,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라는 구호의 핵심은 “자주성”에 있으며 “자주”를 생명선으로 틀어 쥐고, “당의 영도를 따라 주체조선의 신화적인 기적의 역사를 계속 써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체조선의 건국과 발전행로는 “자주”로 일관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강국을 건설해나가는 전진도상에 엄혹한 시련과 난관이 조성”되고, 어떤 역경을 만나더라도 “추호의 흔들림 없이 선택한 길을 따라 끝까지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체제가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이런 ‘폐쇄적이고 경직된 자주’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방적이고 유연하며 이웃과 공존공생하려는 ‘열린 자주’에 있다 할 것입니다.

셋째,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라는 구호를 구현하는 방법은 “자력갱생”이라는 것입니다. 자력갱생은 “우리 식의 혁명방식이고 창조 본때이며 투쟁기풍”으로, “당의 자주사상과 애국이념이 구현되어 있고 굴함 없는 공격의지가 체현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구호는 “조선민족제일주의 정신발양의 초석”이며, 조국과 인민의 미래는 “우리 국가제일주의, 우리 민족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해나가는데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제할 소리를 다하는 배짱과 투지도 “우리 국가, 우리 민족제일주의”에서 나오며, 이로 인해 제국주의 자들의 제재봉쇄책동과 교활한 심리전도 절대로 통할 수 없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과 현실성에서 하자투성이인 ‘우리 국가제일주의’나 ‘우리 민족제일주의’ 이념이 북한주민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넷째, 전체인민들은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라는 구호를 영원한 생명선으로 틀어쥐고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를 위해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김일성-김정일주의 학습열풍을 일으켜 모두가 주체사상을 뼈에 쪼아 박은 ‘사상과 신념의 강자’들로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백두의 칼 바람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혁명적 사상공세를 벌려 투철한 신념과 자력갱생정신이 온 나라에 차 넘치게 해야 한다”며 사회 전분야에 대한 사상의 집중포화를 역설했습니다.

오중석: 최근 미국의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가 밝힌 북한 시장관련 자료에 따르면, 북한당국이 인정한 공식시장이 48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처럼 북한경제는 이미 자본주의방식이 이식된 상태에 있으며, 어떤 식으로 든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개혁개방을 ‘철저하게 반대했던 시절’의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라는 구호에 ‘체제의 사활적 의의’를 부여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현웅: 네. 북한은 미국이 예정했던 북한과의 2차 정상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데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경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한국의 북한 지원도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지속의지와 한미공조체제강화로 인해 더 이상 진전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국제사회로부터 북한 ‘배후지원국가’로 지목되어 비난받아온 중국마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고 있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 앞으로는 ‘대놓고 북한을 지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새로운 고난의 행군기’에 몰리게 될 경우, 이들의 불만이 ‘반체제행동’으로 비화될 가능성에 대한 예방적 조치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70년 넘게 거미줄 같은 억압기제와 공포정치를 통해 주민통제에 성공해왔다 하더라도 40년전의 철 지난 구호를 다시 꺼내들고 ‘사상무장’을 강요하고 나선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착오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 라는 구호의 문제점과 주민사상교육의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현웅: 네.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라는 구호는 극도의 폐쇄성과 수령독재 합리화, 핵무력 건설 유훈을 골자로 하는 ‘김일성-김정일주의’에 근본을 두고 있습니다. 북한미래의 ‘자화상’을 ‘자력갱생’으로 국한하고 잘못된 ‘신념과 사상과잉 사회’를 주조함으로써 북한주민을 ‘미래가 실종된 질곡의 삶’으로 이끌어 간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기’를 거치면서 이 구호가 안고 있는 부작용을 뼈저리게 체험한 바 있습니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없는 사상교육은 정치사회적 일탈만 낳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오중석: 이웃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1970년대 말, 지도자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을 통해 중국 경제를 ‘사회주의사상’으로부터 ‘해방’시켰으며, 그 결과 오늘날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북한정권이 취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과거 구호로의 회귀’가 아니라 진정한 비핵화 조치와 함께 북한경제를 ‘우리 식 사회주의’로부터 조속히 ‘해방’시키는 일일 것입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