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 안녕하세요.
양성원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네. 11월 28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혁명이 승리적으로 전진할수록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 높이 추켜들자'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자체의 힘을 부단히 강화하여 자력으로 만사를 해결하고 비약의 지름길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자력갱생전략은 절대로 달라질 수 없다"고 선언한 데 이어 "자력갱생은 사회주의건설에서 일관하게 견지하고 철저히 구현해 나가야 할 항구적인 노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남의 자본이나 기술에 의거하여 발전을 이뤄 보려는 나라들도 있으나, 문제는 외자도입이 진정한 출로로 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하면서 "우리(북한)가 자력갱생의 길을 꿋꿋이 걸어나가는 것은 우리 후대들이 자기의 것에 대한 애착과 긍지를 간직하고 자기 힘으로 더 좋은 앞날을 열어나가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이 투철해야 없는 것을 만들어내고 부족한 것은 찾아내며 모자라는 것은 보충하면서 부단히 전진할 수 있으며 이상을 높이 세우고 혁명적 열정과 완강한 투지, 최대의 분발력으로 투쟁과업을 성공적으로 실행해 나갈 수 있다"고 선동했습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남에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해도 그것은 일시적이며 미래가 없다"며, 북한 우리식 사회주의의 자력갱생경제를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 이번 기사는 ①"만일 우리가 눈앞의 어려움을 모면하려고 자력의 원칙을 포기하였더라면 주체의 사회주의는 태어나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웅대한 목표를 내세웠다고 해도 이것을 남의 도움에 의거하여 실현해보려 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폄하했습니다. 또 "세상에는 자기 나라의 이익까지 희생시키면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자금과 기술, 설비나 원료를 필요한 시각에, 필요한 양만큼 보장해줄 나라는 없다"며 경제개방에 빗장을 쳤습니다. 그러면서 "자력갱생의 길이야말로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가속화하고 인민들에게 하루빨리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하고 믿음직한 길"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이처럼 경제개방과 대외무역을 이단시하며 거부하는 것은 '빈곤의 함정'에 빠진 인민경제를 영원히 방치하겠다는 것입니다. 인민경제는 1970년대 중반부터 성장에 필요한 자본과 노동, 기술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날이 갈 수록 더 가난해지는 침체와 후퇴의 경제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지금 인민경제는 외부의 지원 없이는 빈곤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 한가하게 자력갱생을 외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자력갱생은 조선혁명의 전 노정을 관통하는 유일무이한 투쟁정신이며 불변의 전진방향, 발전방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자력갱생을 사상교양수준으로 격상해 다루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북한의 초기 자력갱생은 외부지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부 잠재력과 노동력을 최대로 이끌어 내기 위한 구호였고, 주체경제의 하위담론이었습니다. 그러다 김정은 정권의 핵과 미사일도발 폭주로 인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하노이 노딜(2019.2) 이후 대외적 고립이 심화되자, 조선노동당 제7기 제5차전원회의(2019.12)에서 정면돌파전략을 채택하면서 자력갱생을 대적투쟁과 핵무력고도화, 수령체제유지를 위한 정치사상적 교양으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자력갱생이 5대교양인 위대성, 애국주의, 신념, 반제계급, 도덕, 교양과 함께 6대교양으로 불릴 만큼 전 방위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교양은 인민대중의 사상의식과 도덕감정, 생활양식까지 지배합니다. 하지만 개혁개방 없이 자력갱생 교양만으로는 현재의 절대적 빈곤수준을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자력갱생을 전진과 비약의 원동력으로 더욱 억세게 틀어쥐고 나갈 때 상상할 수도 없는 성과들을 다연발적으로 이룩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한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이번 기사는 "지금 우리 앞에는 사회주의건설의 모든 분야와 나라의 모든 지역, 인민경제 모든 부문을 고르롭게 빠른 속도로 발전시켜야 할 중대한 과업이 나서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올해에 우리 당은 당 제8차대회가 결정하고 포치한 5개년 계획의 네 번째 해의 투쟁과업을 실천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지방공업공장건설과 함께 매 시군들에 선진적인 보건시설과 양곡관리시설, 다기능화된 복합형문화중심건설을 병행시켜 나갈 데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을 거론했습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이번 자력갱생강조는 연말을 앞두고 전 인민을 총동원하여 김정은의 직접과제인 20개 시군 지방공업공장 건설과 3대건설과제(보건시설, 과학기술보급중심, 양곡관리시설)를 속히 마무리함으로써 그의 권위와 지도력 훼손을 차단하고 자력갱생교양 강화를 통해 인민들의 불만을 억눌러 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우리 자체의 힘으로 얼마든지 잘 살고 발전과 번영의 길을 보란 듯이 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조선혁명의 어제와 오늘이 가르쳐주는 철리" 라고 선전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현재 북한의 인민경제는 주체경제나 사회주의발전방식으로는 절대로 회생할 수 없다는 것이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자력갱생으로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과 공산주의건설을 이룩할 수 있다는 주장은 대 인민 사기이고 기만입니다. 중국도 자력갱생을 포기하고 1978년부터 개혁개방에 나섰지만 40년이 지난 후에야 먹고 사는 문제 하나를 일단락 지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은 "개혁개방은 망국의 지름길"이라며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자력갱생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의 보검인양 선전하는 노동신문의 감언이설과 선전유희에 더 이상 속아 넘어가거나 설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양성원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네. 감사합니다.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