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자력갱생은 ‘번영의 보검’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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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11월 9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자력갱생의 생명선을 틀어쥐고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나가자'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우리식 사회주의는 혹독한 국난 속에서도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전면적 발전국면을 비상히 상승 확대시키며 승리와 번영의 한길로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자력갱생은 결코 정세변화의 요구나 전진도상에 가로놓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전술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당과 인민이 사회주의건설의 근본방향, 발전방식으로 확정하고 일관하게 견지해 나가는 불변의 정치노선"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자력갱생이냐 외세의존이냐 하는 문제는 단순히 삶의 방식에 관한 문제이기 전에 생사를 판가름하는 운명적인 문제, 사회주의를 지키느냐 마느냐 하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력갱생, 바로 여기에 불가역적인 우리의 군사기술적 강세가 있고 자립경제의 지속적, 전망적 발전이 있으며 우리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남김없이 발양시켜나갈 수 있는 근본담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국가경제를 전반적 발전에로 이행시키고 농업생산구조를 바꾸며 우리식의 새 문화생활양식을 확립하는 문제를 비롯하여 사회주의 강국건설을 위한 중대과제들은 오직 우리의 힘과 지혜, 노력에 의해서만 성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고 선동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사회주의와 자력갱생은 불가불리의 관계에 있으며, 투쟁 환경과 조건은 달라질 수 있지만 자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혁명의 원리는 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자력갱생을 번영의 보검으로 틀어쥐고 사회주의건설의 전 전선에서 혁명적 앙양을 일으켜 나가야 한다"고 썼습니다. 또 "어떻게 우리식 사회주의가 사소한 침체나 답보도 없이 승승장구하여 왔는가, 전면적 국가부흥의 급진적 실체들은 무슨 힘으로 마련되고 있는가, 주체조선의 강대성과 선진성, 영용성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바로 자력갱생에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리고 "자력갱생의 정신을 지니고 자기의 것을 빛내는 사람들만이 사회주의적인 모든 것을 수호하기 위함에 전력할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역사를 반추해 보면 자력갱생으로 선진문명국가를 이룩했다거나 인류발전을 선도했던 나라는 없었습니다. 과거 번영한 국가들은 모두 대양과 대륙을 넘어 외부세계와의 접촉과 교류를 통해 그 꿈을 실현했습니다. 스탈린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주의 자력갱생 논리와 이념은 결국 소련해체와 동구권 몰락의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소련은 뒤늦게 '사회주의 국제분업체제'를 만들고 자력갱생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선진자본주의와의 단절과 대결, 여기에서 비롯된 폐쇄성과 비효율성으로 인해 체제붕괴로 이어졌습니다. 자력갱생으로 사회주의를 건설할 수 있다는 주장은 허황된 거짓 선전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조선혁명의 전 노정에서 언제나 투쟁의 기치가 되고 비약의 원동력으로 되어온 자력갱생을 번영의 보검으로 틀어쥐고, 사회주의건설 전 전선에서 혁명적 앙양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의 자력갱생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자력갱생은 스탈린 사망(1953.3) 이후 당 서기장이 된 흐루쇼프가 스탈린의 독재정치 전철을 밟고 있는 김일성에게 중공업 투자 과잉과 민생경제 소홀, 개인독재구축과 집단지도체제 거부 등을 지적하며 경제지원을 축소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습니다. 독재의 야망을 버리고 여러 지도자중 한 사람으로서 민주적인 정치체제를 지향하며 농업과 경공업을 우선 발전시켜 인민의 경제적 풍요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다음 순차적으로 중공업을 일으키는 정책노선을 채택했다면 북한이 오늘날과 같이 세계 최빈국 수준으로 전락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김일성의 자력갱생 이념은 8월 종파사건을 거치면서 개인독재 정당화 논리로 고착화 되었고 더 나아가 수령 유일영도와 김씨 일가 영구집권을 뒷받침하는 항구적인 전략노선으로 굳어졌습니다. 불행의 씨앗입니다. 자력갱생의 족쇄에서 해방돼야 잘 살 수 있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나가기 위한 오늘의 투쟁은 자력갱생 강자들에 의하여 전진하는 혁명적 진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시점에서 북한이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기사는 자력갱생과 관련하여 "잿더미만 남은 폐허 위에 자력갱생의 마치 소리 높이 울리며 전설의 천리마를 떠올린 그때에 비하면 오늘의 애로와 난관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외세의존의 길을 택한 것이 아니라 자력으로 적과 난관을 이기며 세인을 경탄시키는 경이적인 성과들을 수없이 떠올렸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우리 땅에서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원으로 못할 것이 없다, 이것이 강국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거창한 실천투쟁 속에서 백배해지는 우리 인민의 신념이고 의지"라고 강변했습니다. 이와 같은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자력갱생 강조는 연초에 보란 듯이 성과를 내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으나 아직까지 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찰위성 발사, 지방공업공장건설과 농어촌 및 산촌 개발, 12개 중요고지 점령 등에서 올해 목표달성을 독려하는 한편, 인민대중들에게 자력갱생이념을 체득화시키려는 세뇌선전책동으로 평가됩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천리마시대 이야기를 전설처럼 들으며 자라온 우리들이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그 전설의 새 주인공이 되어야 할 때가 왔다"고 선동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선동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자력갱생노선은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3대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채택한 대 인민 정치적 폭압노선입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자력갱생을 '번영의 보검'이라며 외곬수로 부여잡고 혁명과 건설을 추진해왔지만 북한 인민들에게 차려진 것은 배고픔과 허기뿐이었습니다. 변변한 자동차나 손 전화기, 세계적 수준의 공산품 하나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력갱생의 새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선동은 비현실의 극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주민들의 미래에 대한 절망감은 하늘에 닿고도 남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