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4월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미국과 일본의 프로레슬러들이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화려하게 맞붙었습니다. 세계 프로레슬링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인 15만명이 관람한 경기였다고 하는데요, 최초의 탈북자 야구동호단, 어울림야구단의 김지원 단장이 기억하는 북한의 프로레슬링 경기를 추억해 봅니다.
(김지원) 북한에서 치고 받는 스포츠는 권투하나 뿐이었거든요.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프로레슬링이라고 하는 운동의 규칙도 몰랐습니다.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데 어마어마 했어요. 얼마나 경기 내용이 충격적이었던지 중계를 보다가 까무러쳐서 죽은 사람도 있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 다음 날 여자 선수 경기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일도 안하고 경기 시간만 기다릴 정도였어요.
5월1일경기장에서 열린 이 쇼는 《Collision in Korea》(한국에서의 격돌)라는 제목으로 1995년 8월 4일에 미국에서 방영되었습니다. 4월 28일에는 15만 명, 29일에는 19만 명으로 총 34만 명이 관람하여 세계 프로레슬링 이벤트 중 최다 관람객을 동원하였습니다. 물론 강제 동원의 측면이 고려되어 비공인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이 특별한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한 사람은 일본 프로레슬링의 전설인 안토니오 이노키입니다. 역도산이 함경남도 출신이라는 이유를 들어 북한에 대회를 열 것을 요청했고, 북한이 이를 수락하여 《평화를 위한 평양 국제 체육 및 문화 축전》, 미국 방송용 제목으로는 개최 의도와는 어울리지 않는 《Collision in Korea》가 열렸습니다.
(김지원) 일본에서 활약했던 프로레슬링 선수 중에 북한 출신인 역도산 선수가 있었는데, 이노키 간지를 역도산이 키월따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도 관심이 많았죠. 그 대회 이후에는 북한에서는 전혀 프로레슬링이라는 스포츠가 북한에는 없었습니다.
김지원 씨의 기억과 미국 언론의 평가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현장 중계를 했던 미국 방송국 해설자는 모든 경기 내내 북한 관중들은 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마치 오페라를 관람하러 온 것처럼 대부분 정장 차림이었고, 한쪽에 무용단원들이 유니폼을 맞춰 입은 모습이 보였다면서 선역이나 악역 선수에 대한 환호나 야유는 없었지만, 화려한 동작에는 짤막한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고 기억했습니다. 하지만 대개 경기장을 메운 소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발생하는 군중 소리였고 관중들이 프로레슬링이란 장르를 처음 접했고, 자발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 북한 정부의 동원으로 참석했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시절 그경기’ 충격의 프로레슬링 시합 이야기는 다음주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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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일본이 2021년 7월로 도쿄올림픽을 연기하는데 따른 추가 비용을 부담하기로 동의했다’는 입장을 내놓자 일본이 공식적으로 반박했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추가 비용 부담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습니다.
다카야 마사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 대변인도 “이런 식으로 총리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합의된 이상의 내용이 웹사이트에 올라와선 안 된다”면서 IOC에 해당 문구 삭제를 요구했습니다.
앞서 IOC는 20일 올림픽 연기에 대해 자주 나오는 질문과 답변을 싣는 웹사이트 코너 중 ‘연기에 따른 재정적 영향’에 대한 질문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대회를 위한 기존 합의 조건에 따라 일본이 계속 비용을 부담해나갈 거라는 점에 동의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어 “IOC도 비용 중 부담해야 할 부분을 책임질 것”이라면서 “추가 비용이 수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조직위는 경기장 등 시설 유지비와 인건비 등 올림픽 연기에 따른 추가 비용을 3천억엔, 미화 약 28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는 도쿄도와 조직위가 예비비로 편성한 270억엔을 훨씬 넘는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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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여름으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 이 마저도 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일본 내 전문가에게서 나왔습니다.
일본의 감염증 전문가 이와타 켄타로 교수는 내년 올림픽 개최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서운 확산세가 가라앉더라도 2차, 3차 대유행이 올 것이라는 각국 전문가들의 예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켄타로 교수는 내년 여름까지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면서 세계 각국이 일본 정부의 계획에 동의할 지는 미지수라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무관중 경기 등 올림픽 운영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대회를 치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내년 여름까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올림픽 성화는 위태롭게 불씨를 이어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포츠 매거진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 입니다 . 지금까지 진행에 김진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