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말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공문을 보내 한국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불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불참 사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였습니다. 이로서 대한민국에서 펼쳐지는 남자축구 남북전이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북한이 코로나19 때문에 국제대회를 포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북한은 오는 7월 일본에서 개막하는 2020 도쿄하계올림픽도 참가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도쿄올림픽에 이어 이번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도 참여하지 않게 됐습니다.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은5개 국씩 8개 조로 나뉘어 진행 중입니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최종예선을 바라봐야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19년 11월 이후 멈췄습니다. 국가별로 4∼5경기씩밖에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계속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자 AFC는 몇 차례 연기했고 마침내 오는 5월 31일부터 6월 15일까지 잔여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홈 앤드 어웨이 (맞상대 국가를 방문하는) 방식이 아니라 조별로 한 나라에 모여 치릅니다. 북한은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 레바논, 스리랑카 등과 함께 H조에 자리해 있습니다. 이번 H조 일정은 한국에서 개최됩니다. 이에 지난 2019년 10월 평양 원정 이후 한국에서 남북전이 펼쳐질 예정이었는데 북한의 불참으로 물거품이 됐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닙니다. AFC는 아직 2차 예선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북한 측에 불참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입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에는 북한의 최종 불참은 호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지역예선에 나서지 않으면 몰수패 처리가 됩니다. 0-0으로 비겼던 평양 원정 결과가 3-0 승리로 바뀝니다. 현재 2승 2무(승점 8)로 조 2위인 한국은 3승 1무(승점 10)라는 다소 유리한 고지를 밟은 채로 2차 예선 일정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월드컵 예선전 불참의사를 밝힌 데 대해 "재고 요청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그 결과를 기다려보겠다고 4일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AFC와의 협의에서 북한의 입장이 최종 확정되면 한국 측에도 통보해줄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그때까지 좀 더 기다리며 지켜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국제 스포츠대회를 계기로 남북한 간의 교류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그래서 (북한과 AFC 간) 협의과정에 한국 정부가 협력·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그렇게 하겠단 입장"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북한의 카타르월드컵 예선 불참 결정의 여파가 한국을 넘어 동북아시아 스포츠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고 한국의 중앙일보가 지난 4일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5일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에 이어 월드컵 예선까지 동아시아에서 열리는 두 가지 스포츠 빅 이벤트를 모두 외면한 셈입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지만, 정치적인 고려가 더해진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합니다.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의 흥행 카드로 점찍어 둔 북한전이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3월 한일전 참패(0-3) 이후 급락한 대표팀 기대감을 남북대결 승리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지만, 물거품이 됐습니다.
북한을 어떻게든 올림픽 무대에 다시 끌어내기 위해 물밑 작업 중이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IOC는 그간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직접 북한올림픽위원회(NOC)에 연락을 취하며 '북한 달래기'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올림픽 불참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는 일본도 북한의 태도를 예의주시해왔습니다. 지난달 17일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화해의 손을 내밀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월드컵마저 포기한 건, 올림픽 무대 복귀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는 신호입니다.
북한과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부담도 커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에 대해) 포기하긴 이르다며 막판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물 건너간 상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도쿄올림픽을 남북 대화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인데, 북한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관련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일본 '긴급사태' 무용지물...올림픽 개최 먹구름
일본에서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더 느는 추세여서 올림픽 개최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고 한국의 YTN이 4일 보도했습니다.
지난 3일 기준으로는 15주 만에 처음으로 일일 코로나 확진자가 4천 명대를 넘어섰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 주 긴급사태를 해제한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도 불투명해졌습니다. 오히려 긴급사태를 연장하고 적용 지역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긴급사태가 연장될 경우 올림픽 개최에도 먹구름이 끼게 됩니다.
오자키 하루오 도쿄도의사회 회장은 도쿄 지역의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명 정도인 상황을 만들지 못한다면 올림픽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도쿄의 신규 확진자는 최근 1주일간 하루 평균치가 874명이나 됩니다. 또 최근에는 전염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늘고 있어 신규 확진자를 100명 정도로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도쿄올림픽, 올림픽 사상 최초 e스포츠 버추얼 레이스 개최
도쿄올림픽에서 올림픽 사상 최초로 실제 종목과 흡사한 (컴퓨터 게임 스포츠) e스포츠 가상 레이스가 펼쳐집니다. 젊은 세대를 미래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파격 행보로 다른 스포츠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리라 전망됩니다.
IOC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도쿄올림픽 개최 한 달 전인 5월13일부터 약 40일 동안 가상 올림픽 시리즈(Olympic Virtual Series·OVS)를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종목은 야구, 조정, 사이클, 세일링(요트), 카레이싱 등 5개입니다. 실제 오프라인 종목과 비슷한 형식으로 제작된 e스포츠 게임들이 활용됩니다. IOC는 "가상 올림픽 시리즈 개최를 통해 젊은 고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이 올림픽을 접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가상 스포츠와 전통 스포츠 사이 교두보를 만들어 가상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과 선수, 파트너 활동을 장려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포츠 매거진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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