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매거진] 북한 국적이 발목을 잡은 축구 천재 한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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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가대표 축구선수 한광성을 다룬 기사가 미국의 주요 언론사에 소개되며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세계 최정상의 무대를 향한 골문이 닫혀버린 북한의 천재 축구 선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세리에를 놀라게 한 작은 북한 선수 (Little North Korean)

미국의 CNN방송은 지난 7월 1일 유럽 최정상 무대에서 활약하며 ‘인민 호날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가 수년 전 돌연 모습을 감춘 북한 국가대표 축구선수 한광성의 화려한 등장과 갑작스러운 사라짐을 다뤘습니다.

CNN은 “이 북한 선수는 축구계를 놀라게 하곤 사라졌다(This North Korean player stunned the soccer world – then disappeared)”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광성은 유럽 5대 축구 리그에서 골을 넣은 최초의 북한 선수로, 2019년 이탈리아 빅클럽 유벤투스로 이적해 충격을 줬다”며 그의 발자취를 소개했습니다.

2015년 영국의 가디언이 선정한 ‘차세대 축구선수 50인’에 북한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선정되었고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이탈리아 세리에의 명문구단인 유벤투스에 입단해 화제를 모은 북한 선수 한광성을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사들을 통해 살펴봅니다.

평양 유소년축구학교 출신 유럽으로 진출하다

북한의 대표 공격수 한광성의 세계 진출은 2013년 집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당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체육강국’ 구상에 따라 엘리트 축구선수 육성을 목표로 평양국제축구학교를 설립하면서 싹텄습니다.

개교 후 얼마 되지 않아 스페인으로 14명의 학생이, 이탈리아로 15명이 각각 북한 정부 지원 하에 유학을 떠났습니다.

이들 중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유학한 한광성이 단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2015년 ‘이탈리아 사커 매니지먼트'(ISM) 캠프에 참가해 현지에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2017년 이탈리아 1부리그 세리아A 소속 칼리아리의 유소년 구단에 정식 입단했고, 곧바로 프로로 승격해 정식 데뷔하고서 1주일 만인 4월 10일 첫 골을 기록하며 공격수로서의 재능을 입증했습니다.

북한 소년들의 축구꿈을 이루기 위한 평양의 축구교육 시설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지원금을 받아 최신 시설로 탈바꿈했습니다.

김정은 집권 시절인 2013년 FIFA가 평양유소년축구학교를 지원했다는 소식의 RFA 기사입니다.

(2013년 10월 30일 김진국 기사) FIFA, 북 유소년 축구연수원 보수 — RFA 자유아시아방송

국제축구연맹의 지원으로 진행된 평양 경상동의 유소년 축구 연수원의 시설 보수 공사가 최근 마무리됐습니다.

국제축구연맹 홍보국 데이비드 노에미 대변인은 지난 3월에 시설 개선을 위한 자금 지원을 승인했다면서 최근 공사가 마무리돼서 정상적으로 연수원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고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노에미 FIFA 홍보국 대변인:평양의 유소년 시설 개보수 공사는 국제축구연맹이 가난한 나라의 축구 관련 시설을 지원하는 '골 프로젝트(Goal Project)'로 승인됐습니다.

노에미 대변인은 축구를 배우고 싶어하는 6세부터 13세 북한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라면서 최근 ‘국제 축구학교’(International School of Football)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에미 대변인은 2001년부터 국제축구연맹이 북한의 축구 관련 시설을 지원한 ‘골 프로젝트’는 모두 여섯 건이었다면서 지난 13년 동안 약 200만 달러를 지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제축구연맹의 지원을 받은 북한 내 축구시설은 축구대표단의 합숙소와 북한축구협회건물, 김일성경기장의 인조잔디공사, 그리고 최근 개관한 13세 이하의 유소년을 위한 국제 축구학교 등입니다.

국제축구연맹은 1998년 ‘골 프로젝트(Goal Project)’를 발표하고 가난한 나라에 축구 기간시설을 구축하는 지원 사업을 해왔습니다.

2001년 45만 달러를 들여 김일성 경기장의 인조잔디를 교체한 것이 북한에 대한 첫 지원 사업이었으며 2004년 2월, 북한축구협회의 요청으로 북한축구협회의 본관과 대표선수 합숙소의 보수를 위해 41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평양 유소년축구학교 출신 유럽으로 진출하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축구 유소년들을 유럽에 유학 보냈는데 한광성도 그 중의 한 명이습니다.

2017년 18살 나이로 이탈리아 축구 대회인 세리아A의 칼리아리 칼초에 입단했습니다.

18세 이하 (U-18)팀에서 좋은 활약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아 입단 한달만에 세리에A 데뷔전을 치뤘고 두 경기만에 이탈리아 프로리그 첫 골을 기록할 만큼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2017- 18년 시즌 한광성은 북한 출신 최성혁 선수가 뛰고 있던 세리에 B 페루자로 임대되었습니다.

개막 첫 경기부터 세 골을 넣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전반기에만 7골, 3 골도움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2018-2019 시즌 다시 페루자로 임대되었고 부상 등이 겹치며 전반기 출전을 거의 못했지만 20경기에 출장해서 4골 1도움이라는 준수한 활약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인민호날두 , 미북 대화 골문에도 영향을 주다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중제하려던 이탈리아 정치인은 북한에서 온 천재 축구선수가 미국과 북한의 공통 관심사가 될 수 있다며 한광성을 몇 차례나 만났습니다.

안토니오 라치 이탈리아 상원 외교위원회 서기장은 2017년 9월 북한을 방문하기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를 만났고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중재자 역을 맡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라치 의원은 한광성을 만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한 선수와 같은 유망한 북한 선수들의 이탈리아 진출을 돕고 싶다고 했습니다.

(2017년 9월 8일 RFA 기사입니다) 이태리 정치인, 방북 앞두고 '지각부임'한 북 대사 만나 — RFA 자유아시아방송

라치 의원은 지난 3일 이탈리아 축구 2부 리그인 세리에B에 페루자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광성 선수를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에는 한광성 같은 선수가 많이 있다며 더 많은 북한 축구 선수를 이탈리아에 영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또한 한광성이 1부 리그인 인터밀란, 유벤투스 등에서 영입 제의를 받고 있지만 북한 측은 그가 대사관이 있는 로마에 있길 바란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라치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탈리아 축구와 음악을 매우 좋아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평양의 축구 신동 , 460만불 사나이되다

2019 년 9월 2일 그저 루머에 그쳤던 유벤투스와 한광성의 링크가 현실화 되는 계약이 성사되었습니다.

이적료 500만 유로 미화 460만 달러에 2년 임대후 이적이라는 조건으로 이탈리그 축구의 최고 명문 구단 중 하나인 유벤투스에 입단했습니다.

미래를 보고 계약했다는 인터뷰와 함께 한광성을 키우고자 하는 유벤투스의 생각이 보였고

그럼 유벤투스에 입단 한 후에 한광성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한광성은 23세 이하 팀에 합류해 세리에 C 리그에서 전반기 19경기 중 17경기를 뛰었고 1골 2도움을 기록하는 동안 대부분 선발로 출전하며 유벤투스에게 많은 기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전반기가 끝난 후 입단 6개월 만에 한광성을 카타르의 알 두하일 SC로 이적 시켰습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까지 선발로 출전한 점과 출장횟수와 출전시간이 꾸준했던 점을 예로 들어 돈 때문에 카타르 리그 로 이적하라는 북한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추측했습니다.

알 두하일은 500만 유, 미화 552만 달러에 한광성을 영입했고 이탈리아 한 언론은 한광성은 카타르행 비행기에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아쉬워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고 합니다.

유럽에서 잘나가던 인민호날두는 중동 모래바람 앞에선 다수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2020년 2월 5일 RFA “인민호날두 한광성, 카타르 이적 후 연속 부진)

인민호날두 한광성, 카타르 이적 후 연속 부진 — RFA 자유아시아방송Opens in new window ]

북한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한광성이 유럽에서 중동으로 옮긴 후 두 경기에 출장했지만 골을 기록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한광성은 지난 2월 1일 새 소속팀인 카타르의 알두하일 (Al Duhail)로 이적한 후 두 번째로 경기장에 나섰지만 득점없이 경고를 받았고 소속팀도 0대1로 패했습니다.

한광성 선수를 영입한 알두하일 구단은 모두 12개 구단이 속한 카타르의 국내 프로축구대회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한광성 선수의 이적 후 세 번째 경기는 6일의 무아이더(Muaither) 구단과의 원경 경기입니다. 팀을 옮긴 후 첫번째 득점을 기록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한광성은 이적한 지 8개월 만인 9월에 대북제재로 인해 팀에서 방출되었다고 합니다.

방출된지 한 달만에 한광성을 찾는 팀이 나타났고 그 팀은 말레이시아의 슬랑오르 였습니다.

UN제재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았고 개인합의까지 마쳤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한광성의 커리어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한광성의 소유권을 갖고있는 알두하일과의 협의에 실패해 결국 이적에 실패했고그후 2021년 1월 북한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만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이라는 국적이 발목을 잡아서 몰락한 불운한 한광성이 유럽에서 다시 골맛을 볼 수 있는 날이 올지 축구팬들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매거진, 지금까지진행에미국 워싱턴에서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