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역도 종목에서 다른 어떤 종목보다 올림픽 메달을 많이 땄지만 2024년 파리 올림픽 예선에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 도쿄 올림픽에 이어 두 번 연속 올림픽 불참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북한은 오는 12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릴 국제역도연맹(IWF)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국제역도연맹이 밝혔습니다.
보고타에서 열리는 IWF 세계선수권대회는 파리 올림픽 무대를 향한 첫 예선전으로 전세계 1천2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입니다.
북한에서는 역기로 불리는 역도는 인류가 올림픽을 시작했을 때부터 기본 종목이었을 만큼 힘겨루기의 대표적인 종목입니다. 올림픽 구호인“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Faster, Higher, Stronger)”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올림픽 운동을 이끌며 1894년 주창하며 도입된 이 구호는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부터 다 함께(- Together)가 추가되면서 127년만에 변경됐습니다.
북한은 2008년과 2016년 사이에 있었던 세 번의 올림픽 경기에서 역도에서만 5개의 금메달을 땄습니다.
북한 선수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신기록만 해도 5개에 이릅니다.
역도 강국 북한은 2019년 이후 국제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코로나 세계 대유행의 영향으로 국경을 봉쇄했고 1년 연기돼서 2021년 열렸던 2020 도쿄 하계 올림픽도 IOC 국제올림픽위원회 회원국가 중 유일하게 불참했습니다.
►►►► RFA가 만난 북한 역기 선수들
북한 선수들이 올림픽의 역기, 역도 종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장면을 RFA도 현장에서 직접 보며 보도했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남자역도 김은국, 엄윤철, 여자역도 림정심 선수가 올림픽 시상식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저도 북한 선수의 금메달 확정 현장에 함께 있었습니다.
(CUT) 김진국 기자 현장음: “런던 현지 시각으로 29일 오후 4시 20분입니다. 북한 유도의 희망 안금애 선수가 결승에서 맞붙은 쿠바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 지었습니다.” (기자) 김은국 선수 금메달 축하드립니다. 메달 한번 만져보고 싶어요 (김은국) 네 (기자) 이제 남은 기간 동안 런던에서 어떻게 지내실 건가요? (김은국).. (기자) 런던 시내 구경도 하고 그러면 좋겠네요 (김은국) 다른 선수들 응원하겠습니다.
<앵커> 김 기자도 함께 흥분한 듯한 목소리인데요, 김 기자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김진국>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첫 금메달을 확정 지었을 때입니다. 안금애 선수가 유도 경기장에서 예선전, 준준결승, 준결승, 결승까지 한 단계씩 오르며 대결을 할 때 취재하랴, 응원하랴, 현장분위기를 전하랴,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2015년 북한이 미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린 세계역도연맹 선수권대회에 출전했을 때도 북한 선수의 경기 모습을 현장에서 전했습니다.
{https://www.rfa.org/korean/in_focus/weightlift-11232015141924.html}
미국에서 40년 만에 열리는 국제역도선수권 대회에서 북한이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자 56kg 엄윤철 선수가 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다음날에도 62kg 김은국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주말 내내 시상대의 단골 손님은 북한이었습니다.
특히 엄 선수는지난 21일 경기에서 중국 선수에 뒤지던 용상 즉 추켜들기 2차 시도에서 자기 체중의 3배가 넘는 171kg의 세계신기록을 들어올리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습니다.
한편, 북한이 대회 초반부터 우수한 성적을 올리며 주목받고 있지만, 메달 수상자의 소감으로 등장하는 국가 지도자를 향한 일관된 칭송은 스포츠의 기본 정신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 경기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반응입니다.
대회 첫 금메달 기자회견이 열렸던 지난 21일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의 조지 브라운 박람회장에서도 정치 지도자의 가르침 덕분에 좋은 성적을 올렸다는 북한 선수의 답변이 반복됐습니다.
엄윤철 선수: 존경하는 김정은 동지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가 있었기에 이렇게 금메달을 쟁취하게 된 것입니다.
김진국 기자: 지금까지 거둔 성적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무엇입니까?
엄윤철: 2014년 한국 인천 아시아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입니다. 금메달을 가지고 조국에 돌아갔을 때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함께 사진을 찍어 주셨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의 사회자였던 영국 언론인 브라이언 올리버 기자는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매년 국제대회에서 엄 선수를 봤지만 수상 소감은 매번 같은 내용이었다면서 오히려 소감으로 국가 지도자를 언급하지 않으면 이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이언 올리버: 런던 올림픽과 카자흐스탄 국제선수권대회 등 엄 선수가 활약한 거의 모든 세계대회를 취재했지만 매번 같은 수상 소감이었습니다.
►►►► 금지약물복용 금지 강화가 북 올림픽 출전의 발목 잡나 ?
올림픽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 매체인 ’인사이드더게임스’(inside the games)는 지난 10월 기사에서 북한이 올림픽 메달이 유력한 역도 종목의 예선 대회를 포기한 배경에 도핑금지 규정의 강화 때문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북한의 불참 시점이 세계역도연맹이 도핑금지 규정을 강화하는 시점에 나온 것임을 주목했습니다.
안토니오 우르소 세계역도연맹 사무총장은 지난 10월 열린 집행위원회가 도핑금지 조치를 강화했다면서 금지약물과 관련한 검사를 피하려는 모든 국가는 파리 올림픽 예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국제 대회도 참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집행위원회에서 정한 반도핑 강화 규정 중에는 국제 대회에 참가할 선수들이 경기 3개월 전부터 언제든지 금지약물과 관련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세계반도핑기구에 알려야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회 2개월 전부터 검사에 응하도록 규정했지만 3개월로 강화됐습니다.
새롭게 강화된 금지 약물 복용 규칙인 올해 8월부터 시작돼서 2024년4월 28일에 끝나는 올림픽 예선 기간 내내 적용됩니다.
우르소 세계역도연맹 사무총장은 금지약물 복용금지 뿐만 아니라 국제대회 출전과 관련해서 북한으로부터 어떤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포츠 매거진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기사 작성 김진국 기자,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