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도 많은 유엔 기구들 중 인권최고대표라는 직위가 있는데요.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유엔의 모든 체계를 대표해서 전세계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핵심적인 임원입니다. 평등을 향상시키고 모든 형태의 차별에 대항해 투쟁하며 법치의 가치와 인권범죄의 책임규명 방안을 강화하고 민주주의 공간을 확장시키며 모든 종류의 인권침해로부터 약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오는 9월부터 앞으로 4년간 복무할 차기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발표됐습니다. 지난 10일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첼 바첼렛(Michelle Bachelet) 칠레 전 대통령을 차기 유엔 인권최고대표로 임명했습니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첼 바첼렛이 2010년에 유엔여성기구 (UN Women)가 처음 설립됐을 때 초대 총장으로 큰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유엔여성기구가 전세계 여성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성 평등의 가치를 퍼트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칠레에서는 두 차례나 당선된 최초의 여성 대통령입니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이 바첼렛 차기 인권최고대표를 더욱 높게 평가한 것은 칠레에서 대통령을 두 차례나 역임했던 경력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칠레의 피노체트 군부독재 초기에 바첼렛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인권유린 때문이었습니다.
1973년 9월에 칠레의 장군이자 정치인 피노체트는 민주적 방식으로 당선된 사회주의 좌파세력의 새 대통령인 아옌데를 전복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할 목적으로 좌파성향의 아옌데 지지자들과 시민, 정치인, 정치비평가 등 3천 명 이상을 처형하고 8만 명 이상을 구금하고 고문했습니다. 또 복종하지 않는 사람들을 북한의 ‘관리소’와 유사한 집단수용소를 설치해서 감금하고 처형했습니다.
바첼렛의 가족도 피해자들 중 일부였습니다. 바첼렛의 부친은 피노체트가 구데타를 일으키기 전 정권의 군부에서 일하던 군인으로 1973년 쿠데타가 시작되면서 반역죄로 체포됐습니다. 체포된 후 구금상태에서 매일 고문 당하다 그 다음해 초에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어머니와 바첼렛 자신도 비밀경찰에게 끌려가 수도 산티아고 외곽에 있는 비밀 정치범 감금시설에 갇혀서 `심문 도중 혹독한 고문을 받았습니다. 바첼렛은 복권 된 이후에 당시 고문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당했던 고통에 비하면 내가 받은 고문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쿠데타 세력은 다른 수감자들을 살해함으로써 어머니와 나를 협박했습니다. 정치범으로 구금돼 있으면서 전기고문까지 받는 사람들도 여럿 목격했습니다.”
바첼렛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와 호주로 망명했고 1970년대 중반 동독으로 건너가 의학공부까지 했습니다. 피노체트의 17년 장기독재가 끝이 난 뒤 2006년 바첼렛은 민주적인 국민투표로 대통령에 당선돼 2010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했습니다. 최초의 여성 칠레 대통령이 된 겁니다. 2013년 바첼렛은 칠레 중도좌파연합의 대통령 후보자로 다시 나왔고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또 당선이 돼 2014년부터 올해초까지 한차례 더 대통령직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유엔 인권분야에서 최고 수장인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전 세계 유엔 회원국가 모두의 인권문제를 보살피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지요. 독재정권 하에서 반역자의 딸로서 정치범으로 몰려 체포돼 고문까지 받았던 바첼렛은 민주화된 칠레에서 여성대통령으로 두 차례나 당선돼 대통령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또한 유엔에서는 유엔 여성기구의 초대 총장으로 전세계 여성들의 인권신장과 여성평등을 위해 일했습니다.
인권유린의 희생자였던 새로운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북한인권 향상을 위해서 더 의미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당연하게 가져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독재의 종식, 민주화와 국가정상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의 값진 기회를 주고 있는지 주목했습니다. 피노체트 독재가 북한의 3대 세습독재처럼 70년간 지속됐다면 바첼렛의 인생에 국가와 전 세계의 인권을 위해서 기여할 기회가 주어졌을까요?
미첼 바첼렛의 인생을 살펴보면서, 북한의 가까운 미래에 국가정상화와 민주화가 펼쳐지기를, 그리고 북한의 청년들이 유엔 무대에서 세계인권을 위해 일할 기회들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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