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식민지보다 반인권적인 북 언어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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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지식을 기록해 보존하고 전달하는 핵심 수단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교육 증진을 위해서 그리고 국가와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중추적 역할을 합니다.

오늘은 유엔의 교육 과학 문화 기구인 ‘유네스코’가 선포한 2월 21일 ‘국제 모국어의 날’을 맞아 언어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유네스코는 이날을 기념하며 문화유산 보존, 교육 발전과 평화로운 사회의 강화를 위해 언어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강조합니다. 여러 종류 언어를 교육하고 촉진하는 것은 사회가 화합하는데, 피지배적인 소수민족 언어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언어를 통해 소수 민족도 교육 자료와 정보, 기회를 공평하게 접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배우고 학습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언어를 포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의 발전은 물론이고, 사회와 국가의 발전까지 담보할 수 있게 합니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언어 정책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균형을 찾고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요. 사회적으로, 정치×경제적으로 혜택을 못 받는 비주류 소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존하는 데 치중하면 오히려 그들의 경쟁력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수의 언어는 전 세계가 공동으로 쓰고 발전해 나가는 과학 기술 용어를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기에 정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지식수준도 점점 낙후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교육에 있어서 민족 언어와 세계 공용어 간의 조화와 균형을 이룬 언어 정책이 필요합니다.

과거 식민지 시기는 언어 정책에 대한 친인권적 감각 없이 마구잡이로 지배 국가의 언어만 공식 언어로 강압하는 정책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피지배 민족들의 고통과 인권 유린은 ‘통합 정책’이라는 미명 하에 무시됐습니다. 한반도도 과거 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36년 간의 일제강점기 시기, 우리말을 억압당한 역사가 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 대부분 나라들도 수 세기의 식민지 시기를 거치며 민족 언어 말살 정책의 아픔을 겪었는데요.

아프리카의 중동부 해변의 탄자니아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독일의 식민 통치를 받았고 독일어를 사용하도록 강요당했습니다. 독일어를 할 수 없는 주민들은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없었고 공무원으로 일할 수 없었습니다. 또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부터 1960년대까지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영어를 못 하는 일반 주민들이 차별당했습니다. 해방 이후 민족 언어인 ‘스와힐리어’가 공식 언어로 자리했고 지금은 문화와 교육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스와힐리어와 영어를 병행해서 사용합니다.

북한은 지금 식민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국민이 쓰는 언어를 억제하는 언어 통제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남한식 말과 표현을 배제함으로써 남한의 문화적, 문명적 영향은 물론 외부 세계의 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정보 통제 정책’입니다.

북한 당국은 효과적 실행을 위해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정해서 ‘비규범적인 언어요소를 정리하고’, ‘평양문화어의 순결성을 고수’하라고 주장합니다. 이 법은 남한 사투리나 남한식 언어습관을 ‘괴뢰말투’로 정해서 괴뢰말투와 괴뢰서체를 사용할 경우 ‘무기로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하고 그 말투를 유포할 경우도 10년 이상 교화형이나 사형까지 적용합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민족들은 수 세기에 걸친 식민지 시기, 지배 국가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교육 기회, 직업 선택의 기회, 국가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지만, 북한과 같은 무기 종신 교화형 같은 처벌은 없었습니다.

식민지 시기보다 더 반인권적 언어 통제 정책입니다.

남북한은 수천 년간 좁은 한반도에서 흩어지고 모이고를 반복하면서 한민족의 정서와 문화와 언어, 지식, 전통 등 무형의 정체성을 화석처럼 굳히고 강처럼 온유하게 변화하면서 오늘에 다다랐는데요. 북한 당국은 이런 불변의 역사를 지우고 해체하느라 법까지 제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언어를 통제하고 차별하고 처벌하는 것은 국제 인권 규정의 명백한 위반이고 인권유린입니다.

북한도 가입해서 당사국으로서 북한 주민들에게 보장해야 하는 유엔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은 언어 때문에 불이익당하지 않도록 여러 규정들을 정해뒀습니다.

당사국 정부는 언어를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되며, 관련해 주민들의 권리를 존중 보장하라는 약속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교육과 종교활동, 문화생활, 재판 등 법적 절차에서도 언어 때문에 불이익을 겪거나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하라는 조항이 6개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절로(스스로) 지키겠다고 유엔에 약속한 국제 인권 규정을 어기면서 남한의 영향력에서 멀어지기 위해 자국민의 언어생활을 통제하는 것은 식민지 시기에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명백한 인권유린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