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에서 지방 간부들의 비위 행위에 대한 ‘신랄한 폭로’가 있었습니다. 5일 노동신문 사설도 ‘혁명적인 도덕기강을 철저히 확립’하기 위해 엄격한 당규율과 인민에 대한 헌신적 복무 기풍을 강화함으로써 ‘공산주의 건설을 확신성 있게’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남포시 온천군과 자강도 우시군에서 발생한 간부들의 음주불량 행위와 뇌물수수 등의 ‘당규률 위반행위와 반인민적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전당에 강철같은 규률 준수기풍, 인민에 대한 복무 기풍을 더욱 철저히 확립’하라고 역설했습니다.
물론 부정부패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당사자의 처벌과 함께, 주민과 간부들을 대상으로 교양 및 교육 사업도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칼날 우에도 올라서는 견결한 투사, 부정과 불의 앞에서 절대로 굴할 줄 모르고 투쟁하는 맹수’가 되라며 정신력만 추동하면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기존 경제 정책과 행정적 관행, 교육제도, 간부 사업 관련 정책 등은 그대로인데 주민과 간부들만 도덕적인 혁명 정신을 갖추면 부정부패가 뿌리 뽑힌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입니다. 콩을 심어두고 팥이 열리기를 염원하면 팥이 열린다고 믿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사실 뇌물수수와 부정부패 행위는 수십 년간 북한 사회 전반에 농축된 관행이자 일상생활인데요, 이렇게 된 것은 북한 당국이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정책을 집행해왔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는 월급도, 배급도 못 받는 공장에 출근해야 하니, 노동자들은 먹고 살기 위해 공장 지배인이나 조직 간부에게 뇌물 주고 돈벌이 하러 나갑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규율과 혁명정신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 당국은 ‘시범껨’으로 지방 간부들만 대상으로 ‘특대사건화’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습니다만 이건 간부들만의 문제도, 지방에 국한되어 발생하는 문제도 아니지요.
여러 부문에서 구조적인 개혁만이 부정부패의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겁니다.
3년쯤 전에 저는 북한의 뇌물수수 행위를 조사하면서 북한 사회 전 부문에서 만연한 부정부패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학부모들은 교원들에게 돈이나 담배, 식사대접을 합니다. 대학교도 같은 이유로 뇌물을 주고, 시험 기간이 오면 담배를 들고 교원 사무실에 줄지어 가는 것은 당연한 학생의 도리로 여깁니다.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또 어떻습니까. 교육부나 대학교 총장 등에게 얼마씩 써야 한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을 정도고요.
직장에서는 입당, 승진, 행정 업무를 위해서도 상급자나 담당자에게 뇌물을 줘야 합니다. 군대 배치도 뇌물에 따라서 상황이 크게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 돈벌이를 하기 위해서는 인민반장에게 뇌물을 주고 동원이나 정치 모임에 빠질 수 있습니다. 개인이 국가기관에 적을 두고 개인 사업을 하는데도 뇌물을 줄 곳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장마당 장사도 마찬가지이고, 평양으로 갈 여행 증명서를 발급받는데도, 손전화 구입할 때도 같습니다.
더 심각하게는 사법 절차에서도 뇌물 효과가 크다는 점입니다. 뇌물로 예심 없이 단순 훈방 처리 받을 수 있고요, 재판에서 무죄 판결도 가능합니다. 농촌동원 등 각종 노력 동원에 빠지기 위해서도 뇌물은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에서는 ‘뇌물 없으면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는 말 그대로입니다.
이 정도로 광범위한 부정부패는 북한 체제와 조직 운영 방식이 주민들의 편의와 생활에 순리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배급을 못 주고 공장이 월급을 못 줄 경우 개인적으로 돈벌이를 하는 것이 순리인데, 그것을 못 하게 만드는 체제이니 뇌물을 주고 돈벌이 하러 직장을 이탈하는 것이지요. 간부들도 마찬가지로 같습니다. 간부도 먹고 살아야 하니 간부로서 가진 특혜를 이용하는 것이고 농장 관리자도, 교원도 마찬가집니다.
정책과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뇌물 없이 살 수 있도록 간부들과 교사의 임금을 향상시킬 것, 국가 기관 일꾼들을 임용할 때 희망하는 대학 졸업생들이 시험을 치고 결과에 따라 공정하게 뽑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회 각계각층 주민들의 노력 동원에 기대어 건설 사업을 할 것이 아니라, 인력을 관리하는 기구를 두어 노동자들을 모집하고 일한 만큼 임금을 주면 인민반을 동원할 때보다 결과가 더 좋을 겁니다. 이런 방식을 도입하면, 유엔에서 북한 당국을 ‘강제노동 국가’로 보는 시각도 교정될 것이고 북한의 국가적 위상도 회복될 수 있습니다.
지난 약 80년 간 대를 이어서 당의 사상과 이념을 철두철미하게 교육시켰는데도, 아직도 부정부패가 끊임없이 국가적 문제가 된 것이 현실입니다. 북한 당국은 혁명적 도덕의 강조만 하기보다, 간부들과 주민들이 뇌물 없이도 스스로 노력해서 살 수 있는 사회 구조로 개선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