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존경을 강요하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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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과 인품, 사고방식과 가치관, 업적 같은 걸로 사람은 평가받기 마련입니다. 존경을 받던가 그 반대로 경멸이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요. 오늘 말씀 드리려는 내용은 ‘존경’에 대해서 입니다. 최근 몇 주간 언론과 인터넷에서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한 유명인 때문입니다.

지난달 25일에 뇌종양으로 사망한 미국의 보수당인 공화당 상원의원 존 매케인인데요. 81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고 장례식이 이달 1일에 있었습니다. 장례식에는 정당을 초월해서 조지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 내외와 과거 동료 정치인들 수백여 명이 참석해 그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메케인 의원은 정의실현과 애국심을 원칙으로 삼고 그 가치를 행동으로 실현한 정치인으로 많은 사람들 속에서 존경의 대상입니다.

매케인 의원은 해군사관학교를 나온 후 비행학교에서 훈련을 받고 해군 전투기 조종사가 됐으며 베트남 전쟁 중 1967년 하노이로 출격하다가 하노이 상공에서 미사일을 맞아 타고 있던 전투기가 추락했습니다. 팔과 다리에 총상과 부상을 입고 전쟁포로가 됐는데요. 그 다음해 해군이던 매케인의 부친이 태평양 사령관으로 부임해오면서 북 베트남 측은 정치외교적 선전에 이용할 목적으로 조기석방을 제안했지만 매케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먼저 들어온 포로가 먼저 풀려난다는 원칙에 어긋나는 처사였기 때문이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적의 선전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정의의 원칙 때문입니다. 전쟁포로로 부상과 고문의 고초를 겪다 4년이 더 지나서야 석방돼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매케인은 이처럼 불의에 굴하지 않고 언제나 정의의 편에서 투쟁했습니다. 10년 전엔 공화당 대통령 후보자로 대선에 도전했습니다. 치열한 대선 경쟁에서도 부당함 앞에서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옳은 길을 선택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와 한창 뜨거운 경쟁을 벌일 때였습니다. 매케인 지지자들이 오바마 당시 후보자를 근거 없이 비난하고 나섰을 때 매케인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막아섰습니다. 오바마는 대통령 될 자격이 있는 건실한 미국 시민이라고 상대후보자를 옹호해서 그의 훌륭한 인품에 놀라는 일도 있었습니다. 또 당리당략에 휘둘리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옳은 길을 선택하는 정치인이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하고 두 주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 의회에 나와서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연설했습니다.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는 매케인 의원이 속한 공화당에서는 폐지하기를 원하는 제도지만 국민의 안위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장례식을 치른지 한 주가 지났지만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매케인의 이같은 업적과 훌륭한 인품, 가치관을 기리는 미담들이 아직도 흘러나옵니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사리사욕에 흔들리지 않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성심껏 일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매케인 의원을 존경합니다.

북한에선 백두혈통 일가족 외에는 전국민이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온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지요. 북한의 2인자로 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받던 장성택이 처형된 사례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존경이라는 것은 이렇게 우러나오는 것이지 강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사람이나 동물도 아닌 생명도 없는 돌이나 탑을 지어놓고 찬양하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생명도 가치도 없는 동상이 뭐길래 끝 없는 잠재력을 가진 청년들을 어떤 창조적인 활동이나 학습도 못하도록 밤새 동상이나 탑을 지키게 세워둡니다. 초상화라는 것도 흔하디 흔한 종이 조각에 불과한 것을 거기다 절을 하도록 강제하며 초상화를 닦는 걸레마저 무엇보다 소중히 다뤄야 하지요. 매케인 의원처럼 국가와 국민, 정의와 인간 존엄의 가치를 위해 투쟁하며 국가개혁의 길을 열게 된다면 김정은 위원장도 비상식적인 우상화작업 없이도 그리고 혁명역사 교육을 강짜로 시키지 않고도 진심어린 국민의 지지와 존경을 받을 겁니다. “자유, 공정한 정의, 모든 사람들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 이 같은 가치와 이어지는 것은 인생의 순간적인 기쁨보다 훨씬 더 숭고한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매케인이 자신의 생을 정리하며 평생 복무했던 미국 국민들에게 남긴 글에 있는 말입니다. 존경은 대의를 위해서 정의를 실천하면서 부수적으로 얻어지는 숭고한 선물이지 강제해서 억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