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정세변화에 맞는 인권개선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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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이 시작되면서 북중 국경지역 단속이 심해졌다는 건 이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경지역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보면 주민생활을 통제하고 단속하는 강도가 여러모로 강화된 듯하여 우려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RFA가 최근 국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안전소조’에 대해서 보도했는데요. 각 인민반에 네 다섯 명의 충성심 높은 당원들로 안전소조를 구성해서 인민반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고 합니다. 안전소조가 눈여겨 감시하는 대상은 평소보다 지출이 많은 사람들, 탈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 탈북자 또는 행방불명자 가족들입니다. 밀수 관련된 주민들의 동향 등 일상생활을 24시간 관찰하고 수시로 보안서에 보고한다고 설명합니다.

최근 국경지역 단속의 일환으로 인신매매 행위를 색출하고 그 결과로 양강도 김정숙군 주민 4명이 시범껨에 걸려서 공개재판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공개재판에서 교화 15년 형, 12년 형 등을 각각 받았다고 전합니다. ‘인신매매를 뿌리 뽑으라’는 당국의 방침 때문이라는데 주민들은 살기 힘들어 탈북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인신매매에 나선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것이 모두 국경지역의 통제를 강화하라는 방침 때문에 벌어지는 병폐라고 내부소식통들은 지적합니다.

북한전문 신문인 ‘데일리엔케이’는 북한당국이 올해 5월경에 최신형 전파방해기와 손전화 감청기를 1,500만 위안을 주고 사들여와 주민들의 손전화 사용을 감시 감청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이유 때문인지는 명확치 않지만, 보위부가 남한에 가족이 있는 주민들을 협박하면서 거액의 돈을 갈취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정부당국이 주민들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전화통화를 감청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일어날 수도 없는 불법 행위입니다. 북한당국도 이제 국제사회로 나오면서 남한과 미국과 대화를 하는 시기가 왔는데도 오히려 주민들을 대상으로는 국제적 상식과 인권의 기본가치에 어긋나는 불법행위을 지속한다니 참 안타깝습니다.

정부가 주민생활을 관찰 감시하는 것은 유엔이 규정하는 기본적인 인권규범을 유린하는 행위입니다. 유엔의 주요 규약 중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 있는데요. 이 규약의 17조가 사생활 보호에 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생활과 가족 또는 개인적인 서신이나 의사소통에 강제적이거나 불법적인 간섭을 받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정했습니다. 이 말은 북한주민들도 전화통화나 일반 대화내용을 감청받거나 일상적인 사생활을 관찰 감시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개인생활이 드러나지 않도록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북한당국은 이 유엔의 권리규약을 따르겠다고 국제사회와 약속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당국이 이렇게 드러내놓고 국제적 약속을 어기며 주민들을 감시하고 있으면서, 얼마전 유엔에서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은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심지어는 남한정부를 협박까지 했습니다. 지난 26일자 로동신문이 내놓은 ‘인권타령에 비낀 미국의 추악한 속내를 해부한다’는 기사인데요. 이 기사는 유엔에서 채택된 북한인권 결의안이 북한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미국의 정책으로 나왔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제는 북한과 미국의 정치 군사적 역학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으므로 미국은 “달라진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와 변천된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분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북한의 대남 라디오방송 ‘통일의 메아리’는 지난 17일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유엔의 북 인권 결의안 채택 놀음에 가담하였다”면서 “우리의 아량과 성의에 대한 명백한 배신 행위이며 북남관계 개선에 역행하는 용납 못 할 망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무슨 의도로 이런 억지 주장을 하는지 이해는 됩니다만, 하등의 관계도 없는 남북 북미대화와 북한 인권문제를 연결시켜서 미국과 한국을 억지로 협박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남한과 미국과의 대화에서 인권문제는 다루지도 않고 있으며 정치범수용소는 여전히 운영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국경지역 주민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의 강도는 더욱 높이고 있어서 주민들의 사생활이 무단으로 침해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즉 인권유린은 국제정세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는데 북한당국은 왜 국제사회의 인권옹호 주장을 국제정세와 연결시켜서 비판하는 걸까요. 북한인권 결의안은 남북관계나 북미관계가 좋든 좋지 않든 과거 15년간 지속적으로 유엔이 채택해 오던 겁니다. 변함없는 북한인권 결의안의 채택은 북한의 변함없는 인권상황의 심각성 때문입니다. 북한당국이 논리도 없는 비판을 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맞게 그리고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와 변천된 대세의 흐름’에 맞춰서 인권문제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것이 당국이 우선적으로 할 일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