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주체적 존재로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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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국제부녀절이 막 지났습니다. 유엔은 1975년부터 3월 8일을 ’세계여성의 날’로 지정해 전 세계 여성들의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2019년 올해 유엔은 ‘동등한 권리를 생각하고 총명하게 행하며 변화를 위해 혁신하라’는 주제를 인권홍보의 핵심내용으로 정하고 세계 여성들의 인권 증진을 위한 선전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남녀간 평등을 확대하고 여성들의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해 혁신적인 방안들을 강구해 보자는 의도의 선전활동입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올해의 주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남성 중심의 가치관으로 규정된 문화 속의 사회 기반시설이나 제도, 체제를 새로이 다루기 위해 이 주제를 설정했다. 우리의 세상을 새롭게 구상하고 만들어 낼 혁신적인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여성 의사 결정자들이 나섬으로써 사회 공공복지 제도나 공공시설에 여성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폭력과 괴롭힘을 예방할 수 있고 모든 사람들의 평등한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사무총장은 “여성의 권리를 우리 모두의 목표 즉 남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변화의 길로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는 균형을 바로 잡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해하기에 좀 어려운 말인데요. 모든 가치나 사고의 중심에 남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아니라 남녀가 동등한 존재라는 사고방식과 가치관에 입각해서 사회제도와 시설들이 만들어져야 하며, 그래서 여성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가 만들어 진다면 남녀 모두에게 이롭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설명한 말입니다.

남성을 중심에 둔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실은 거의 모든 나라나 사회에서 발견되는 현상입니다. 그 정도가 심하면 사회의 약자나 취약계층 사람들에 대한 폭력이나 차별, 부당함이 심각하게 나타나므로 사회적 안정과 평화를 해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녀 모두가 존중 받고 약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남녀평등의 사고방식을 모든 사회성원들과 전 지구 주민들이 다 가질 수 있도록 유엔에서 홍보하고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유엔에서 전세계 여성인권을 보살피는 전문 기구인 여성차별철폐위원회라는 곳에서 2017년에 북한 여성들의 인권상황을 검토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검토에 나온 북한관료들은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 마저 없을 정도로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북한당국자들은 이 자리에서 여성인권과 남녀평등 관련 교육을 전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엔 기구가 확인한 것처럼 남한과 국제사회의 인권전문가들이 연구한 바도 북한주민들의 남녀평등 가치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낮습니다.

북한체제는 건국초기부터 가부장적 사회주의 가치관을 중심으로 국가체계가 뿌리를 내렸고 따라서 주민들의 사고방식도 남성중심의 가치관이 만연하게 되었습니다. ‘여성은 꽃이라네’라는 북한 노래 가사에서 보듯이 혁명을 이루는 주체는 남성이고 여성은 사회주의 혁명을 돕는 역할에 그치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북한의 로동신문이나 언론매체가 여성을 묘사하는 방식도 주체적인 역할을 하는 온전한 사회적 존재가 아니라, ‘수령의 딸’ 또는 남편을 봉양하는 보조적인 존재로 ‘가정의 꽃’ 또는 ‘사회의 꽃’으로 표현합니다. 북한사회 전체에서 여성은 혁명을 보조하는 ‘아내’나 충성스런 군인이나 혁명가를 키워내는 ‘어머니’의 역할로만 국한해 남녀가 평등하지 않다는 사고방식이 퍼져 있습니다.

대부분 주민들이 장마당에 의지해 생계를 유지하는 시대가 된 이후로는 여성들이 경제활동의 주체로 가정적으로도 사회적으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즉 여성이 가족부양뿐만 아니라 가사를 돌보는 역할까지 도맡고 있으나 여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전근대적입니다.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 존엄과 가치, 주체성을 가진 사회 성원으로 여성을 인식하지 않고 있습니다.

남한을 포함한 서구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이 국가의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문화가 전반적으로 근대화와 문명화가 이뤄지면서 그 속에서 여성의 역할과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남녀 평등의 가치관이 퍼지는 경향을 확인해 왔습니다. 북한에서도 최근 장마당을 중심으로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내부소식통들의 전언이 들립니다. 북한여성들이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서 스스로의 존엄성을 드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사회의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남녀평등의 가치관을 반드시 이해하고 확산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