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노동신문은 ‘지방발전 20x10정책’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연설한 내용의 전문을 내보냈습니다. 지방에 현대적 공장을 짓는 대규모 국가 건설계획이 시작되고 처음 진행된 준공식이라 건설에 참가한 병사들과 북한 지도부의 감회가 특별했다는 것을 행간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연설문은 외부 사람들에게 북한의 지방발전 계획과 전반적 경제정책을 이해하는데 다소나마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지방발전 20x10정책’을 추진하는 북한 당국의 경제관을 직시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오늘은 연설문을 분석하고 지방발전 계획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요인은 더 없는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김 총비서는 지난 시기의 지방공업 발전 문제를 지적하고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화두를 꺼냈습니다. 문제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해결의 열쇠일 텐데, 이 연설에는 정확한 문제 인식은 보이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다만, 지역별로 지방공장들의 성과가 극심하게 차이 났고 공장들의 규모, 형태, 생산공정도 차이가 있어 인민생활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했는데요. 이렇게 된 것은 지역별로 일꾼들의 능력과 당 정책에 대한 태도, 각 시, 군별로 차이 나는 경제적 잠재력 때문이고 또 지방공업 발전 문제를 지방 주체의 사업으로 여기고, 당적 국가적 사업으로 강력하게 전개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필수적 국가 투자와 통일적 지도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고, ‘자금 수입이 유리한 부문과 자원들은 성, 중앙기관, 무력, 특수 단위들을 차지’해서 지방공업이 더 힘들어졌다는 솔직한 설명이 참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북한 경제 특유의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계획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뇌물과 과도한 수입금 공조, 그로 인한 관료주의와 세도 등 사회적 악행들이 발생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연설은 결론적으로, 지금 진행 중인 ‘새시대 지방발전 정책’과 ‘농촌혁명강령’은 과거 교훈의 전면적 분석에 기초해 혁명적, 과학적 실천 방도들이 명시되어 있고 비현실적이거나 비실리적인 것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 정책들은 과거와 달리, ‘당중앙위원회가 직접 틀어쥐고 작전 지휘하며 국가가 전적으로 맡아’서 당적 국가적 사업으로 강력히 추진하고 있기에, 일꾼과 인민들은 당정책을 굳게 믿고 정책적 과업을 ‘드팀없이 완전무결하게 집행’하면 결과가 도출된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지난 시기 정책과 2024년 현재 북한 지도부가 진행하는 지방발전 정책은 국가관리의 주도성과 환경에 있어서 엄연히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책 내용이나 실행 방안 면에서 과거보다 효율적, 실용적인지는 의문입니다.
연설문은 과거 60-70년대 호평받던 경공업 제품들인 남포 유리그릇, 사리원 경암산 구두약, 원산 철제 일용품 등이 쇠락한 사례를 교훈으로 들었습니다. 국제시장으로 진출까지 한 인기 경공업품들이 가치를 상실한 것은 일꾼들이 ‘생활력을 지속적으로 확대 발양시키는 사업에 사상적으로 달라붙지 않은 결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내부적으로 공장 당위원회가 최고지도기관으로 각 기업소를 집단적으로 관리 운영하고 정치사업을 짜고 들던 ‘대안의 사업체계’가 시작된 시기는 1960년대 초입니다. 과연 이 시기의 일꾼들의 사상적 사업성이 부족해 유리그릇과 구두약, 철제 일용품들이 국제시장에서 도태됐을까요?
1960년대 경제 성장기의 세계 시장에서는 이런 종류의 경공업품들은 기존 선진국과 신흥국가들에서 경쟁적으로 생산, 판매됐습니다. 재료나 외관의 미학적 발전만이 아니라 기능과 품질 면에서도 엄청나게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졌는데 북한의 지방 경공업 공장들이 이런 국제 시상의 흐름과 수요에 맞춰 상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북한의 60~70년대는 김정일이 당 중앙으로 등장해서 김일성 주석을 열심히 찬양하기 시작하던 시기였고,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 아래 북한의 경공업 공장들은 세계 시장의 추세에 따라갈 제품을 생산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사상 사업이 부족해 나타난 결과가 아닌 겁니다.
김 총비서는 연설을 마무리하며 ‘뒤떨어진 지역부터 건설을 진행하는 것’을 지방발전 정책의 원칙으로 설명했습니다. 가장 낙후하고 가장 척박한 고장들부터 현대적인 공장과 문화보건 시설들을 우선적으로 세워야 한다는 원칙이라는데요. 이 원칙은 유엔이 중심으로 진행하는 ‘2030 지속가능 개발목표 이행’의 가치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여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가장 낙후한 지역에 현대식 공장을 건설한다는 원칙을 천편일률적으로 적용시키는 것보다 효율적인 전략을 찾기를 권합니다. 예를 들어서, 산이 높고 깊어서 교통이 원활치 못한 지역의 경우, 굳이 이런 곳에 일반 농촌들처럼 현대식 공장을 무리해서 지을 필요가 있을까요?
인근 시, 군의 공장에 천연 자원을 제공하는 것을 이 지역 주력 사업으로 하고, 인근 공장에서 생산한 경공업품을 그 가치만큼 산악지역에 공급해서 낙후한 지역의 경제를 살릴 수도 있습니다.
또 외국인 관광객들은 야생의 자연 상태에서 야영하는 여행의 낭만을 즐기는데요. 외국 관광객들에겐 낙후한 산악지역이나 깊은 산골 지역이 북한의 대도시보다 매력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각 지방 특색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 발전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마지막으로 지방공장 건설 계획도 좋지만, 공장들이 지속해서 이익을 창출해서 노동자와 일꾼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할 겁니다. 이제 지어지는 현대식 공장들에선 기업소 책임관리제가 제대로 작동돼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수준의 경공업품들이 효율적으로 생산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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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