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 7기 제 5차 전원회의의 결과에 귀 기울이며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전원회의 결과가 우리 주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 한다는 내부소식통의 전언이 들려오니 실망이 큽니다.
“2020년까지 인민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무조건 완수해서 인민들을 잘 살게 만들겠다던 당국의 약속은 온데 간데 없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들려왔습니다. 그 대신 '긴장된 현 정세와 혁명발전’ 운운하며 대미 정면돌파전을 인민들에게 강조했습니다.
로동신문 1면에 나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를 살펴보니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는 투쟁구호를 앞머리에 세우고 유엔 안보리 제재를 총파탄시키기 위해 정면돌파전에 매진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정면돌파전으로 나가기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나 정책적인 변화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한 채 오로지 인민들에게 정면돌파전의 사상과 의도를 실천으로 받들어야하며, 모든 부문과 단위가 각자의 임무를 똑똑히 확정할 것 등 주민들의 ‘열의와 창조적 노력’에만 의존하는 말들만 열거했습니다. 경제적 도약을 위해서는 외교관계가 핵심적으로 중요한데, 외교관계에 있어서도 실망스런 내용들뿐이었습니다. “정면돌파전에서 승리하자면 강력한 정치외교적 담보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미국을 탓하며 ‘적대세력들이 우리의 자주권과 안전을 감히 범접할 수 없도록 군사적 담보’ 즉 전략무기 개발사업을 더 활기차게 밀고나가기로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전 세계가 기대하던 바와는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했기에 참 안타까운데요.
공교롭게도 새해 첫날 전원회의 보고관련 기사 외에 북한당국이 중요시하는 외교관계의 정형들을 관찰할 수 있는 기사들이 몇 개가 더 있었습니다. 6면에 쿠바 공산당 주석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축전 전달 기사와 이어 8면에 쿠바 혁명 역사에 대한 설명 기사가 눈에 보였습니다. 그 외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이 축전을 보냈다는 기사도 자랑스럽게 내보냈습니다.
쿠바는 혁명시기부터 냉전시기였던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까지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표방한 국가들 중 인도주의 지원을 다른 나라에 보낼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국가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페루나 이디오피아, 라오스 등 아시아, 아프리카 등 동맹국가들에 농업지원, 기계설비 제공, 건설 협력 등 다양한 원조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는 국제사회에서 빌려온 국가의 빚을 못 갚겠다고 선언하기 시작했고 90년대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쳐야 했습니다. 지난 12월 말에 미국의 해리티지 재단이 발표한 경제적 자유 지수에 따르면 쿠바는 경제자유에 있어서 전세계에서 178위에 올랐고 중남미 지역의 32개 국가들 중에서 31위로 꼴찌 순위를 겨우 면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순위는 북한보다 두 단계 높은 순위입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어떤 나라입니까? 콩고민주공화국은 앞서 언급한 경제적 자유지수에서는 쿠바나 북한보다는 훨씬 높은 157위를 차지했습니다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문제가 많은 국가입니다. 2019년 국민 한 사람당 평균적으로 벌었던 수입은 470 달러로 상당히 못사는 나라입니다. 안타깝게도 여기에 더 큰 문제는 치사율이 아주 높은 에볼라라는 급성 전염병이 창궐해 지난 한해 3천 3백 명 이상이 감염됐고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또 무장단체와 분쟁으로 인민들의 생명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새해 첫날 북한이 외교적 관계를 자랑스럽게 언급한 나라들의 상황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이 두 나라에서는 발전을 위한 긍정적 노력은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민주콩고의 경우는 IMF 즉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3억 6천 8백만 달러의 지원기금을 받아서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개발과 안정화 그리고 투명성 확보 노력에 협조를 받고 있었습니다. 쿠바는 2014년 미국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해서 양국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며 현재 미국의 경제 제재가 일부 존재하지만 올해의 경제는 미약하나마 1% 대의 성장률을 전문가들은 예측합니다.
북한당국은 오히려 쿠바혁명이 아니라 2011년부터 쿠바 공산당이 실시한 경제적 변화를, 따라 배울 모범의 정형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요? 그리고 법치와 정치의 투명성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받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정책을 북한당국이 받아들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덧붙여 북한도 주민들의 노력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주변 나라로 시선을 돌려서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통해서 현재 위기 상황을 ‘정면돌파’할 방안을 강구해 내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