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김정은 위원장은 조선로동당 제8차 당대회를 열었습니다. 8차 당대회 개회사에서 김 위원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목표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당의 최고 회의 소집 자체가 승리의 다음 단계로 혁명을 이끌어 나가려는 당의 확고한 자신심의 표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이번 당대회를 역사의 분수령으로 하여 국가의 부흥 발전과 인민의 행복을 위한 조선로동당의 투쟁은 새로운 단계에로 이행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북한의 노동당과 지도부가 희망하는 대로 이번 8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북한의 경제발전, 주민들의 생활 향상과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혁명의 다음 단계로 나갈 계기가 마련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지만 당대회 분위기를 전달하는 노동신문 기사들을 보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방안들이 대부분 ‘조직정치사업을 심화’시킨다거나 ‘수령을 믿고 따르는 일편단심 신념과 충성’에 기대거나, ‘위대한 어버이의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는 선전으로만 가득합니다. 경제적 약진을 도모할 국가적 정책과 경제 체계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보다 여전히 주민들로부터 공짜 노동력을 더 끌어내고 경제 과제의 요구 수준만 더 높이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공교롭게도 정확하게 80년 전 1월 6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미국 의회에서 ‘역사의 분수령’이 된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새해 대통령 연두교서를 말합니다. 헌법에 기초해 미국 대통령은 연초에 의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주요 정책의 골자를 발표하게 돼 있습니다. 1941년 1월 6일, 루즈벨트 대통령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줄 역사적인 연설을 하는데요.
80년 전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의 대통령이 자국 의회 의원들에게 한 연설이, 현재 국가의 경제 향상과 주민생활 개선 및 안정을 꾀하려는 북한의 지도부에게도 큰 교훈을 줄 수 있을 듯합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연설에서 두 가지의 의미 깊은 교훈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첫째는 국가 고립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교훈이며, 둘째 교훈은 국가 안보와 평화의 목적인 국민의 핵심적 자유를 신장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의회 연두교서를 통해 1939년에 시작된 2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개입할 것을 의원들에게 설득하고 전쟁 이후 전 세계 인류를 위한 사회 정치적 목표를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1차 세계대전에 개입한 이후 국가적 타격이 컸기에 이후 국제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여론이 상당히 강했습니다. 1935년 이후로는 미국은 국제사회의 전쟁에 참전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또 발발했는데,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이 독일의 나치에 점차로 잠식되던 상황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이에 루즈벨트 대통령은 “히틀러의 나치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목적으로, 독재자로부터 평화와 국제적인 관용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고립주의 정책을 깨는 분수령을 마련했습니다. 물론 인류는 세계대전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겪었지만, 긴 역사로 본다면 미국의 2차대전 개입은 독일 나치와 일본 제국주의의 극단적 전체주의로부터 인류의 지성과 사상 및 이념에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 교훈은,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적 과제가 된 네 가지의 핵심적 자유에 대한 루즈벨트 대통령의 주장입니다. 미래 세계는 네 가지 핵심적인 자유의 기초 위에 공고히 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 봤는데요. 첫째 자유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있을 것이며, 둘째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제각기 섬기는 종교를 가질 자유를 누릴 것이고, 셋째 모든 나라들은 자국민을 위해 건강하고 평화로운 삶을 보장해서 궁핍으로부터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경제적 권리에 대한 것입니다. 마지막 자유는 국제적인 군사력의 감축을 통해서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미국의 2차 대전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유를 주장했다는 비판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네 가지의 자유는 지금까지도 인간의 권리 중 핵심적인 권리로 정치사회적 권리와 경제적 권리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예언한대로 네 가지의 자유는 미국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엔의 핵심적 법안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인권선언에 반영돼 전 세계 인류를 위한 인권의 잣대가 됐습니다.
80년 전 미국의 대통령은 국가 고립주의의 탈피와 인류의 자유 증진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세계 역사의 분수령을 마련했는데요. 북한당국도 이번 당대회에서 이 두 가지 교훈을 통해서 국가의 부흥발전과 인민의 행복을 위한 역사적 분수령을 맞이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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