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로운 행정부는 지난 25일 20달러 지폐에 인쇄된 인물을 교체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계획은 원래 2016년 오바마 대통령 시기의 재무부가 시도했지만 전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해 묶여 있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5년 전에 계획됐던 20달러 지폐의 인물 교체 작업을 이제 실행하겠다는 것인데요. 해리엇 터브먼(Harriet Tubman)이라는 인물로 교체한답니다. 이날 미 대통령 집무실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지폐가 미국의 역사와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20 달러 새 지폐를 빛 낼 해리엇 터브먼의 모습은 분명히 그 가치를 반영하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터브먼은 미국의 노예해방 운동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대단한 현장 활동가였습니다. 1861년에 발발한 미국의 남북전쟁 전후 시기에 활동한 노예제 폐지 활동가이자 직접 노예 탈출을 도와준 운동가입니다. 터브먼은 미국 동부지역에 위치한 메릴랜드 주에서 노예의 딸로 태어났기에 본인도 노예 신분을 대물림 받아 살아야 했습니다. 미국 남북전쟁 이전까지는 재력 있는 백인들이 아프리카계 흑인 미국인을 자신들의 재산으로 소유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개인 비행기나 거대한 트랙터와 자동화와 기계화된 농기계에 전적으로 의지해 농사를 짓지만, 1800년 대에 대규모의 땅에 농사를 지어야 했던 미국 농장주들에게는 인력만큼 값 싸고 유용한 도구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납치해 데려왔던 사람들은 기계처럼 소유물로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재산이었습니다. 노예에게는 먹을 거리와 최소한의 살 공간만 제공해 주고 농사를 짓게 했습니다. 노예의 자식이 태어나면 당연히 노예주의 소유물인 노예가 되었습니다. 노예들의 운명과 생사여탈은 노예주의 결정에 달려 있었습니다. 2백 년 전 역사 속 상황이므로 지금 생각하면 말이 되지 않을 만큼 비문명적이고 반인권적인 제도입니다.
그런 시기였기에 노예의 딸 터브먼이 노예의 삶을 사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선언하고 노예 주인의 농장에서 홀홀단신 탈출합니다. 당시 미국 북부지역의 주들은 노예제도 폐지를 지지해서 노예 출신 사람들도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개인의 권리를 가지는 자유인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터브먼은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고자 먼 탈출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노예제도를 인정하지 않던 펜실베니아 주의 수도인 필라델피아까지 320km의 거리를 걸어서 탈출했습니다. 그리고 노예가 아닌 자유인으로서 신분을 얻게 됩니다. 이후 터브먼은 친지와 친구들을 노예 주인의 소유물에서 탈출시켜 필라델피아로 데려오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자기 운명의 주인인 자유인으로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예들의 탈출 행렬은 터브먼의 안내로 계속 되었습니다.
터브먼의 노예 탈출 활약이 워낙 뛰어나서 ‘모세’라는 별명까지 붙었답니다. 모세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이집트에서 노예로 억압 받던 이스라엘 사람들을 홍해를 건너 탈출시키는 안내자 역할을 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내전인 남북전쟁이 시작된 이후 1863년엔 노예 해방을 지지하던 북군의 군사 작전을 터브먼이 지휘해서 남부지역 노예 750명을 구출하는 작전을 성공시켰습니다. 터브먼의 활동은 노예를 탈출시키는데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자유인 신분의 추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참정권 운동에 뛰어 들었는데요. 1890년대 말 당시 여성들은 투표권이 없었기에 여성도 주권을 가진 국민으로서 참정권을 요구하는 사회 선전운동을 벌였습니다. 1863년 노예제도가 폐지돼 모든 노예는 해방되었고요. 1920년에는 전 미국에 걸쳐 여성 참정권이 실행됐습니다.
160여 년 전에 활동하던 터브먼은 2021년 현재의 인류가 당연하게 누리고 사는 권리와 가치를 위해 평생을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싸웠습니다. 터브먼은 인종주의적, 성적 차별을 극복하자는 미국 현대사의 가치를 잘 표현하는 대표적 인물로 손색이 없습니다. 즉 20달러 새 지폐에 들어갈 인물로 해리엇 터브먼을 꼽았던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노예도, 노예의 주인도 아닌 한 명의 자유인으로서 권리를 가지겠다는 터브먼의 160년 전 투쟁은 어찌보면 자신의 운명의 주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며, 자신의 운명은 자기 스스로 개척한다는 주체철학의 가치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들립니다. 민주주의와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국가 국민들은 누가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아도 스스로 그 가치를 실천하며 자유인으로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주체의 가치는, 북한당국이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주민들의 삶을 한반도 북쪽 땅에만 가둬두고 외국의 영향을 차단한 채 주민들의 노동력에만 기대 국가와 경제를 운영하자는 폐쇄정책과는 정반대의 가치입니다.
전 인류가 혜택을 누리는 160년 전 선각자들의 투쟁의 열매와 자유의 가치를 북한주민들도 함께 공유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