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미투'운동이 필요한 곳이 바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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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에 대해서 설명 드릴 겁니다. '미투'라는 말은 영어표현인데요. 우리말로는 "나 역시 그래," "나도 그래"라는 뜻입니다. 이 운동은 최근 인터넷에서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선전 계몽운동입니다.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여성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전 지구인의 인식 제고를 독려하는 일반 사람들의 자발적인 계몽운동입니다. 특히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성폭행, 성추행이나 성희롱 문제의 인식을 높이고 희생자를 돕고 다시 유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자는 목적입니다.

국제적인 '미투' 시민운동은 2017년 10월 경부터 시작돼 인터넷의 여러종류 사회연결망을 통해서 들불처럼 번져갔습니다. 지난해 말부터는 미국의 연예인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성적 희롱을 당했거나 성폭행을 당한 모든 여성들이 자신의 사회연결망에 '미투' 즉 '나도 희생자야'라고 밝힘으로써 이 문제의 엄중함을 대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의 한 유명 여배우가 홍보하고 나섰습니다. 이후에 미국과 유럽의 유명 배우들과 가수들, 그 외 유명인사들 사이에서 다양한 행사로 성폭력 근절을 위한 홍보활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유엔 기구인 세계보건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여성인구의 3분의 1이나 되는 사람들이 성관련 범죄에 영향을 받았을 정도로 성폭력이 만연합니다. 미국의 주요 언론사들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미국 여성들의 54%나 되는 사람들이 원치 않는 부적절한 성적 접촉이나 성추행 또는 성희롱을 당했으며 그 중에서 95%나 되는 경우가 처벌 받지 않고 넘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시민운동을 처음으로 개시한 미국인 시민 권리 운동가인 타라나 벌크(Tarana Burke)는 "성폭력 희생자는 결코 나 혼자가 아니며 부끄러워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하며 '나도 희생자야,' '미투'라는 말을 인터넷에 올림으로써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계몽운동에 동참을 촉구했습니다.

며칠 전 남한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언론보도의 중심에 나왔습니다. 현직 검사인 서지현 검사가 검찰 고위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검찰은 물론 법무부도 진위를 조사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번 성추행 외에도 다수의 성폭행과 성희롱이 있었다고 서지현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폭로했습니다.

성폭력은 다른 범죄와 달리 피해자인 여성에게 오히려 더 큰 비난이 쏟아지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미국 언론사들이 지적한 것처럼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들이 처벌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한국, 세계 어디에서도 공통일 겁니다. 2, 3차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지현 검사처럼 큰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지현 검사는 한 언론사와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범죄의 피해를 입었고 성폭력의 피해자 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아닌가,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렸다. 범죄피해자 즉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있을 때는 결코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용기를 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남한이나 선진국에서도 성폭력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북한처럼 보수적이고, 전근대적인 폐쇄 국가에서는 더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유엔의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북한 여성의 인권에 대한 검토가 있었고 저도 협조하는 차원에서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 최근에 탈북한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대부분 장사나 무역으로 먹고 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시장과 같은 공공장소나 대중교통 등 공공시설에서 남성들의 성추행은 너무나 예삿일이라고 증언했습니다. 기차에서 여성의 가슴이나 엉덩이에 손을 대는 것은 물론이고 더 혐오스런 행위들도 남성들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한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런 일은 직장내에서건 공공장소에서건 너무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서 다 기억해서 말할 수도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검토 이후 결과보고서를 제출했는데요. 이 보고서는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을 당국이 하고 있지 않았고 성폭력 문제를 처벌하는 법률이 존재하지 않고, 고발을 받는 체계도 없으며, 해결책을 찾는 구조나 보호를 위한 봉사체계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권고안으로 "성폭력을 인권범죄로 규정돼야 한다"고 북한당국에 당부했습니다.

성폭력 문제에 있어서 법과 제도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필수 조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숨에 완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법제도가 잘 갖춰진 남한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아직까지 성폭력이 사회 문제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남녀를 막론하고 모든 사회성원들이 남녀가 똑같은 가치와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존재라는 인식, 서로 존중하는 선진적인 인간 존엄의 정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태도가 사회 저변에 퍼져야 점진적으로 해결 될 문제입니다. 북한에도 인터넷만 있다면 서지현 검사와 같은 용기 있는 북한 여성들이 '미투' 운동에 대규모로 참여해 북한 사람들의 성문제 인식제고를 촉구할 수 있을텐데, 안타깝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