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미얀마에 연대를 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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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에는 미얀마에 대한 의미 있는 기사들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주간 전 세계 모든 언론들은 지금 미얀마 전국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사태를 주시하며 엄청난 분량의 기사들을 쏟아 내고 있는데요. 지난 1일 미얀마 군부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집권당의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주요 지도자들을 구금했기 때문입니다.

미얀마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권력을 넘기고 향후 1년간은 군부 집권 하에서 통제되는 비상사태라고 선포했습니다. 이에 반대한 미얀마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군부에 대항해 싸우고 있는데요. 미얀마 국민들의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는 수도 네피도와 미얀마의 최대 도시 양곤에서 가장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전국 주요 중소 도시에서도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얀마는 지난해 11월 초에 총선이 있었는데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이 83% 이상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10년 전 2011년 총선을 통해 미얀마 군부세력이 권력을 내려놓으면서 민주화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의회 내에서 군부는 여전히 강력한 세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에도 그리고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총선에서도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정당이 큰 승리를 거뒀습니다. 점차로 위기의식을 가지게 된 군부세력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미얀마의 선거위원회는 혐의가 없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만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권력과 부에 대한 욕심은 쿠데타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미얀마 국민들은 이번 쿠데타로 2011년 이전의 군부독재 시절로 역사의 시계를 되돌릴 수 없다며 대규모로 저항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각계각층, 심지어 공무원들도 데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중부에 위치한 까야주에서는 쿠데타 항의 국민시위를 진압하러 나왔던 경찰인원 40명이 시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번의 민주화를 향한 미얀마 국민들의 투쟁은 젊은 층에게는 더욱 절실해 보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힘겹게 지켜온 자신들의 민주적 권리가 군부 독재자들에게 박탈당할 수 없다는 의식 그리고 자신들의 미래가 군부의 억압에 암울하게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더욱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있답니다.

저의 십년지기 친구이자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인 산 타르 아웅 씨는 인터넷을 이용한 문자전송으로 미얀마 상황을 제게 설명해 왔는데요. “이번 싸움에서 이기자. 우리가 지게 된다면 미얀마는 다시 군부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청년들이 군부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웅 씨는 사진도 여러 장 보내 왔습니다. 결혼식 예복을 입은 한 쌍의 청년들이 손에 구호를 들고 행진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요. 이들은 결혼식까지 연기하고 집회에 나왔다며, “우리의 결혼식은 연기할 수 있지만 우리의 운동은 연기할 수가 없다”고 외치며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데모에 참가한 모습이었습니다.

거기다 매일 밤 8시가 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냄비나 솥단지 등 금속으로 된 주방기기를 들고 나와 두드리는 집회도 선보였습니다. 이는 미얀마 전통적인 의례로 금속 물건들을 두드리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은 악한 영혼을 겁 줘서 내쫓는 행위라고 설명합니다. 국민들은 미얀마에게 해악을 주는 군부 독재자들을 일반 국민들의 힘으로 내쫓는다는 상징적인 행위를 전통적인 의식을 재연한 데모로 진행한다는 설명입니다.

제가 인터넷 문자 전송을 이용해 지금 미얀마의 주요 도시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투쟁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듣고 있는 것처럼, 전 세계에서 민주화, 인권과 진보를 위해 일하는 활동가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화를 위한 염원들을 전달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적 연대의 손을 잡고 있는데요. 제 친구 아웅 씨도 국제적인 연대망의 소중함을 표현했습니다.

“밤마다 미얀마 사람들이 냄비와 솥단지를 두드리며 부르는 노래는 단지 미얀마의 군부독재를 쫓아 내겠다는 의도만은 아닙니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걸쳐 폭압적인 독재정권 하에 살 수 밖에 없는 모든 인민들을 위해 부정에 맞서 싸우겠다는 연대의 의미기도 합니다.”

현대의 문명과 제도, 체제 그리고 우리의 의식은 민주주의와 인권과 진보의 가치를 향해서 도도히 흐르고 있습니다. 인류의 진보를 향한 큰 흐름 속에는 크고 작은 소용돌이와 역류가 존재합니다만 전체의 방향은 진보라는 대양으로 향하고 있음을 인류는 배웠습니다. 그 흐름 속에 한국의 군부독재와 이에 대항하는 민주화 투쟁도 있었고, 10년 전 중동의 민주화를 위한 진통도 있었으며, 지금은 미얀마가 그 소용돌이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긴 흐름을 누구도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북한 주민들은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북한도 큰 진보의 물결 속에서 함께 흐르고 있습니다.

민주화를 염원하는 미얀마 국민들의 뜻이 군부의 실권으로 정상화되기를 희망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