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7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있는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인권 상황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2013년 한 해 탈북민들과 남한 및 국제사회 북한전문가들 3백 명 이상을 만나서 북한의 인권실태를 연구 분석한 결과를 보고서에 담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북한에서 체계적으로 전국에 걸쳐 광범위한 단위로 끔찍한 인권유린을 북한당국이 자행하고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그리고 위원회가 발견한 인권유린 중 일부는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책임성을 규명해서 인권유린을 지시한 당국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개선조치를 제안했습니다. 유엔의 조사위원회가 내린 권고는 남북한의 민간끼리 서로 만나서 대화하라는 제안부터 남북 평화협정을 체결하라는 것까지 전체 약 40개의 권고안이 있습니다. 조사위원회 보고서가 나온지 5주년이 되는 오늘, 이 권고안들 중에서 지난 5년간 북한당국이 어떤 식으로든 실행한 권고 개선조치들이 뭐가 있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북한당국에게 내린 권고조치는 18가지인데요. 원칙적으로 분석하자면 그 중 하나도 실천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달라진 생활환경이나 관습으로 인해 자연스레 받아들여져 개선이 발견되는 권고조치들이 몇 개 있습니다. “여성에게 차별적인 법이나 규율,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권고입니다. 당국의 관련 제도나 법규정에는 변화가 없지만 주민생활의 일상적인 관행에서는 다소 긍정적 변화가 보입니다. 물론 전체 북한주민들 속에 퍼진 행동양태는 아닐 것입니다만, 여성들의 당연한 일로만 여기던 가사 일에 소극적이지만 남성들도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내부소식통들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주방 일에 남성들도 참여하는 현상을 보인다는데, 이는 여성들이 장마당 활동으로 경제권을 쥐면서 그리고 남한 드라마나 영화가 북한주민들 속에 퍼지면서 자연스레 변화된 모습으로 보입니다.
또 있습니다. “자유 시장경제 활동, 대내외 무역, 그리고 주민들에게 생계수단을 제공하는 독립적 경제 행위를 합법화하고 지원하여야 한다”는 권고입니다. 이 또한 당국의 노력 때문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존의지로 8.3 경제활동이 경제생활의 주류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자발적인 자유시장 경제활동을 당국은 묵인하는 방식으로 뇌물을 받아 이득을 얻습니다. 아직은 적극적인 합법화 또는 제도화는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권고하는 내용에서, “주민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하거나 이민 가는 방법을 통해 이산가족이 상봉해야 한다. 우편이나 전화, 이메일 등 통신수단 등을 감시하지 않고 이산가족들에게 연락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는 권고도 있습니다. 남북대화가 이뤄지면서 지난해 8월에 이산가족상봉은 있었지만, 이동의 자유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이산가족들이 상봉한 것은 아니었지요. 한번 만났던 가족들이 서로 편지나 전화를 주고받도록 허용하는 것이 당연한 인도주의적 도리일텐데 북한당국은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당국 자체에 내리는 권고안들은 이렇게 효과적으로 실행되진 않고 있습니다만 남과 북에 동시에 내린 권고안 두 가지는 비교적 잘 진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대화를 단계별로 활성화하라며 운동경기나 학술 교류, 학생들간 교류 등을 진행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남북대화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40개 가까운 권고안 중 남북 교류를 제외하면 주민 생활환경과 인권 개선을 위한 당국의 주체적인 권고안 실행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개선의 변화가 보이는 것은 모두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의 결과로 보입니다.
하지만 더 많은 주민들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분야는 북한당국이 조사위원회의 권고안을 무시하고 있는 영역들입니다. 즉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라는 권고는 물론이고요. 독립적 민간신문과 언론매체, 인터넷과 국제 전화통화를 허용할 것, 조직생활과 사상교육, 정치 선동활동 강요하지 말 것, 정치적 충성도와 배경에 기초해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박탈하는 관행과 인민반이 주민생활을 통제 감시하는 관행을 없앨 것, 해외여행 금지조지 폐지할 것, 각자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할 자유를 줄 것, 여행허가증 제도를 폐지할 것 등입니다.
이렇게 당국이 외면하는 권고들은 주민들의 생활을 더 윤택하게 만들고 국제적 교양과 문화적 소양을 쌓을 수 있게 만드는 것들입니다. 북한당국은 ‘애민 지도자’라는 말을 이용해서 김정은의 애민 지도자상을 강조하는데요. 주민들이 꼭 필요한 조사위원회의 권고 조치들만 실행하면 애민지도자의 모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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