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세계를 바꾸는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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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2월 21일, 미국의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리차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공항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1949년 모택동이 공산주의 혁명에 성공한 이후 미국은 공식적으로 중국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중국과 미국은 서로 총을 쏘는 직접적인 전쟁은 하지 않았지만 1950년대 초반에는 한반도에서 그리고 베트남에서 70년대 중반까지 열전에 참여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상호 우호국에 총부리를 겨루던 적대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 공산주의 혁명의 반동이자 최대 적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기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랐습니다.

닉슨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은 두 나라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첫 단계를 열었습니다. 양국 정상은 역사적인 '상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양국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닉슨은 중국을 방문한 그 한 주를 '세계를 바꾸는 일주일'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이게 틀린 예언이 아니란 것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닉슨 대통령 부부는 2월 21일부터 일주일간 중국에 머물면서 모택동과 면담하고 주은래 총리와 토론하고 항주, 상해 등 대도시를 방문했습니다. 미국 언론은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따라 다니면서 미국 국민들에게 중국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앞으로 밝은 역사를 써나갈 것이란 희망을 갖게 했습니다. 양국정상은 상해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요. 닉슨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했던 말들은 앞으로 우리가 해나갈 일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양국간의 협력이 이후 역사에 큰 변화와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미래를 암시했습니다.

그 이듬해 양국은 베이징과 워싱턴에 각국의 연락사무소를 두고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1978년 12월 18일 등소평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그리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용어를 쓰며 개혁개방을 선언했습니다. 급기야 2주 후 1979년 1월 중국과 미국의 양국관계 정상화가 이뤄집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대중국 관계를 중화민국이 아니라 베이징의 중국과 관계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외교관계가 정상화됐습니다. 닉슨이 예측한 바처럼 세계의 판도를 바꿨습니다. 이제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세계 외교문제와 정치, 경제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후 미국의 거의 모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빈으로 중국을 방문할 정도로 양국 외교관계는 자국의 정치와 국제관계에서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됐습니다. 미국과 외교관계 정상화 이후 중국은 매년 6프로에서 12프로에 달하는 경제성장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세계에서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또 양국 사이에는 매년 전체 6백만 명이 넘는 중국과 미국 사람들이 두 나라를 상호 여행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48년 전 2월 21일 미국 대통령의 첫 발걸음이 세상을 향해 중국의 문을 열게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중국을 보면서 한 나라 지도자의 올바른 역사적 결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데요. 안타깝게도 북한당국은 여전히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같은 날 로동신문은 여전히 "우리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위대함은 자력갱생에 있다"는 론설을 내보냈습니다. 이 론설은 자력갱생의 원칙에서 경제력을 다져야 국가와 인민의 존엄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당국은 수 십 년간 자력갱생의 구호를 외치지만 사실은 자력갱생으로 살아나갈 길이 없다는 것은 북한 지도부를 포함해 모든 주민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북한에서 남부럽지 않게 편안히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중국을 통해서 밀수를 하는 사람들이거나 남한으로 탈북한 가족들이 매년 보내주는 돈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보안성이나 보위성에서 공권력을 가진 사람들도 중국에 기대어 밀수하는 돈 있는 사람들에게 의존해서 서로서로 뒷배가 돼주는 현실을 보면 그 사실은 더 명백하지요. 중국에서 시작된 신형코로나 비루스의 확대 때문에 북한당국이 국경을 봉쇄한 이후에 휘발유 가격과 쌀 가격 등 장마당 생활 필수품의 가격들이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이렇게 주민들의 생활에서 이미 자력갱생은 해답이 아니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자력갱생만을 구호로 외치다 보니 주민들은 겉으로는 자력갱생하는 듯 행동하지만 사실은 중국와 남한에 기댈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은 정상적 통로가 아니라 불법이나 비법적인 통로로 경제를 꾸려나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 이 같은 비정상적인 '자력갱생'의 경제활동으로는 북한당국이 가치있게 떠받드는 국가와 인민의 존엄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미국 닉슨 대통령이 향후 50년 뒤의 세계를 위해 큰 결심을 한 것처럼 북한 당국자들도 50년 뒤의 북한주민들과 세계의 안녕을 위해서 허울만 남은 자력갱생의 구호를 내려놓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