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자유가 곧 경제발전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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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비정부 시민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지난 3일 ‘2021 세계자유지수’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매년 발행되는 이 보고서는 전 세계 195개 국가의 정치적, 시민적 자유 실태를 조사해서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기고 각 나라들의 자유 실태를 설명합니다. 안타깝지만 북한은 100점 중 3점을 받아서 최악의 자유 탄압국가로 올랐습니다. 세계자유지수에서 48년 연속으로 ‘최악 중 최악’의 국가로 지목된 겁니다.

지난 해는 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자유가 약화되었지만 북한처럼 폐쇄된 나라에서는 그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설명합니다. 프리덤하우스의 에이미 슬리포위츠 연구국장은 북한당국이 취한 코로나 방역지침이 극도로 잔인했다며, 국경지역에서 ‘발견 즉시 사살하라’는 명령은 극단적인 방역지침으로 주민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시민적 자유가 왜 그리도 중요할까요? 북한당국이 자유를 싫어하므로 세계자유지수에서 최악 중 최악의 국가로 48년간 지목되고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조선의 사회주의 헌법 ‘제5장 공민의 기본 권리와 의무’에서 ‘국가는 모든 공민에게 참다운 민주주의적 권리와 자유, 행복한 물질문화 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렇기에 노동신문에서도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전체 인민에게 참다운 자유와 권리를 부여하고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온갖 조건들을 법적으로 담보하는 것”이 헌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전 김정일 위원장을 일컬어 ‘인민의 행복과 자유를 위한 투쟁의 귀감’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이렇게 자유를 북한 최고의 가치로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우리 주민들의 삶은 ‘자유’의 가치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분석보고서가 나온 것인데요.

자유는 주체사상에서도 중요한 가치입니다. 주체사상은 인간의 본질적 특성을 자주성과 창조성으로 보며 자유는 곧 창조성이라 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주어진 조건을 자기의 요구와 능력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곧 창조적 능력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주체철학의 창조성과 자유에 대한 설명 부분을 그대로 인용해 보면 이렇습니다. “인간의 창조적 능력의 수준이 높을수록 인간이 처한 객관적 조건을 자기의 요구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자유의 수준이 높아지게 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유의 수준은 곧 인간이 체현하고 있는 창조적 힘의 수준이다. 인간이 자기 생존과 발전에 필요한 것을 창조하는 능력이 장성함에 따라 활동에서 자유의 범위는 그만큼 넓어진다.”

따라서 자유의 수준이 높을수록 창조력이 높아지고 그러면 경제력이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이유로 북한당국도 경제성장을 위해서 ‘생산자 대중의 혁명적 열의와 창조적 적극성’을 불러 일으킬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또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우리 로동계급의 혁명성과 창조력에 의거하여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다그치고 있다”며 창조력의 중요성을 부각시켰습니다. 특히 ‘자력갱생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가기 위해서도 주민들이 ‘주체사상으로 무장하고 자주성과 창조성을 발휘하면 무엇이든지 다 풀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은 이 주장에서 논리의 오류는 하나도 없습니다. 자유와 경제 성장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수도 없이 많은데요. 천재적인 세계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들이 분석 연구한 내용들도 주체사상이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즉 사회학자들이 개인들의 자기표현 권한 정도를 점수로 매겨서 행복의 수준과 비교해 봤는데, 자기표현 점수가 높을수록 행복지수도 높았습니다. 그리고 국가적으로 보면 행복지수가 높을수록 시민적 권한의 자유가 더 잘 보장 받고 있고요. 국가의 경제력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같은 연구는 인도인 경제학자이면서 1998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 아마티아 센의 연구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센 박사는 인간 개개인의 자유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진정한 발전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자유가 인간의 가능성과 역량을 확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지점은 주체철학에서 이야기한 창조성에 대한 설명과 같은 내용입니다.

이 같은 철학적 논리를 보더라도 전 세계가 자유의 가치를 소중히 다루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센 박사는 민주주의 제도가 가능한 곳에서는 기근이 발생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정치인들이 주민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서라도 기근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기 때문이랍니다. 지금 북한은 ‘5개년 계획 수행에서 일대 혁신을’ 일으키자면서도, 코로나 대유행병 확산방지를 위한 구실로 국경봉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각종 검열과 경제과제를 내려서 주민들의 자유를 더 옥죄는 상황인데요. 주민들의 자유 공간이 좁아질수록 창조력이 더 위축되고, 당국이 강조하는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발전 또한 다른 정치구호들처럼 효력을 잃어갈 것이 뻔합니다. 자유는 곧 창조적 능력이며 또 경제적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상기하길 바랍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