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경제적 권리 3점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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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집’이라는 뜻의 미국 비정부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2020년 세계의 자유’ 보고서를 발행했습니다. 프리덤하우스는 1941년에 창립해서 세계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해서 활동하는 국제적 인권단체인데요. 1972년부터 세계 모든 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 실현의 수준을 분석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세계가 얼마나 인권을 존중하며 정의로운 정책들을 펼쳤는지 한 눈에 보여주기 위해 195개 국가를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겼습니다. 물론 100점을 받은 나라도 있습니다. 북유럽 국가들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입니다. 화란, 즉 네덜란드와 룩셈부르그 같은 북서 유럽의 잘 사는 나라들이 99점과 98점을 받아서 그 뒤를 따릅니다. 남한은 83점을 받았는데 여전히 ‘자유로운 국가’ 범주에 들어갑니다. 71점을 받은 아프리카의 세네갈이나 70점의 웽그리이아 같은 나라들은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 범주에 속합니다. 그 아래로는 34점부터 ‘자유롭지 못한 나라 범주’인데요. 우간다와 터키 같은 나라입니다. 10점 미만의 점수를 받은 나라들도 10개 국가가 있습니다. 내란과 분쟁을 겪은 시리아가 0점, 2점 투르크메니스탄과 에리트리아 그리고 북한이 3점을 받아서 가장 안 좋은 범주에 속합니다.

이 보고서에는 거대한 도표 하나가 첨부돼 있는데요. 프리덤하우스가 처음으로 세계 자유지수 분석을 시작했던 1972년부터 2020년까지의 변화상을 확인할 수 있는 도표입니다. 이 표에는 전 세계 작은 독립적 영토들을 포함해서 200개가 넘는 나라들의 과거 48년간의 민주주의와 인권 정도를 숫자로 풀어 놨습니다. 가장 좋은 점수 1점에서 최하 점수 7점까지 매겨서 48년의 추이를 보여줍니다. 200개가 넘는 나라들 중 안타깝게도 오직 북한만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최하 점수 7점을 받았습니다. 1972년부터 최하 7등급을 받다가 1991년부터 2등급으로 자유지수가 상승한 나라도 있습니다. 체스코나 몽골 같은 나라입니다. 이들은 1990년대 초 평화적 민주화 혁명 이후 다당제와 시장경제를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자유로운 국가 범주에 속합니다. 하지만 북한만 변화 없이 극단적 차별인 수령론의 미신에 따라서 백두혈통 외에는 정치를 할 수 없게 만들었기에, 사회의 변화나 주민생활의 향상도, 민주주의와 인권 지수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에 대한 평가는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정치적 시민적 권리를 25개 문항에 따라서 분석했습니다. 시민적 권리를 평가하는 질문 몇 개를 예로 보여 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각 질문에 1점에서 4점으로 점수를 매겨보시지요. 첫째, 당국에게 통제받지 않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매체가 존재하는가? 둘째, 주민들이 각자의 종교적 신념이나 개인의 정치적 사상과 생각들을 공개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표현하고 실행할 자유가 있는가? 셋째, 당국이 전국적으로 내려 보내는 정치적 포치나 강연에 상관 없이 자유롭게 교육하거나 학술 연구를 할 자유가 있는가? 넷째, 감시나 처벌의 두려움 없이 정치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 개인의 의견과 생각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몇 점을 줬습니까? 제가 만나본 탈북민들은 여기에 1점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25개 문항에서 최고 100점 중 북한은 총 3점을 받았는데요. 경제 활동분야의 세 가지 질문에 각 1점씩 받았습니다. 이 3점에서 희망을 찾아 볼 수 있을까요? 첫번째 질문은 당국의 과도한 참견 없이 개인적인 사업을 하거나 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가? 둘째로, 가정폭력에서 보호를 받는지, 개인의 의사에 따라서 결혼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고요. 마지막으로 기회균등과 경제적 착취에서 해방되었냐는 질문에서 1점을 받았습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현재 북한 사회 상황을 잘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적인 권리에 있어서 우리 주민들은 아무런 자유가 없는 반면, 경제 생활에서는 다소 움직일 공간이 있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 경제 활동 공간 또한 주민 여러분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얻어졌습니다. 장마당에서 스스로 알아서 살 길을 찾았기 때문에 차려진 값진 결과란 걸 알고 있습니다.

경제활동의 자유 3점은 북한당국 70년의 엄혹한 독재 속에서도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쟁취한 자유의 성과입니다. 고난의 행군을 버텨온 그 생존력이 최소한의 경제적 자유를 만들어 냈습니다. 안타깝지만 북한의 미래도 당국의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정책을 기대하기 보다는 주민 여러분들의 노력에 달려있는 듯합니다. 장마당에서 물건을 파는 우리 상인들의 손에 그리고 수입금을 직장에 바치면서도 한푼이라도 벌어 보겠다고 돈벌이에 나서는 주민들의 발걸음 하나 하나에 북한 미래의 희망이 달려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