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정의를 위해 싸우는 세계의 여성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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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녀절이 이미 한 달 전에 지나갔지만 여성문제를 오늘의 주제로 꼽아 봤습니다. 새로이 떠오르는 여성 정치인들에 대한 보도들이 지난 한 주간 전 세계 언론매체에서 유독 주목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유럽대륙 중부에 위치해 폴란드, 체코공화국, 헝가리, 우크라이나에 둘러싸인 국가인 슬로바키아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됐습니다. 지난 달 30일이었는데요. 슬로바키아 의회에서 의석도 확보하지 못한 소수정당인 ’진보적 슬로바키아’ 정당의 대선 후보 주자나 차푸토바 (Zuzana Caputova)가 58% 득표율을 얻으며 당선 됐습니다. 45세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겁니다. 차푸토바는 불법 쓰레기 폐기물 매립을 반대하는 소송을 14년 동안이나 진행해서 재판에서 승리한 환경운동가이자 변호사이지만 정치 경험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차푸토바와 같이 진보적 성향의 신인정치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기득권을 가진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팽배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초 슬로바키아의 20대 중반의 기자 한 명이 의문의 살해를 당했는데 알고 보니 이 기자가 취재하던 기사가 문제가 됐다는게 밝혀지면서 대중들은 분노와 충격에 빠졌습니다. 얀 쿠치악이라는 기자는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깡패조직인 마피아와 슬로바키아 정부 사이에 긴밀한 유착관계를 취재하던 중이었는데요. 당시 정부는 마피아를 통해서 유럽연합의 국가보조금을 불법으로 빼돌리고 정치자금을 세탁하는 등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감춰진 불법과 부패의 고리를 캐던 중 쿠치악 기자는 살해 당했습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 국민이 분노했고 엄청난 규모의 거리 데모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차푸토바는 부패한 보수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하고 대선에 나왔습니다. 자유주의와 투명성, 긍정적 변화를 내걸고 부정부패와 인기영합주의에 기댄 극우주의에 대항해 싸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공정하고 투명한 정치와 정의, 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희망에 기대 대선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1989년까지 소련의 영향권 속에서 공산당 일당 독재 지배 하에 있던 슬로바키아는 30년간의 민주주의 경험을 거친 후 이제는 더 건강하고 공정하며 진보적인 방향으로 국가의 항로를 정한 듯 보입니다. 물론 신인 대통령이 합리주의와 법치의 가치를 잘 세워서 공정하고 진보적 정치를 잘 이끌어 나갈지는 앞으로 더 지켜볼 일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여성 정치인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엔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시카고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지난 2일에 로리 라이트풋(Lori Lightfoot)이라는 여성 정치인이 시카고 시장 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연방 검사 출신인 라이트풋은 여성이면서 미국에서도 비주류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즉 흑인입니다. 라이트풋은 선거전에서 평등과 포용, 공정성을 퍼트릴 최적의 후보자임을 선전하며 변화를 원한다면 자신에게 투표할 것을 역설했습니다. 슬로바키아 대통령 당선자와 마찬가지로 라이트풋 또한 정의를 위해 싸운 경력이 있는데요. 2014년 시카고 경찰관의 총격으로 17세 청년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경찰이 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라이트풋은 시카고 경찰의 부패를 감시하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활동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시장 선거에 후보자가 두 명이었는데 다른 한쪽 후보자 역시 흑인 여성이란 점입니다. 라이트풋은 결과를 수락하는 연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서로의 경쟁자였지만 우리가 이뤄낸 것을 보면 서로 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오늘 당신은 새로운 역사 그 이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변화를 위한 새로운 운동을 만들어 낸 겁니다.” 백인남성이 주류인 정치계에서 소수 중에 소수라 할 수 있는 흑인여성 두 명이 시카고의 시장선거에서 공정한 경쟁을 한 일을 두고 말한 겁니다. 이번 일은 후세에도 긍정적이고 의미있는 영향을 줄 거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지난 주에는 뉴질랜드 여성 총리가 현명함과 진정성을 가지고 포용의 가치를 높이 세우며 국가적 위기를 잘 다스리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뒤이어 새로운 여성지도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정의를 외치며 정계로 등장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북한의 여성들도 세계 다른 나라 여성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90년대 말 미공급 시기를 힘겹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북한여성들의 강인한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지금처럼 장마당 장사를 활성화시켜서 과거보다 나은 경제생활을 하게 만든 것도 여성들의 노력이 뒷받침이 됐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정의롭고 정상적인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데도 우리 북한 여성들의 힘이 더 큰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