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균형을 찾아주는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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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회적 국제적 문제들은 서로 다른 욕망의 갈등 속에서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국가나 사회가 집단으로서의 이익을 추구하는 욕망 그리고 구성원인 개인이 자신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추구하는 욕망이 서로 상충해서 갈등과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이건 당연한 자연의 이치입니다. 인간이 개인적인 존재인 동시에 집단적인 존재이기 때문인데요. 개인적 이익 추구의 열정을 발전시켜 공공의 이익으로 연장하게 된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항상 이상적으로 집단과 개인의 지향점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갈등 그리고 집단과 그 집단의 구성원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에서도 최소한의 피해와 손실을 발생시킬 방안들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모두가 더 행복한 차선책이 될 겁니다. 최소한의 손실을 볼 수 있는 가장 균형 잡힌 지점을 찾아가는 것이 정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정치’가 개인은 물론 한 나라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서도 핵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치는 집단과 개인의 각기 다른 욕망 추구의 절충점 즉 중간 지점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노력을 합니다. 이를 도와주는 나침반이 바로 국민의 여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론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신문, 방송 같은 언론이 보여줍니다. 노동신문 같이 정부가 하나의 이념과 사상을 주입해서 정권의 지침만을 따르도록 만든 언론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 권력과는 독립돼 있는 일반적 나라들의 신문과 방송을 말합니다. 여기서는 국민들의 불평, 불만, 비판 그리고 지지와 동의의 목소리들을 그대로 들려줍니다. 그리고 여론은 국가의 지도자들을 뽑는 선거를 통해 정부가 균형을 잃지 않도록 정책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지난 7일 한국에서는 서울과 부산의 시장을 뽑는 선거를 실시했습니다. 사회의 균형 지점을 여론이라는 나침반이 얼마나 잘 찾아 주는지를 이번 선거가 잘 보여줬습니다. 정권을 잡고 있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18.32%의 득표율 차이로 서울 시장 선거에서 떨어졌습니다. 대신 야당인 국민의 힘 후보가 선거참여 시민 중 57.5%가 찬성해서 당선됐습니다. 부산시장 선거 결과도 비슷합니다. 야당 후보가 62.67%의 득표율로 시장이 됐고 그보다 28.25%나 뒤진 현재 집권당 후보가 떨어졌습니다. 집권 정부의 지난 4년간의 정치를 국민이 심판한 결과라는 분석을 언론들은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15일에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현재 집권당이 총 300 의석 중 163석 즉 60%의 의석을 차지할 만큼 국민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서울과 부산 시장 선거는 그 반대의 결과를 낳았는데요. 검찰개혁 과정에 빚어진 법무부와 검찰간의 갈등이 국민의 불만을 크게 자극했고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일환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했지만, 주요 정치권 인사들은 정작 부동산 투기를 한 사실이 폭로됐습니다. 또 국민들의 희생만 무조건 강요하는 코로나 방역 정책 등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한 불만으로 현 정부와 여당을 지지하던 여론이 등을 돌렸습니다. 특히 불공정한 상황에 더욱 민감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던 20-30대 청년층이 야당의 편을 들었는데요. 정권의 주요 핵심 인사들은 공개적으로는 사회의 정의를 부르짖지만 사적으로는 오히려 권력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해 왔던 사례들이 폭로돼 청년 세대들이 크게 상처 받고 실망한 결과라고 합니다. 서울시장 투표 결과 20대 남성 투표자들 중 22.2%가 집권당 후보를 선택한 반면, 72% 이상은 야당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국가 집단의 이익과 국민 개개인의 이익이 때로는 충돌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렇게 여론과 공정한 선거를 통해서 조화롭게 상승 발전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물론 정치인들이 인기영합주의에 기대 장기적 발전을 위한 정책보다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한 근시안적인 인기 정책만 펼치는 경우들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성숙하고 지적인 소양을 갖춘 국민들이 있다면 보통 나라들에서는 극복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지난 8일 북한은 제 6차 세포비서대회의 막을 내렸습니다. 세포비서라면 인민들의 가장 말단 조직으로써 인민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노동당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폐회사 내용을 보니 우리 인민들의 목소리 즉 여론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에게 최대한의 물질 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하여’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피눈물 나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태어났던 아기들이 이제 성인이 될 만큼 세월이 지났는데요. 그리고 굶어죽지 않고 생존한 이들은 그 시기를 거치면서 받은 육체적 정신적 상처로 평생 고생하고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고난의 행군을 인민들에게 또다시 강요한다니 충격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민의 여론을 무시한 채 과거로 회귀하는 정책 결정을 했다면 지금 남한의 여당처럼 당장 권력을 잃게 될 겁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