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언론이 살아야 나라가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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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경없는 기자회가 언론자유지수를 공개했는데요. 전체 180개 조사 대상 국가들 중 북한은 179위에 올랐습니다. 전 세계의 언론 자유 순위에서 북한보다 뒤에 있는 나라는 1993년 4월, 에티오피아에서 독립해서 신생국가를 세운 뒤 지금까지 독재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에리트리아뿐입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180개 국가의 언론인들에게 설문지를 주고 답변한 내용을 토대로 순위를 정했습니다. 질문은 정부가 언론매체를 소유했는지, 언론사가 정부에서 온전히 독립되어 기사와 뉴스보도를 자체로 제작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정부 통제 없이 언론 기자들을 자유로이 만날 수 있는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기사를 방송할 수 있는가도 평가합니다. 이렇게 상세한 질문 70개 이상을 꼼꼼히 탐구해서 계산했는데요. 국가별 점수가 100점에 가까울수록 언론의 자유가 더 억압받는 국가인데, 북한은 81.28점을 받아 81.45점의 에리트리아 바로 윗순위에 올랐습니다.

언론자유지수에서 쿠바는 171위에 올랐는데요. 쿠바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방송매체를 소유하고 통제하는데, 5개의 국영 텔레비젼 통로가 있고, 2개의 국제 언론 통로가 있습니다. 16개의 지역 텔레비전 방송과, 6개의 국영 라디오 방송도 운영됩니다. 개인소유의 언론 매체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금지되지만 여러 종류의 인터넷 민간 뉴스보도 사이트들이 허용되어 있습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텔레비전 통로는 없지만 개인이 영상 자료를 배포할 통로들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특히 청년들은 인터넷의 영상자료를 무제한으로 올리고 관람할 수 있는 유튜브를 이용하는데요.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한 영상 뉴스보도 활동이 크게 증가하고 있답니다. 이건 세계적인 추세인데 쿠바도 이에 뒤지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쿠바의 인터넷 사용자는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57.15%입니다.

언론자유지수 175위의 베트남은 사정이 조금 더 좋아 보입니다. 인터넷은 전체 인구의 70%이상이 사용하고 있고요. 이 나라도 정부가 방송매체를 전적으로 장악하고 있으며 정보통신부를 통해서 언론이 움직입니다. 당국의 제어를 받는 국영 텔레비전은 여러 통로가 존재하고 각 지방마다 방송국이 따로 있어서 개별적으로 방송합니다. 위성 텔레비전 접속을 제한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가정에 위성 방송을 청취할 설비를 갖추고 외국 방송을 자유롭게 청취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베트남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 한국 대중음악이 상당히 인기 있습니다.

아프리카 북동쪽에 위치한 에리트리아의 상황은 북한보다 열악합니다. 에리트리아는 6개의 공영 텔레비젼 방송국이 전국에 방송을 내보내고 있고요. 10개 공영 라디오 방송국도 존재합니다. 여기에 더해 7개의 민간이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국과 19개의 지역 민간 라디오 방송국이 있습니다. 이렇게 비교적 자유로운 민간의 언론은 존재하지만 인터넷 활용 인구가 18.62%밖에 안 되니 안타깝네요.

지금 한창 군부 독재 세력과 시민들이 충돌을 하고 있는 미얀마는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140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나라 역시 당국이 전적으로 국내 언론매체를 장악하고 있는데 특히 2개의 텔레비전 방송 중 하나는 군부의 통제 아래있습니다. 위성 텔레비전 접속은 제한적이지만 존재하고요. 당국과 민간의 합영 방식으로 운영되는 중파라디오 방송국이 9곳이 존재합니다. 그 외에도 자유아시아방송과 BBC 같은 여러 국제 방송국들이 마얀마에서 정보를 송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는 정부당국이 허가한 민간 방송업자들이 라디오와 텔레비전으로 5개 디지털 무료 방송 통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 이후 군부와 목숨 걸고 싸우는 시민들의 희생을 많은 민간 언론인들이 국제 사회에 타전하고 있는데요. 이를 막기 위해 군부는 5개 주요 언론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70여 명의 언론인을 체포했습니다. 하지만 혼란 속에서도 미얀마의 시민 기자들은 영상과 사진, 기사를 인터넷을 이용해서 미얀마의 상황을 세계로 전송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일반 국민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부의 정책과 역할에 대해 비판하고 올바른 정책을 제안하는 통로입니다. 예를 들어 남한 신문의 논평이나 사설은 정부가 일반 주민들에게 요구하는 내용이 아니라, 정부와 대통령이 어떻게 정책을 펼쳐야 한국에게 이로울지를 제안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다른 나라의 언론들도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 언론은 오로지 당국이 주민들에게 요구하는 내용만을 전달하면서 주민들이 당국의 명령을 따르기만 강조해 주민들의 사상을 무장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언론자유지수에서 179위를 차지한 건데요. 한 나라가 균형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도자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국가의 지도부에 전달 돼야 합니다. 이것이 언론의 역할입니다. 언론을 통제하고 막는 것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기능을 못하도록 막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