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종교의 차단이 오히려 독이 된다

0:00 / 0:00

미국 연방정부의 국제 종교 자유 위원회가 매년 발행하는 전세계 종교 자유 보고서 2020년 판이 나왔습니다. 모든 유엔 회원국가들이 인권문제에 있어서 이정표로 삼고 있는 ‘세계인권선언’과 ‘유엔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근거로 지난 한 해동안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의 종교자유 실태를 조사해서 발간하는 연례 보고서입니다. 이 두 가지 국제 인권법의 18조는 “모든 사람은 사상과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이 자유에는 종교나 신앙을 바꿀 자유도 포함하고, 선교나 예배 등 여러 종교활동에서 자신의 종교나 신념을 나타낼 자유도 포함한다”고 동일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종교 자유 보고서는, 북한은 2001년부터 줄곧 ‘특별 우려국’으로 지정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 여러 국제적인 시민단체가 발행한 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해 종교인에 대한 실제 통계는 없지만 수 많은 탈북민들의 증언에 기초한 추정치를 근거로 활용했습니다. 1천 건이 넘는 종교적 탄압이 있었고, 7만 명 정도의 기독교인들이 정치범관리소에 수감된 것으로 추정했는데요.

북한의 헌법과 당국은 북한주민들이 종교의 자유를 향유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만, 사실은 북한의 노동신문을 보면 북한주민들에겐 종교의 자유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나라 신문들처럼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이나 현상들을 설명하는 기사들은 아닙니다만, 북한주민들이 종교활동을 하는지 못 하는지 여부는 노동신문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종교’ 또는 ‘신앙’이라는 단어로 노동신문 기사를 검색했을 때 검색되는 기사들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노동신문에서 ‘종교’나 ‘신앙’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기사에는 북한주민들의 종교활동에 대한 기사는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항일혁명 투쟁시기’에 김일성 주석이 종교인들을 포용했다는 역사 설명 기사가 있고요. ‘주체의 원리야말로 가장 숭상하는 정치적 신앙’이라고 주장한 기사도 검색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정견과 신앙, 주의주장을 초월하여 주석님을 위대한 인간으로 따른다”는 문장에서 신앙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즉 노동신문의 기사에서 종교나 신앙이라는 말이 들어간 내용은 주로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는 기사뿐입니다. 그 외에는, ‘적대세력들이 … 우리 내부를 와해시키려는 수단으로 종교와 미신행위, 반동적인 사상문화를 내부에 퍼트린다’고 주장할 때 ‘종교’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노동신문에서는 북한주민들의 자유로운 종교생활을 보도하는 기사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면 한국의 신문에는 ‘종교’라는 단어로 어떤 기사들이 검색될까요? 먼저 대표적인 통신사인 연합뉴스를 검색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로 사망자가 나왔다는 보도에서 종교행사 기간에 이 사건이 일어났다고 설명하는데서 ‘종교'라는 단어가 사용됐고요. 그리고 한국의 종교시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보도, 한국 종교단체들이 미얀마 군부가 미얀마 주민들을 살상한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기사도 검색됐습니다. 한겨레신문에도 한국 종교단체가 미얀마 사태 해결을 국제사회에 촉구했다는 기사가 있고요. 성평등 불교단체의 행사를 소개하는 기사도 있습니다. 이렇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의 언론사들은 실제 국민들의 종교활동 내용들과 종교단체가 주장하는 목소리들을 보도하지요. 북한의 노동신문 기사의 편성과는 확연한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종교의 자유가 왜 중요할까요? 지구상 모든 나라들이 인권문제의 시금석 즉 잣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세계인권선언 2조에서 그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이 선언에 나오는 모든 종류의 자유와 인권을 누려야 하는데, 인종이나 피부색, 성별, 언어나 종교, 정치적 의견, 출신성분 때문에 자유와 인권에 차이를 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데요. 그 만큼 종교가 성별이나 피부색, 언어와 의견, 출신성분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지니는 가장 기초적인 본성이자 개인의 특성으로 누구의 침해도 받아서는 안 되는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와 함께 종교의 자유도 철저히 침해하는 북한당국이 항상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해 말 북한당국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고 주민들의 사상과 문화활동을 철저히 감시, 통제하고 있는데요. 이런 식으로 외부 정보, 사상, 종교를 차단하는 것은 오히려 북한에게도 독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경제도 마찬가지고, 정보, 문화, 종교도 차단하고 통제할수록 왜곡된 내용과 형식으로 수용되기 마련입니다. 주민들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생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 당국이 규제하며 시장 활동을 방해하니 부정부패가 횡행하는 상황으로 된 것이 그 예입니다. 한국 드라마, 영화, 노래를 차단하고 외부 정보유입을 막으니까 주민들은 몰래 한국문화를 즐기지요. 하지만 한국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가 없다보니 드라마에 나오는 극적인 상황을 한국 사회의 현실로 오해하고 엉뚱한 환상을 품는 결과도 생깁니다. 종교도 마찬가지로 통제와 차단으로 인해 본래의 가치와 의도가 왜곡돼 주민들에게 전달되면, 오히려 북한당국은 물론 주민들 그리고 북한의 미래까지 더 큰 해악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점을 주지해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