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청년들에게 꿈 꿀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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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8차 당대회와 청년동맹 10차 대회 이후 전국적으로 수 천 명의 청년들이 ‘석탄생산이 기본’이라고 주장한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탄광으로 달려 갔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농업전선을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주 타격전방’으로 정한 당의 의도대로 청년들이 협동농장에 삶의 뿌리를 내렸다고 자랑했습니다.

청년들이 자원해서 탄광촌과 농촌으로 들어갔다는 건데요.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노동신문 기사와는 딴판이었습니다. 청년동맹이 당의 과제를 부여 받아서 생산계획 수행하듯 지역 청년들을 고된 일자리로 밀어 넣었다고 합니다. 또 지역의 공장기업소 청년동맹비서를 통해 강제적으로 탄원하도록 압력을 가했고 교양사업을 진행하며 청년들을 반협박조로 내몰았다고 전했습니다.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는 청취자분들이 더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만났던 탈북 청년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북한 청년들은 농촌을 무척 싫어했는데요. 한번 농장원이 되면 대를 이어 농장을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농장원이었던 한 중학교 졸업생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농장원이 되기 싫었답니다. 그래서 중국으로 넘어가 중국인이 운영하는 축산농장에서 한 달에 1천 위안을 받으며 돈벌이를 했다고 자랑했습니다. 농촌지역에서 살던 다른 청년은 도시로 진출하고 싶어서 무작정 큰 도시로 떠나 장사하며 살았고, 그 지역의 보안원에게 뇌물을 고이며 인맥을 유지했기 때문에 몇 년 뒤에는 도시에서 공민증을 만들어 정착했답니다. 심지어 평양으로 가서 돈벌이 하며 살았던 얘기도 들었습니다. 독신자 거주가 힘들기 때문에 주민등록은 불가능했지만 평성과 평양 사이를 오가며 여행증을 받아서 장기간 평양에 거주했답니다.

여기서 청년들의 본심을 알 수 있습니다. 돈이 몰리는 곳으로, 더 신나는 일이 많은 곳으로, 더 나은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건 젊은이들의 본능입니다. 북한당국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누군가는 농사짓고 석탄도 캐내야 식량문제도 해결하고 공장도 돌릴 수 있으니, 강제로 이동을 시켰겠죠. 그러나 그 대상은 돈 없고 토대도 안 좋아서 부모들이 빼낼 수 없었던 청년들, 힘 없는 청년들이었습니다. 사실상 이것도 심각한 인권유린인데요. 유엔의 기본적 인권규정에 따라 정부가 책임지고 보장해야 하는 주민들의 거주이전의 자유와 원하는 곳에서 일할 자유를 침해하고 또 차별하는 행위입니다.

청년들이 대도시를 더 좋아하는 경향은 전 세계가 동일합니다. 최근 남한 충청북도 제천시의 청년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기사가 하나 나왔는데요. 제천은 인구 약 13만 7천 명 정도 되는 도시로 한국에서는 중간 정도 규모입니다. 2021년 제천시 인구통계에서 20세 이하 인구가 14%, 20-30대 인구는 16.3%에 그쳤는데요. 2020년 한 해 제천시에서 다른 대도시로 빠져나간 20-30대 인구는 거의 1천 백 명이었고 중장년층부터는 오히려 유입 인구가 조금 더 많았습니다. 따라서 제천시는 제천에서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900달러 정도의 장학금을 주는 정책으로 청년층의 유입을 유도한다는데, 기사는 오히려 청년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비판적인 제언을 덧붙였습니다.

한국은 전국적 차원에서 20-30대 청년들의 혁신적 일자리를 확충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광주시는 청년들이 친환경 혁신사업을 운영하도록 대규모 사업 단지를 조성하고 사업 지원에 나섰습니다. 대구시는 청년들이 관광 중심의 혁신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27만 달러에 달하는 사업투자금을 확보했습니다. 대전시도 KT 한국통신과 함께 청년 일자리와 교육을 위해 미래성장 전략산업을 육성할 특구를 만들고 도시 혁신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당국은 청년들을 중심에 내세운다고 주장하면서도 청년들의 관심과 열의는 무시한 채 정치조직을 동원해서 꿈꿀 미래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청년들을 몰아넣고 있는데요. 남한의 중소 도시 자치정부들처럼 청년들이 사업을 맘껏 할 수 있게 보장해주면 청년역량과 함께 경제도 성장할 겁니다. 북한의 똑똑한 청년들은 어쩌면 집단농장에 농기계를 만들어 대여하는 기업을 창업 수도 있고 탄광에 노동자를 투입하는 인력을 소개하는 사업을 할 수도 있겠고요. 청년들이 맘껏 꿈꾸고 사업을 시작하게 보장만 해두면 지금 북한당국이 고민하는 여러가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지난 80여 년간 전 세계에서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소설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는 사람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꿈’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는데요. 이 말을 북한 당국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마라. 그 대신 저 넓고 끝 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