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조선직업총동맹 제 8차대회를 진행하고 연일 관련 뉴스보도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총비서는 직업동맹 참가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당 8차대회에서 수립한 목표를 제시하며 ‘인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튼튼한 토대를 마련’하고 “국가의 자존과 번영을 확고히 담보하고 인민들이 문명하고 유족한 생활을 마음껏 누릴수 있는 사회주의강국을 건설하자”고 강조했습니다. 그 방법으로 ‘당에서 하라는대로만 하면 우리가 더 강대해지고 더 부유해질 수 있다는 신념’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당에서 하라는 대로만’ 했다면 고난의 행군 시기 처참한 상황을 극복하지도 못 했을 겁니다. 우리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들여다 보면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1990년대 말을 넘어오며 가족들을 굶겨 죽이지 않겠다는 부모님 세대들의 불굴의 의지가 장마당을 전국적으로 확대시켰습니다. 김정일 정권은 장마당에서 장사할 수 있는 여성들의 연령을 제한하거나 장사할 수 있는 시간을 축소하는 조치를 수시로 내놨지요. 장마당의 경제활동을 축소해서 자유시장경제 원리가 전파되는 것을 막고 주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공유되는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민들의 생존 의지까지는 차단하지 못 했던 당국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는 장마당 활동을 예전만큼 제한하지는 않게 됐습니다. ‘당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지는 않았기에, 이제 전국에 걸쳐 5백 개에 가까운 장마당에서 주민들은 활발한 장사로 먹고사는 상황이 됐습니다. 우리 주민들이 만들어 낸 사회적 개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이나 지도자가 시켜서가 아니라, 북한 주민들 스스로 능력껏 생존하려는 노력의 결과를 사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제활동 부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당은 모든 성인들을 배치된 직장에 출근하도록 강제하고 직장을 그만둘 자유를 없애고 ‘실업을 모르는 노동자’라고 자랑합니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월급을 받지 못하는 기업소에서 허송세월만 할 수는 없었기에 당에서 배치한 직장을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능력껏 개인 건설회사나 작은 잡화점 또는 식당도 차리고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늘어 났습니다. 물론 이런 사업가들은 당에서 배치한 직장에 적을 두고 8.3돈을 매달 바치며 개인 돈벌이를 합니다. 개인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벌어다 준 8.3돈으로 국가기관이나 공장들이 먹고사는 꼴이 됐습니다. 돈주들이 북한의 간부들과 평양의 고위급을 먹여살리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요.
이같은 주민들의 자율적인 경제활동의 확산을 막을 수만은 없었던 북한당국은 점차적으로 주민들의 활동을 제도로 만들었데요. 2002년의 7.1경제개선조치, 2012년에 도입한 6.28방침, 2014년의 사회주의 기업책임 관리제가 좋은 예입니다. 개인들이 국가기관이나 기업소에 등록하고 개인사업을 하도록 허용하는 관행이나, 기업소 자체적으로 생산계획을 세우고 가격도 정하고 노동자도 고용해서 공장을 돌리는 자율성을 주게 된 것이지요. 북한당국이 새로이 도입한 이 같은 정책들은, 알고보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내기 위한 방편으로 우리 주민들이 스스로 생활에 정착시킨 행위들입니다. 당이 뒤 이어서 주민들의 일상적 관행을 제도로 뒷받침한 것입니다.
북한당국은 처음에는 주민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단속하고 차단하다가 당국에게도 이익이 되는 지점이 확인되면 제도로 도입하는 식인데요. 여기엔 세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주민들의 생활을 차단하고 검열, 단속하는 과정에 자행되는 인권유린입니다. 개인 사생활을 감시 받지 않고 보호 받는 것도 중요한 인권인데요. 북한의 보안원과 보위원들은 주민들의 개인생활을 아무렇게나 침해합니다. 어디서 돈을 벌어오는지, 어떤 영화나 음악을 즐기는지 등 극히 개인적인 행위들까지 파헤치는 등 인권유린이 일상적입니다. 둘째로, 이 같이 감시하고 검열하고 공개적으로 서로 모욕하는 관행이 낳은 경직되고 부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는 주민들의 활력과 긍정의 힘을 숨 죽게 만듭니다. 특히 아동, 청소년, 청년층의 창조적 잠재력을 시들게 하는 원인입니다. 북한의 미래가 달린 문제지요. 마지막으로 북한당국도 뿌리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뇌물과 부정부패, 세도, 관료주의를 더 확산시키는 병폐를 낳습니다. 당에서 하지 말라는 장사를 하고 금지하는 수입품을 팔고 더 많은 물품들을 운송해서 다른 지역에 내다 팔아야 이익이 생기는데요. 경제적 효율성에 기댄 당연한 경제행위들을 당국이 비사회주의 행위라며 막고 있으니, 뇌물을 바칠 수 밖에 없는 형편이 됩니다.
‘하지말라는 걸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은 돈을 좀 벌어 본 북한주민들에게는 상식이 됐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라’는 구호를 내세우는 것은 북한의 낙후한 경제를 이 만큼이라도 살려놓은 우리 주민들의 끈기와 능력, 힘겨운 노력을 북한당국이 무시하는 것으로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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